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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짓 같았던 유료 웹툰 도전…그들이 성공한 이유는?

[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지난 몇 개월 동안 국내 웹 콘텐츠 업계에 ‘레진코믹스’라는 이름이 자주 등장했다. 레진코믹스는 지난 해 6월 ‘유료 웹툰’을 내세우며 시장에 뛰어든 신생 벤처(스타트업)이다.

세상에, 유료 웹툰이라니! 국내 웹툰 시장은 네이버와 다음이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 아무리 유명한 작가도 네이버와 다음을 통하지 않고서는 독자들과 만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인터넷 검색시장 90%를 장악한 두 회사에 혈혈단신 대적하겠다고 나선 것도 제 정신인지 의심스러울 지경인데, 거기다 ‘유료화’까지 표방하고 나섰다. 레진코믹스 창업자들은 망상에 빠져있는 것일까?

인터넷 게임을 제외하고 국내 유료 콘텐츠라는 비즈니스 모델로 성공을 거둔 사례는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디지털 음원 비즈니스 정도를 떠올릴 수 있지만, 이마저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창작자들에게 대가를 제대로 지불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서비스의 문을 연 첫 달에 1억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6개월동안 약 1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12월에는 한 달에 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월 1700만명이 방문하는 네이버 웹툰이 원고료 이외의 작가 수익을 창출을 위해 만든 PPS(Page Profit Share) 프로그램을 통해 6개월동안 올린 매출이 약 5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생업체의 성과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한국 인터넷에서 유료화 모델은 불가능하다’는 고정관념을 6개월만에 깨버린 것이다.

그 결과 월 1000만원 이상의 수익을 거두는 작가들도 등장했다. 매달 50만명이 레진코믹스를 통해 웹툰을 보고 있으며, 100여명의 작가가 웹툰을 연재하고 있다.

과연 레진코믹스는 무슨 마법을 부렸길래 네이버와 다음의 벽을 넘어 웹툰 플랫폼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을까? 유명 포털사이트에 무료 웹툰이 널려 있는데, 사람들은 왜 레진코믹스의 매출을 올려주는 것일까?

레진코믹스의 공동창업자 한희성 대표, 권정혁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만났다.

Q. 레진코믹스의 예상치 못한 성과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다. 지난 해 성과는 어땠나?
권정혁 CTO(이하 권) : 예상 외로 반응이 좋았다. 6월에 처음 출시하면서 11월이나 돼야 매출 1억원 정도 올릴 것으로 예상했는데, 첫 달에 1억원을 올렸다. 지난 달(12월) 매출만 5억원이고, 출시 이후 6개월 누적매출이 약 15억원이다. 국내 스타트업이 시작부터 매출을 내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저희는 시작이 좋은 편이다.

Q. 웹툰 시장은 이미 네이버와 다음이 지배하고 있다. 스타트업이 하필 이 시장에 뛰어든 이유가 궁금하다.

한희성 대표(이하 한) : 콘텐츠를 돈 내고 파는 비즈니스 모델을 싶었다. 처음에는 소설, 칼럼, 소포츠 칼럼, 만화 등 다양한 콘텐츠를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나는 IT개발 능력이 없어서 외주를 줬는데, 그러다 보니 잘 안됐다. 그래서 만화 하나에 집중하기로 했다. 만화가 가장 있기 있는 분야였기 때문이다.

Q. 스타트업을 시작한 이유는?

한 : 개인적으로 구글, 네이버, 옥션 등의 성공을 뒤늦게 알았다. 그 시대에 현장에 있었다면 나도 반드시 시장에 뛰어들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고,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어 스타트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법인설립은 2012년이다. 웹툰 플랫폼이라는 아이템을 가지고 전국의 작가들을 찾아다니면서 만났다. 그런데 개발력이 없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다른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콘텐츠를 공급하려고 했었다. 그 시점에 우연히 권 CTO를 만났다. 괜찮은 개발자 좀 추천해달라고 만났다. 그런데 직접 하겠다고 나섰다.

