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중권 교수,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7차 굿 인터넷 클럽 50’ 강연 나서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19세기 시각 문화를 회화가 지배했다면 20세기는 사진과 영화가 그 역할을 했다. 21세기는 컴퓨터 게임, CG(컴퓨터 그래픽)가 시각 문화를 지배할 것이다. 영화와 TV의 세대가 극 중 서사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려 한다면 컴퓨터 게임의 세대는 극 중 서사를 직접 창조하려고 한다. 게임은 21세기 인간의 모든 활동을 관통하는 하나의 패러다임이 될 것이다.”
23일 진중권 동양대학교 교수<사진>는 서울시 삼성동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엔스페이스에서 ‘제7차 굿 인터넷 클럽 50’ 조찬 토론회에 강연자로 나와 이 같이 말하고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의 무의식적 활용을 우리 사회 전반에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게이미피케이션은 게임화로도 불리며 게임이 아닌 분야에 대한 지식 전달, 행동 및 관심 유도 혹은 마케팅 등에 게임의 요소를 접목시키는 것을 말한다. 이날 진 교수는 게이미피케이션의 의식적 활용보다 무의식적 활용에 주목했다.
그는 컴퓨터 게임이라는 새로운 미디어에 익숙한 정보세대의 경우 아날로그 시각매체에 익숙한 세대와 의식구조가 다르다고 봤다. 다양한 문화 현상의 바탕에 놀이문화인 게임을 중첩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픽션(허구)과 팩트(사실)가 결합한 팩션, 허구와 기록을 결합한 페이크 다큐멘터리, 사실과 허구를 뒤섞은 음모론 취향 등이 우리 사회에 나타난 것으로 분석했다. 오디션의 전 과정을 보여주는 슈퍼스타K 등의 프로그램도 실제 오디션과 게임의 상황을 중첩시킨 것이라는 설명이다.
진 교수는 “일상의 공간과 게임의 규칙이 적용되는 공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클릭 한번으로 노동과 유희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정보산업의 시대가 됐다”며 앞서 제시한 사회 변화의 사례를 가리켜 ‘게이미피케이션'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촛불집회 인터넷방송을 하나의 거대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으로 봤다. 시청자가 방송만 보는 것이 아니라 리포터에게 의견을 제안하거나 자신이 직접 정치적 행동에 나서기도 하는 등 가상현실에서 각자 역할을 가지고 사회를 이루는 MMORPG의 논리가 인터넷방송에 차용됐다고 보는 것이다.
이를 가리켜 진 교수는 “정치의식과 오락적 의식이 중첩돼 있는 상태”라며 “놀고 있지만 사회적 정치적으로 유의미했으면 좋겠다는 대중의 의식이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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