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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시스코의 역습
디지털데일리
발행일 2013-11-22 17:19:17
[디지털데일리 이유지기자]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킹(SDN)이 부상하면서 수세에 몰리는 듯 보였던 시스코가 새로운 ‘애플리케이션 중심 인프라스트럭처(ACI)’라는 강공책을 들고 나왔다. 시스코의 역습이다.
ACI는 시스코가 인수한 신생업체인 인시에미네트웍스가 개발한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위한 차세대 아키텍처다.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에서 발표된 후 외신과 업계의 반응은 엇갈리지만 아주 뜨겁다.
ACI 아키텍처와 지원 제품군 발표로 시스코는 SDN 및 네트워크 가상화 진영에 찬물을 확 끼얹었다.
전세계 IP 네트워크의 60% 이상은 내가 연결하고 있는데 새로운 SDN 조류를 따라가기에는 자존심 상하고 여기저기서 걸어오는 공격에 대응하기도 우습다는 듯, 새로운 개념과 접근방식을 내놨다.
더욱이 ACI를 SDN을 뛰어넘는 데이터센터 아키텍처(Beyond SDN)로 소개하면서, 아예 동일선상에서 비교당하는 것을 거부하는 모양새다.
ACI를 발표하면서 시스코는 시스코 중심의 전통적인 네트워크 구조를 비난하며 세상에 나온 SDN에 역공을 가하며 ACI의 차별성을 부각하고 있다.
국내에서 ACI 제품군을 직접 소개하기 위해 방한한 인시에미네트웍스 출신의 브래들리 웡 시스코 엔지니어링 부사장도 2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SDN의 한계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특히 니시라 인수로 네트워킹 가상화와의 긴밀하게 협업해오다 자리를 잃게 만든 VM웨어의 ‘NSX’를 겨냥해 ‘소프트웨어만의 가상 오버레이 기술’로 SDN을 설명하면서, “ACI는 SDN의 유형이 아니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이에 더해 “ACI가 SDN이 추구하는 가치와 목표, 기대효과를 충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스코는 ACI로 복잡한 데이터센터 네트워킹 아키텍처를 기업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애플리케이션’이 요구하는 방식과 속도에 맞게 쉽고 단순하게 바꾸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ACI를 구현하기 위해 고성능 저전력의 상용 칩과 자체 개발한 새 ASIC, 새 운영체제 NX-OS를 탑재한 ‘넥서스 9000’ 제품군과 이를 제어하는 두뇌 격이면서 미들웨어같은 역할로 서로 다른 IT 인프라를 통합해주는 ‘애플리케이션 정책 인프라스트럭처 컨트롤러(APIC)’, 가상 스위치·방화벽 등의 소프트웨어 제품군을 새롭게 놨다.
시스코의 ACI 제품군이 발표되자 아리스타네트웍스, HP 등 경쟁사들을 주축으로 SDN에 적극적인 진영에서 즉각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결국 자사의 장비 사업과 매출을 위한 선택으로, 또 다른 폐쇄성과 종속성을 야기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SDN의 역할과 의미를 축소해 이제 막 세상에 나와 발전하고 있는 싹을 짓밟고 SDN 시장을 교란시킨다는 지적도 나왔다.
시스코는 ACI가 성능과 확장성, 유연성, 민첩성, 단순성, 개방성과 보안, 비용효율성까지 기업 데이터센터와 IT 시장에서 요구되는 모든 것을 충족시키는 완전한 방식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많은 IT업체들과의 협력하고 있다는 점도 과시한다. 미국 뉴욕 ACI 발표 행사에서 마이크로소프트, EMC, 넷앱, 시트릭스, 레드햇, F5네트웍스의 대표나 임직원을 직접 무대에 올렸다. ACI는 시스코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IT선두업체들이 ACI에 동조해 함께 하고 있고,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게 활짝 열려있다는 것이다. VM웨어도 파트너로 이름을 올렸다.
SDN 진영 역시 시스코가 비판한 물리적 환경 지원 한계, 성능, 비용 등의 여러 문제점도 이미 해결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스코의 대반격으로 앞으로 VM웨어와 NSX 협력 생태계에 함께 하고 있는 시스코 네트워크 장비 경쟁사들의 행보도 더욱 빨라질 것 같다. 오픈데이라이트 등 오픈커뮤니티 프로젝트에서 향후 시스코의 활동과 더불어 ACI가 속한 더 큰 개념의 시스코 ONE(오픈네트워킹환경) 전략과 지원 포트폴리오의 변화 여부도 관전포인트다.
시스코 ACI 지원 제품은 내년 상반기부터 공급된다. 공격에 역공, 반격으로 이어질 싸움이 이제 본격 점화됐다. 그 결과는 한참 뒤에나 알 수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있다. SDN이든 ACI이든, 이름이 무엇이건 간에 시장에서는 지금 가장 쉽고 빠르게 제대로 내 요구를 충족시켜주는 쪽에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점이다.
<이유지 기자> yj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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