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이쯤되면 병이다. 국내 이동통신사들의 세계 최초 병(病)이 또 도졌다. 세계시장 진출과 관련해서는 매번 고배를 마신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통신기술은 개발했다 하면 매번 세계 최초지만 경쟁사들과 차이가 없거나 과대 포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SK텔레콤과 KT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14'에서 세계최초로 다른 LTE 기술인 FDD-LTE와 TDD-LTE를 묶어쓰는(CA Carrier Aggregation)기술을 선보였다고 24일 밝혔다.
SKT나 KT 자료에는 공통적으로 글로벌 통신 장비 회사인 노키아 솔루션스 앤 네크웍스(Nokia Solutions and Networks NSN)가 들어간다. NSN과 공동으로 세계 최초 기술시연에 성공했다는 내용이다.
좀더 정확하게는 통신장비 회사인 NSN을 중심으로 SKT와 KT가 공동으로 시연을 한 것이다. 세계최초라 부를만 한 이기종 통신네트워크를 하나로 묶는 기술은 NSN이 개발하고 통신사들은 자사 통신네트워크에서 구현이 가능한지 여부와 관련된 일부 솔루션 부문만 담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SKT와 KT 모두 세계 최초로 그럴싸하게 포장은 했지만 사실 세계최초 타이틀은 NSN이 가져가는 것이 맞다. 하지만 NSN은 세계최초 타이틀을 공정하게 3등분 했다. NSN의 보도자료 내용은 이렇다.
Nokia Solutions and Networks today announced its successful demonstration of the world's first TDD-FDD carrier aggregation together with Korean operators, Korea Telecom (KT) and SK Telecom (SKT).
경쟁사 이름은 쏙 빼놓은 국내 이통사와는 다른 발표였다.
국내 통신사들의 세계 최초 경쟁은 LTE 시대 들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사례를 보면, 올해 1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3밴드 CA 기술’을 놓고 서로 세계 최초라고 설전을 벌였다. 지난해에도 이종망 VoLTE 통화성공를 놓고 SK텔레콤과 KT가 서로 세계최초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LTE 로밍, LTE 가상화, LTE-A, VoLTE 등 뭐 하나 발표했다하면 세계 최초였고 잡음도 적지 않았다.
이처럼 자주 등장하는 세계 최초지만 기술이 경쟁사를 압도하거나 훌쩍 앞지르는 것도 아니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내놓거나, 심지어는 몇 시간을 두고 먼저 나중을 따지기도 한다. 경쟁사보다 늦게 시연하고선 먼저라고 우기는 경우도 있다.
세계최초라는 타이틀은 기술력, 경쟁력의 우위를 나타내는데 최적의 단어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통신사가 되려면 언제 상용화될지도 모르는 세계 최초 기술을 무리하게 내세우는 것보다는 지금의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값싸게 이용하게 하는 것이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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