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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보험사 차세대시스템 발주, 타 보험사 시스템 이식 활성화되나?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올 상반기 외국계 보험사들의 연이은 차세대시스템 발주가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차세대시스템 구축 방식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그동안 빅뱅(Big Bang) 방식으로 자사 업무방식과 룰에 기반한 시스템을 새로 구축해왔던 보험사들이 앞서 차세대시스템을 성공적으로 도입한 보험사의 시스템 라이선스를 받아들여 이를 그대로 자사 보험시스템에 이식하는 형태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형태를 보험 패키지 시스템 도입이라고도 지칭하지만 업계에서는 패키지 개념보다 기 구축된 ‘차세대시스템 포맷’을 그대로 이식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3일 IT서비스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2월 중으로 차세대시스템 사업발주가 진행되는 PCA생명과 라이나생명, AIA생명 등이 기존에 구축된 차세대보험시스템을 그대로 자사 시스템에 접목하는 방향으로 사업제안서 발주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외국계 보험사들의 RFP에 차세대시스템 구축 적용이 가능한 ‘참조모델’의 유무를 따지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참조모델이 결국 앞서 구축한 보험 시스템 결과물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들 시스템을 그대로 적용하는 사업형태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09년 메트라이프생명이 미래애셋생명의 차세대시스템 라이선스를 시스템 구축에 성공한 이후 외국계 보험을 중심으로 이러한 시스템 라이선스 도입 방식의 차세대시스템 구축은 꾸준히 모색돼 왔다.

통상 외국계 보험사들의 경우 글로벌 IT 시스템 표준이 마련돼 있어 본사의 패키지를 각 나라의 현지 법인 시스템에 도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계 보험사의 경우 본사 자체 표준시스템과 상이한 제도 및 업무 요구사항 때문에 본사의 표준 패키지를 그대로 받아들이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IT서비스업체의 한 관계자는 “외국계 보험사의 경우 배치업무를 통해 고객에 대한 상품 처리 및 검색이 통용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실시간 업무가 중요시되기 때문에 외국계 보험사의 IT 표준시스템을 적용하는 것이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특정 고객의 서비스 신청 및 상품가입 현황에 대해 검색하면 관련 정보가 바로 조회 가능한 것이 국내 보험사들의 특징이지만 외국계 보험사의 경우 이러한 실시간 시스템의 중요도가 떨어진다는 것.

또, 한 화면에서 처리해야 하는 업무의 숫자도 글로벌 보험사들의 표준 시스템과 국내 보험시스템과 상이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의 경우 고객 응대 시 설계사가 조회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한 화면에 뿌려주는 것을 선호하는 한편 글로벌 보험사의 경우 한 번에 하나씩의 업무를 처리하는 게 시스템화돼 있어 외국의 것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마이너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러다보니 외국계 보험사들은 국내 실정에 맞는 자체적인 시스템 구축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최근 경기불황과 맞물려 금융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는 차세대시스템 사업에 무작정 예산을 투입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에 따라 앞서 시스템을 구축한 보험사의 시스템 포맷을 그대로 자사 시스템에 적용하는 방법을 외국계 보험사들이 고민하고 있는 것. 업계 관계자는 “시스템 포맷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분석, 설계 과정이 단순해지고 추가개발 등에서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외국계 보험사들의 이러한 움직임에 IT서비스업체들의 행보도 바빠지고 있다. SK C&C의 경우 KDB생명, 동양네트웍스의 동양생명 패키지, 한화S&C의 한화생명, 아시아나IDT의 금호생명 등 차세대시스템 구축 사례를 기반으로 사업제안 준비가 한창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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