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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생활가전①] TV와 전자레인지…한국경제의 삶과 질을 바꾸다

[IT 전문 블로그 미디어=딜라이트닷넷]

[딜라이트닷넷 창간 4주년/격동의 생활가전]

산업통산자원부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으로 우리나라 가전제품 수출액 비중은 26%로 반도체(22.1%), 무선통신기기(25.9%)와 함께 주요 정보기술(IT) 품목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가전제품은 TV가 중심인 흑색가전과 함께 냉장고, 세탁기 등의 백색가전으로 이루어져 있다. 스마트폰, 태블릿과 같은 스마트 기기에 밀려 그다지 화려한 주목은 받지 못하고 있지만 그 동안 한국경제에 없어서는 안 될 효자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우리나라 가전 역사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TV와 전자레인지다. TV는 지난 1966년 금성사(현 LG전자)가 첫 흑백 TV를 선보인 이후 빠른 속도로 관련 제품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풀HD보다 해상도가 4배나 높은 울트라HD(UHD) TV를 비롯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가 봇물 터진 듯 선보이는 요즘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흑색가전 대표제품=우리나라 TV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게 된 시기는 컬러 방송이 1980년부터다. 주요 방송국에서 컬러 TV를 지원하기 시작했고 덕분에 1981년 7월까지 국내에 보급된 컬러 TV는 100만대에 달했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전 세계 TV 시장 공략이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 TV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된 시기는 액정표시장치(LCD) TV가 본격화된 2000년대부터지만 이전에도 상당히 많은 견제를 받아왔다. 대표적인 것이 1984년 한국산 컬러 TV에 대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반덤핑 판정이다. 당시 삼성전자, 금성사, 대우전자는 평균 14.63%의 반덤핑 관세를 받았다.

이후 ITC의 최종 반덤핑 관세가 다소 낮아지기는 했으나 1984년 미국으로의 컬러 TV 수출이 53%나 급감하는 등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흥미로운 부분은 당시 가전업계의 대응이다. 미국에서 한국산 컬러 TV가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이 3.5%에 불과하고 수출물량의 70% 이상이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는 13인치 소형 모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북미 시장 TV(평판 TV 기준) 점유율은 40.7%에 이르고 있으니 첫 ITC 제재를 받은 시기와 비교하면 엄청난 발전을 이룬 셈이다.

컬러 TV의 대중화는 소비자의 눈높이를 높이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대표적인 것이 내수와 수출 제품의 가격차이다. 말 그대로 내수용이 수출용보다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 불만사항으로 꾸준히 지적됐다. 결국 업계와 정부는 1984년 컬러 TV를 비롯해 냉장고, 자동차 등의 내수가격의 인하를 검토했고 1987년 특별소비세 인하를 실시하게 된다.


◆미래의 주방가전으로 각광=흑색가전 대표주자가 TV라면 백색가전은 전자레인지가 수출 효자품목이었다. 국내 첫 전자레인지는 1978년 삼성전자가 개발한 ‘RE-7700’이다. 당시 전자레인지는 미래의 주방가전으로 대단한 관심을 받았다. 특히 연탄이나 가스 주방기기보다 조리시간이 빠르고 전력소비량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점이 부각됐다.

1979년 우리나라 전자레인지 보급대수는 400여대에 불과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RE-7700의 가격이 39만4000원으로 1980년 평균 월급인 21만1043원보다 훨씬 비쌌기 때문이다. 업계와 정부에서도 이런 점을 감안해 내수보다는 수출에 중점을 뒀고 중점육성 품목으로 오르기도 했다.

해외공장 설립도 줄을 이었다. 삼성전자는 1987년 영국, LG전자(당시 금성사)도 같은 해에 터키에 각각 공장을 설립했다. 명실상부 전자레인지는 한국경제를 대표하는 제품이자 전자산업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제품으로 인식됐다.

컬러 TV와 마찬가지로 전자레인지도 빠른 속도로 전 세계 시장점유율을 높였다. 결국 1987년 유럽연합(당시 유럽공동체 EC)은 한국산 전자레인지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들어갔고 1996년 9~24.4%의 반덤핑 관세가 부가됐다.

우리나라 업체가 일본을 따돌린 것도 이 시기다. 1995년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현 동부대우전자)의 연간 전자레인지 생산량은 1500만대가 넘었고 샤프전자, 파나소닉 등 일본 업체를 압도하게 된다.

하지만 전자레인지는 1990년대 중반 이후 반도체, 휴대폰, 디스플레이, TV 등 다른 전자산업에 조금씩 자리를 내줬다. 여기에 전 세계적으로 웰빙 열풍이 불면서 재료의 맛 그대로를 살릴 수 있는 오븐이 전자레인지의 자리를 대체했다. 전자레인지를 음식을 데우는 등의 단순 기능으로만 활용했던 것도 이유 가운데 하나다.

최근 전자레인지는 다시 주목받는 아이템이 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2015년 전 세계 생활가전 1위 달성을 위해 주방가전 사업을 크게 강화해서다. 광파, 스팀을 적용한 복합형 오븐으로 진화했으며 연구개발(R&D)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이수환기자 블로그=기술로 보는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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