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마비,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시작되면 은행의 IT기획 담당자들도 바빠집니다. 9월 중하순부터는 내년 IT투자 계획과 관련한 밑그림을 그려야하기 때문이죠. 1차 IT사업기획안에는 제법 뭉칫돈이 들어갈만한 수십개의 사업이 구체적으로 나열됩니다.
이어 11월쯤 은행내 투자심의위원회 등 심의 기구 심의를 거쳐, 대부분 12월 중순쯤에는 최종 확정됩니다. 그러나 당초 1차 안에서 포함됐던 사업들이 최종 심의 단계에서 살아남는 것은 50%이하입니다.
물론 심의를 통해 차기년도 IT사업으로 확정됐다고하더라도 여기에서 실제 집행되는 비율은 평균 70% 정도입니다.
실제 상황에선 이런 저런 ‘예상치못한 변수’(?)들이 항상 생기기 때문입니다.
갑작스러운 컴플라이언스(규제) 이슈의 돌출, 합병 및 매각 등 내부 경영상의 변동, 그리고 최근 3.20 사태와 같은 대규모의 전산장애와 보안사고 등도 이러한 ‘예상치 변수’에 포함됩니다.
다만 은행 IT담당자의 얘기를 들어보면, 최근에는 이같은 은행IT투자의 실제집행율은 과거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는 않는 추세라고 합니다.
언뜻 바람직한 것 같지만 담당자의 얘기를 들어보면 속사정은 좀 다릅니다.
‘차세대시스템 사업이 완료된 이후부터는 가급적 보수적으로 IT예산을 편성하기 때문에 예산과 실제집행율간의 편차가 크지않고, 또한 지금은 구조적으로도 IT예산의 고정비 부문이 늘어나고 있어 앞으로는 IT예산의 실제 집행율이 높아지게 됐다’는 설명입니다. 이는 역으로 말해, 고정비 지출 비중이 커진만큼 신규 IT투자의 여력이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죠.
금융 IT업계 전문가들은 이미 국내 금융권의 경비성 예산 비중이 약 60%를 넘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물론 경비성 예산비중이 점점 늘어난다고해서 반드시 IT투자의 수준이 질적으로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예를들면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를 완결한 금융회사는 향후 몇 년간 IT투자 요인이 크게 발생하지 않는 것은 당연합니다.
한편으론 은행권의 IT투자 계획은 내년 마케팅 플랜을 짜야하는 IT업체들에게도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올해부터는 기존 3월 결산법인이었던 보험사들도 은행처럼 12월 결산법인이 되면서 내년 금융권 IT투자 플랜에 대한 관심이 앞당겨진 상황입니다.
과거에는 은행권이 차기년도의 IT이슈를 선도적으로 설정하면 보험 등 2금융권이 그것에 순차적으로 반응했던 모습이었지만 이제 이러한 양상도 어느정도 바뀔 것으로 예상됩니다.
◆내년 금융IT 기획에 영향을 미칠 변수들은? = 현재 시장의 관심사는 내년 금융권의 IT투자의 강도를 결정하게 될 변수들입니다. 그중 몇가지를 추려보도록 하겠습니다.
금융 IT투자의 강도를 결정하는 변수에는 물론 긍정적인것과 부정적인 것이 혼재돼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대체적으로 금융회사 IT기획 담당자, 금융 IT업계의 전문가들은 시장의 역동성이 높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내년 금융권 IT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것으로 예상되는 것들 중 네가지 정도를 꼽자면 ▲금융권의 실적부진 ▲금융 IT시장을 견인할 핵심 IT화두의 부재 ▲ 스마트 금융의 정체 ▲금융보안의 강화 정도가 예상됩니다.
이중 표면적으로는 금융권의 실적부진이 가장 직접적인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차세대시스템과 같은 사업이 아니라면 아무래도 실적이 신경쓰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 금융권 실적부진 심화, IT업계 “IT투자 혹한기” 우려 =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말이 빈발이 아니듯 실적이 좋지않으면 IT뿐만 아니라 모든 부분이 위축되기 마련입니다. 특히 금융 IT시장을 주도하는 은행권의 실적이 크게 부진한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우리금융그룹은 올해 상반기에 358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 지난해 같은 기간의 9679억원에 비해 63%나 떨어졌습니다. 신한지주는 올해 상반기 1조363억원의 당기순익을 시현, 전년동기대비 29% 감소했습니다. 포스트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IBK기업은행도 올해 상반기 4680억원의 당기순익을 시현했지만 전년 동기대비 7806억원 보다 40% 떨어진 312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금융IT 핵심 화두의 부재 = 현재 국내외 IT시장을 휩쓸고 있는 IT 화두는 단연 \'빅데이터\'를 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빅데이터에 대한 접근이 여전히 조심스럽고 소극적입니다.
넓게는 BI(비즈니스 인텔리전스)와 스토리지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빅데이터의 범주에 포함시키고 있지만 \'분석\'을 화두로 한 실질적인 의미에서의 빅데이터의 도입에 대해서는 여전히 관망세가 강하다는 평가입니다.
실제로도 금융회사 IT담당자들에게 내년 IT기획중 빅데이터와 관련한 투자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 아직 구체성을 띤 답변을 듣기가 쉽지않습니다.
다만 빅데이터의 개념을 기존 업무시스템이나 전자금융시스템, 리스크관리시스템, 사기방지시스템 등의 업그레이드에 폭넓게 활용하기위한 아이디어는 적지않게 제시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금융권 전반의 IT혁신을 견인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또 하나, 차세대시스템에 뒤이어 지난 2~3년간 국내 금융권 IT투자의 핵심 화두로 떠올랐던 \'스마트 금융(Smart Banking)\' 투자가 성장기를 지나 내년부터는 정체기에 접어들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지금까지 은행권의 관심을 모았던 스마트 브랜치(Smart Branch)의 경우, 이젠 시중은행 뿐만 아니라 지방은행까지도 가세할 정도로 더이상 차별화된 요소가 되지 않고 있기때문에 새로운 전략개발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더구나 스마트 브랜치의 수익성이 기대했던것보다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는 점은 은행에겐 큰 부담입니다. 올해까지도 스마트 브랜치를 포함해 관련 전산장비 도입 등 연관 예산이 눈에 띠었지만 내년에는 어떻게 반영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한편으론 지난 3.20 사이버테러 이후, 지난 7월 발표된 금융보안 종합대책 등의 영향으로 보안이 당분간 금융IT 시장을 견인할 모멘텀이 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보안 예산은 전체 IT예산의 10%를 넘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일단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이 많아 투자금액의 볼륨이 크지 않습니다. 오히려 보안 중심의 IT전략이 강화됨에 따라 IT투자에는 역효과를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금융 당국이 향후 전자금융 사고발생시 기관경고 등 금융회사의 책임을 크게 묻겠다고 엄포를 놓음에 따라 새로운 IT서비스의 개발을 위축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그것입니다. 내년 금융 IT시장의 윤곽이 구체적으로 그려지게 될 올해 4분기가 어느때보다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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