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월 30일 중국 산시성 시안에 삼성전자가 건설 중인 반도체 공장 현장을 방문,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사진:청와대).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삼성전자의 중국 반도체 생산라인 가동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가 핵심기술이 현지로 유출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 경쟁사들은 아직 개발도 하지 못한 3D 적층 방식 낸드플래시가 중국 공장에서 본격 양산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앞서 “최신 공법은 1년~1년6개월의 시차를 두고 중국에 내보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중국에 첫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할 당시 기술유출 우려가 일자 삼성전자가 내놓은 약속이 바로 ‘기술 시차’였다. 그러나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을 것으로 보여 기술유출 우려는 논란으로 번질 조짐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공장에서 3D 적층 낸드플래시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아직 정부에 신고조차 하지 않은 상태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상반기 중국 산시성 시안시 반도체 공장에서 3D 낸드플래시를 양산한다. 올 상반기 국내외 협력업체로 발주한 3D 낸드플래시 장비들이 하나 둘 생산 완료돼 중국으로 공급되고 있다. 3D 낸드플래시는 일본의 도시바, 미국의 마이크론 등 경쟁사는 개발조차 완료하지 못한 최첨단 기술이다. 삼성의 3D 낸드플래시 기술은 그 혁신성을 인정받아 최근 ‘2013 대한민국기술대상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업계의 전문가는 “현지에서 반도체를 생산한다고 양산 정보가 모두 빠져나가는 것은 아니지만 현지 고용인을 통한 노하우 유출 가능성은 높다”라며 “중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 육성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는 것을 결코 만만히 봐선 안된다”라고 지적했다.
기술유출 우려는 논란으로 번질 조짐이다. 우선 예상되는 논란은 ‘약속 불이행’과 관련된 것이다. 3D 낸드플래시를 중국에서 생산하게 된다면 한국과의 기술 시차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3D 낸드플래시는 현재 국내에서 소량 생산이 이뤄지고 있지만 본격적인 양산은 중국 공장에서 실시될 예정이어서 오히려 중국 쪽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와도 마찰이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1년 정부에 10나노미터(nm)급 낸드플래시를 중국에서 생산하겠다며 ‘국가핵심기술 수출신고’를 했다. 당시 지식경제부는 전기전자 분야 산업기술보호 전문위원회를 두 차례 열어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이 같은 신고를 허용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해 중국 삼성 반도체 공장 기공식에서 “중국과의 경제협력 강화의 필요성을 인식해 첨단기술 유출이라는 국내 일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고심 끝에 이 프로젝트를 승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3D 낸드플래시 생산 관련 신고서를 아직 정부에 제출하지 않은 상태다.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해외 공장에 새로운 공정을 적용할 때면 매번 정부 측에 이를 신고하거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반도체는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선조치 후보고’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승구 산업통상자원부 반도체디스플레이과 사무관은 “아직 삼성전자로부터 3D 낸드플래시 생산과 관련된 별도 신고를 받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에 초기 23억달러, 총 70억달러를 투입한다. 이번 중국 투자는 삼성전자의 해외 반도체 생산 라인 가운데 단일 투자 규모로는 역대 최대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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