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은행 포스트 차세대 성패에 따라 확산 여부 결정될 것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최근 전북은행이 계정계에 자바(Java)를 도입한 차세대시스템을 오픈하면서 은행권 포스트 차세대 시장에 자바가 진입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저축은행, 증권사 핵심 시스템에 자바가 도입된 경우는 있지만 은행 계정계에 자바가 도입된 것은 전북은행이 최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은행권의 계정계 자바 도입이 본격화되기 위해서는 현재 기업은행이 추진하고 있는 포스트 차세대시스템의 성공이 관건이라는 관측이다.
그동안 자바는 은행권에선 정보계 분야에 도입된 사례가 있다. 하지만 은행업무의 핵심인 계정계에는 자바의 도입은 유보돼 왔다. 무엇보다 자바의 안정성과 신뢰성에 대해 은행들이 지속적으로 의구심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SK C&C 솔루션개발팀 오상문 차장은 “자바 기술에 대한 불신보다는 심리적인 저항성이 아직은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기술 자체는 일정 수준에 올라와 있지만 보수적인 은행권의 특성 탓에 자바의 도입이 더디다는 것.
하지만 저축은행과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자바 기반의 계정계 시스템 구축이 확산되면서 은행권도 자바의 계정계 도입에 대해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바는 C에 비해 단일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에서 모든 플랫폼과 호환되며 오픈소스와 비슷하게 플랫폼의 범위가 풍부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물론 자바의 경우 가상머신(VM) 기반에서 돌아가기 때문에 속도에 약점을 보인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자바의 속도가 C에 거의 근접했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의견이다.
다만 은행 계정계의 경우 속도보다는 안정성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자바 도입으로 인한 속도문제는 논쟁거리가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시스템의 속도가 중요한 것은 ms(밀리세컨드) 단위에서 업무가 이뤄지는 증권거래, 카드 인증시스템 등이지만 은행의 입출금 거래 는 0.1초 단위로 처리되는 만큼 속도가 그리 중요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자바는 멀티스레드가 보편화돼있어 메모리 활용성이 좋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CPU 연산에 있어 C가 빠르긴 하지만 최근에는 자바의 CPU 연산도 C에 거의 근접해 있고 특정 애플리케이션 실행에 있어선 자바가 더 빠른 경우도 있다.
하지만 자바 개발 인력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은 문제다. 통상 개발시장에서 C개발인력보다 자바 개발인력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기존 자바 개발인력이 은행권의 업무 시스템 개발 경력이 거의 전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IT서비스업체들은 기존 C, 코볼 개발자들에게 자바 교육과정을 거쳐 개발에 투입하고 있다. SK C&C 솔루션개발팀 황병훈 팀장은 “4주정도의 교육기간을 거쳐 사업에 투입하고 있다”며 “기존 은행업무에 대한 경험과 이해도가 중요한 만큼 기존 개발자들을 재교육해 사업에 투입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C기반의 시스템이 자바로 전환되는 것보다 어려운 것이 코볼에서 자바로 옮겨가는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볼은 모듈에 대한 개념이 없기 때문에 자바로 전환할 경우 하나로 이뤄진 애플리케이션을 분해해서 연결, 공통부분은 새로 만들어야 한다. 계정계 업무를 모듈화시키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만큼 코볼에서 자바로 계정계 시스템을 전환하는 기업은행의 사업이 성공하면 자바 전환의 기술적 어려움도 극복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최근 1∼2년새 차세대시스템을 완료한 은행의 경우 모두 C기반의 계정계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자바의 갈 길은 먼 상황이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이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진행하면서 계정계에 뱅스(BANCS)를 도입했고 대구은행이 애니프레임 기반으로 계정계를 구축했다. 뱅스와 애니프레임 모두 C언어 기반의 플랫폼이다.
저축은행과 증권사들의 계정계 자바 채택이 본격화되는 와중에도 은행들은 C기반의 계정계 구축을 진행한 것. 따라서 업계에서는 현재 포스트 차세대시스템을 진행하고 있는 기업은행의 시스템 오픈 이후 자바 기반의 계정계 시스템 확산 가능성을 타진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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