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최근 국내 기업용 하드웨어 업계에 ‘중소기업간 경쟁제품 지정’에 관한 논쟁이 뜨겁다.
국산 x86 서버와 스토리지를 중소기업간 경쟁제품으로 지정해 외산 제품이 장악하고 있는 관련 시장에서 공공 부문만이라도 국내 중소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을 쓰게 해 국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주자는 것이 요지다.
현재 국내에 판매되는 국산 서버라고 하면 어차피 해외에서 들여온 CPU나 메모리, 마더보드 등 핵심 부품을 조립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까놓고 보면 외산 서버도 별반 다를 바 없다. 사실 이를 차별화하는 요소는 아키텍처 설계나 관리 소프트웨어(SW), 신기술 적용 속도, 유지보수 등에 달려있다.
국산 서버가 ‘화이트박스’라 불리는 조립 서버와 뭐가 다르냐는 반박 등은 여기에선 잠시 접어두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진짜 문제는 단순히 국산 서버나 스토리지 제품을 중기간 경쟁제품으로 지정한다고 해서 이들에게 진짜 경쟁력이 생기고, 글로벌에 진출할 수 있는 경쟁력이 발휘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오히려 이들 국산 업체들에게 필요한 것은 중기간 경쟁제품이라는 이름으로 정부 보호 뒤에서 잠시나마라도 매출을 올려주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경쟁을 펼칠 수 있는 판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차라리 유닉스 등 특정 운영체제(OS)의 서버를 금지하는 등 스펙 작업을 없애는 것이 더 현실적일 것이다. 많은 공공기관에선 안정성 등을 이유로 x86 서버로도 충분한 시스템을 굳이 비싼 돈을 들여 유닉스 계열로 구매하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몇 개 기업에만 있는 특정한 스펙을 제안요청서(RFP)에 명시해서 다른 업체들은 아예 참여 자체가 봉쇄된다거나 하는 일들은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적정한 수준의 전산 스펙 표준화를 통해 국산, 외산 상관 없이 누구나 이 시장에서 정정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주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한 업체 관계자는 “유닉스 서버 스펙만 없애더라도 남는 돈으로 유지보수 비용을 충분히 지불해 줄 수 있어 정부가 주창하는 오픈소스 확대 등에 외려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쟁을 두려워하는 자에게 미래는 없다. 그러나 그 경쟁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는 것이 현재로써는 더 중요해 보인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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