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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에서 적으로”…M&A가 변화시킨 스토리지 OEM 지형도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스토리지 업계에서 그동안 물밑 협력해오던 업체 간 동맹 관계가 업체들의 인수합병(M&A)으로 변화하고 있다.

IBM은 최근 넷앱으로부터 공급받아온 네트워크 스토리지(NAS) 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OEM) 제품 판매를 중단키로 했고, EMC와 델도 지난 2011년 협력 관계를 청산한 바 있다.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온 HP와 히타치데이터시스템즈(HDS)도 HP가 지난 2010년 3PAR를 인수하면서 예전같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IBM은 지난 2005년부터 넷앱의 FAS 시리즈를 OEM 형태로 공급받아 N시리즈라는 이름으로 판매해 왔다. 그러나 지난 2010년 인수한 유니파이드 스토리지 제품인 스토와이즈가 N시리즈를 대체하는 모양새를 보이면서 지난달부터 양사의 파트너십 중단 소식이 들리고 있다.

N시리즈 이외에도 IBM은 넷앱의 E시리즈를 자사의 DS시리즈 일부 로엔드 모델(DS3500, DS3950, DS5100 등)로 판매 중이다. 이는 지난 2011년 넷앱이 LSI사의 외장 스토리지 부문인 엔지니오 사업부를 인수한데 따른 것이다. LSI 엔지니오는 그동안 IBM과 오라클(스토리지텍), SGI, 테라데이타 등에 제품을 납품돼 왔다. IBM이 E시리즈 제품 판매까지 중단할 것인지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넷앱의 OEM 매출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닉 노비엘로 넷앱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지난 2014년 회계년도 4분기(2월~4월)에 넷앱 브랜드 매출은 전년과 비슷한 6% 늘어났으나, OEM 매출은 34% 감소했으며 2014년 회계년도 전체로는 26% 줄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IBM OEM 공급은 넷앱 매출의 2%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델과 EMC도 델의 잇따른 스토리지 업체 인수로 지난 2011년 10년 간 유지해 온 스토리지 동맹이 무너진 대표적인 사례다. 델은 지난 10년 동안 EMC의 미드레인지급 제품인 클라리온과 시메트릭스 등을 EMC으로 공급받아, 매년 1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거둬왔다.

그러나 지난 2010년 델이 3PAR(HP에 인수) 인수를 시도하는 등 스토리지 사업을 강화하고 나서면서 변화의 조짐이 시작됐다. 델은 3PAR 인수 실패 이후 곧바로 컴펠런트를 인수했다. 컴펠런트 제품은 EMC OEM 제품 대다수와 겹쳐 두 회사의 관계도 곧 끝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고, 결국 2011년 양사는 10년 간 이어온 협력 관계에 종지부를 찍었다.

2003년부터 스토리지 부문에서 협력 관계를 유지해온 HP와 HDS도 최근 HP가 스토리지 사업을 강화하면서 OEM 제품과 자체 브랜드 제품 간 충돌이 생기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히타치 VSP와 USP V, USP VM 등의 제품은 HP가 스토리지웍스 P9500, XP24000, XP20000으로 판매 중이다. 최근 HDS가 출시한 하이엔드 스토리지 신제품 히타치 VSP G1000도 곧이어 HP XP7라는 이름으로 출시됐다.

그러나 지난 2010년 HP가 SAN 업체인 3PAR를 인수하면서, 히타치로부터 공급받아온 XP시리즈보다는 3PAR를 전면에 내세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HDS는 HP 이외에도 썬마이크로시스템즈에 자사의 하이엔드 스토리지인 USP V를 공급해 왔지만, 오라클에 인수되면서 9년 간 이어오던 협력을 중단한 바 있다.

이처럼 최근 몇 년 간 스토리지 부문의 인수합병(M&A)이 거세지면서 기존에 OEM 형태의 협력 관계를 가져오던 업체들이 경쟁자로 바뀌는 모습이 관측되고 있다.

그동안 스토리지 제품 포트폴리오가 빈약했던 IBM, HP, 델 등의 업체들은 전통적인 스토리지 전문 벤더와 협력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왔다. 그러나 인수합병을 통해 이를 서서히 대체해 나가면서 관계 지형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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