권 CTO를 만나지 못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아이디어보다 실행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권 CTO와 만나고 그가 추천한 개발인력들이 합류하면서 레진코믹스가 본격화됐다. 2년 동안 실행할 팀을 못 만들었는데, 권CTO 덕분에 순신간에 완성됐다. 4월에 합류해서, 6월에 서비스를 개시했다.

권 : 한 대표의 아이템을 듣고 나니까 누구누구랑 해야겠다고 머릿속에 인물들이 떠오르더라. 다행히 당시에는 전 직장이 구조조정 중이어서 쉽게 합류할 수 있었다.

Q. 네이버 다음이 호령하는 시장에 뛰어들 때는 보통 자신감이 있었던 것이 아닐 것이다. 이 시장에 어떤 가능성을 봤나?

한 : 틈이 있다고 봤다. 만화 산업이 커지려면 소년지, 청년지, 성인지 등이 골고루 있어야 한다. 일본에 소년지만 있었다면 슬램덩크, 원피스는 등장할 수 없었다.

그런데 네이버, 다음은 10대 위주로 웹툰을 서비스하고 있다. 저희는 20대 이상이 타깃이다. 네이버와 다음이 나쁜 것이 아니라 우린 다른 거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일상생활 소재 만화보다는 내러티브(줄거리, 이야기)가 있는 만화를 주로 선택하고 있는 이유다.

20대 이상을 타깃으로 한 것은 우리 수익모델과도 관련이 있다. 보통 어른은 돈이 있지만 시간은 없다. 10대는 시간은 있지만 돈은 없다. 게임업체 넥슨이 이를 잘 활용한다. 아이들은 시간을 투자해서 게임을 하고, 어른들은 돈을 투자해서 게임을 한다. 우리도 이를 차용했다. 레진코믹스도 연재를 기다리면 공짜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기다릴 여유와 인내심이 없다면 돈을 내고 보면 된다. 시간을 판다는 개념이다.

지난 10년 동안 국내 만화 시장은 10대 중심, 무료 시장으로 고착돼 왔다. 우리는 이 구도에서 가치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더하는 방식으로 수익모델을 설계했다고 생각한다.

Q. 유명 작가들은 대부분 네이버와 다음에서 연재하고 있다. 작가들을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은?

한 : 다양한 만화 연재할 수 있는 매체라며 작가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만났다. 처음에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다. 국내 작가들이 많이 속은 경험이 있어서 신뢰가 별로 없다. 그런데 한 두 명씩 레진코믹스에 연재하면서 꼬박꼬박 수익을 얻는 사례가 생기면서 불신이 사라졌다.

권 : 네이버 웹툰의 2부리그라고 볼 수 있는 베스트도전 등에서 신인작가를 찾기도 한다. 그들은 네이버에 연재하고 싶지만, 아직 들어가지 못한 작가들이다. 잘 보면 좋은 작품이 많다. 저희와 맞을 것 같은 작가들에게 함께 하자고 제안하기도 한다.

Q. 아직 성공을 이야기하기는 이르겠지만, 굉장한 성과를 보였다. 비결은 무엇인가?

한 : 재미있는 것을 쉽게 결제해서 쉽게 보는 것이다. 간단한 것 같지만 이렇게 하는 회사가 별로 없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만화 플랫폼은 권당 결제를 했다. 이 경우 한 권씩 볼 때마다 구매의 고통을 느낀다. 저희는 코인이라는 제도를 도입했다. 한 번 구매한 뒤, 만화를 볼 때는 구매의 고통이 없다. 보는 것도 스크롤 보기뿐 아니라 만화책 보듯이 페이지별 보기 방식을 지원한다.

권 : 엑티브액스 같은 것도 최소화했다. 이게 기본이지만 기본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 카드결제에는 지원하는 카드사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엑티브액스를 쓴다. 엑티브엑스만 없어져도 매출은 2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어떤 결제 시스템보다 편리하다고 자신한다.

Q. 앞으로의 계획은?

한 : 해외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우선은 일본이다. 일본 출판만화 시장은 성장의 한계에 달했다. 지금은 디지털 변환기다. 그런데 디지털, 모바일은 우리가 일본보다 빠르다. 당장 일본 시장에 나갈 예정이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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