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삼성이 1일 발표한 사장단 인사는 변화보다는 안정에 방점이 찍혀 있다. 아직 부사장 이하 임원 인사 및 조직개편이 이뤄지지 않아 전체 그림을 그릴 수는 없지만 적어도 사장단 인사 내용만 보면 큰 변화는 없었다는 평가다. 재계에선 이재용 부회장이 올해 사장단 인사를 처음으로 주관한다며 비상한 관심을 나타냈지만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이 구축해 놓은 기존 체제를 크게 흔들지 않았다는 해석이다. 다만 실적이 부진한 관계사 및 사업부문에 대해서는 일부 손질이 있었다.
삼성의 대표 회사인 삼성전자는 각자 대표였던 권오현 부회장, 윤부근 사장, 신종균 사장이 모두 유임됐다. 올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부진으로 덩달아 실적이 축소됐던 삼성디스플레이의 박동건 사장도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미래전략실차장(사장), 김종중 미래전략실 전략1팀장(사장) 등 그룹의 핵심 콘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도 변화가 없었다.
사장 승진자는 특검 및 글로벌 금융위기로 어수선했던 2008년(3명) 이후 가장 적은 3명이었다. 실적이 좋지 않아 사장 승진자도 많지 않았다고 삼성은 설명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지난해 삼성의 사장 승진자는 8명이었다. 올해 사장단 인사에서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부사장), 전영현 삼성전자 부품(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부사장), 이윤태 삼성디스플레이 액정표시장치(LCD) 개발실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김현석 사장과 전영현 부사장은 현재 보직을 그대로 유지한다. 이윤태 부사장의 경우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부진한 실적의 계열사 및 각 계열사 사업부문의 사장들은 직을 내려놓고 회사를 떠나게 됐다. 최치준 삼성전기 사장은 올해를 마지막으로 자리에서 물러난다. 윤진혁 에스원 사장도 퇴임이 결정됐다. 에스원 대표이사로는 육현표 삼성경제연구소 전략지원총괄 사장이 내정됐다. 삼성전자의 전사 실적을 책임졌던 IT·모바일(IM)부문 사장 3명(이돈주 IM부문 무선 전략마케팅실장, 김재권 무선 글로벌 운영실장, 이철환 무선개발실장)도 이번 인사를 통해 퇴임이 결정됐다. 스마트폰 마케팅, 사업운영, 개발을 도맡았던 이들 3명 핵심 사장이 물러나는 것은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신 사장은 유임됐지만 3명 사장의 퇴임으로 IM 조직은 사실상 축소된 것이라는 평가다. 이준 삼성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전무)은 이날 열린 인사 브리핑에서 “신 사장은 삼성전자가 휴대폰 사업에서 글로벌 1등으로 올라서는데 많은 기여를 한 인물로 변화된 환경에서 새로운 도약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원표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MSC)장 사장은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전략실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홍 사장 개인은 재신임 기회를 얻었지만 MSC에 새로운 사장이 오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 IM과 마찬가지로 조직이 축소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간 관련 업계에선 MSC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해 올해를 마지막으로 조직이 해체될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놨었다. 그러나 삼성 측은 “개선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상진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과 김석 삼성증권 대표이사 사장의 경우 회사 실적은 부진했지만 예우를 받아 2선 후퇴에 그쳤다. 이들은 그간 그룹 내에서 어려운 역할을 도맡은 점을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 박 사장은 삼성SDI 대표이사 겸 에너지솔루션부문장에서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으로 이동했다. 기존 대외 업무를 담당하던 강호문 삼성전자 부회장은 일선에서 물러날 전망이다. 삼성SDI 대표이사는 조남성 사장이 맡게 됐다. 김석 삼성증권 대표이사 사장은 삼성사회공헌위원회 위원으로 자리를 옮겨 박근희 부회장(위원장)과 함께 일하게 됐다. 삼성증권 신임 대표이사로는 윤용암 삼성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이 내정됐다. 한편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경영기획총괄 사장은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사장직을 맡게 된다. 이로써 제일기획에는 이서현, 임대기, 김재열 등 총 3명의 사장이 재직하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주력 회사인 삼성전자의 대표이사들과 그룹의 콘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핵심 인사에 대해서는 손을 대지 않은 ‘안정’ 기조의 인사를 단행했다”며 “이건희 회장이 와병 중인 상황에서 가장 합리적 방향으로 사장단 인사를 실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삼성 측은 이번 주 계열사별 임원인사를 마무리한 뒤 다음주 중 조직개편을 단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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