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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거위의 꿈

IT담당 기자생활을 하다보면 기업이 주최하는 글로벌 컨퍼런스에 참석할 기회가 종종 있다. 애플이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IBM, SAP 등 대부분의 유명 IT기업들은 자사의 고객이나 개발자, 파트너 등을 상대로 제품과 서비스, 전략 등을 소개하는 컨퍼런스를 연례적으로 개최한다.

주최 측은 이런 자리에서 새로 발표된 내용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질 수 있도록 IT담당기자나 블로거, 애널리스트 등을 초청하곤 한다.

10년이 넘는 기자 생활을 하면서 이런 자리에 여러차례 참석해 봤지만 기자를 초청한 회사는 모두 해외 기업이었다. SAP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미국기업이다. 소프트웨어나 인터넷 분야를 미국 기업들이 주도한다는 방증이다.

지금까지 온라인 게임을 제외한 한국 소프트웨어 및 인터넷 기업의 초청으로 글로벌 컨퍼런스에 참석한 경험은 없다. 한국 IT회사들이 국내 시장에만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국내 업체들이 해외 시장을 꿈꾸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번번이 실패하거나,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거위의 날고 싶은 꿈이었다.

어떤 국내 IT업체 대표들은 언젠가 글로벌 컨퍼런스를 개최해서 기자를 초청하겠다는 스스로의 바람이 담긴 약속을 하기도 했지만, 이 말은 들은 기자는 속으로 실현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단정하곤 했다.

그런데 기자는 이 기사를 현재 일본 도쿄에서 쓰고 있다. 일본 마이하마 앰피시어터에서 열린 ‘헬로, 프렌드 도쿄 2013’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서 이틀 전에 왔다. 이 행사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성과를 발표하고 새로운 전략과 서비스를 발표하는 자리다.

초청 기업은 네이버의 100% 자회사인 ‘라인 주식회사’다. 한국의 인터넷 기업이 초청해서 참석한 첫 글로벌 컨퍼런스인 셈이다. 이 행사에는 한국과 일본 기자를 비롯해 약 10개국의 IT담당기자 300명이 참석했다. 뉴욕타임즈와 같은 유명 신문사 기자도 포함도 있다.

‘라인’은 해외 언론들이 한국 회사의 SW관련 제품(서비스)에 관심을 나타낸 첫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지난 20여년의 한국 IT업계 역사상 해외시장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둔 첫 사례인 것이다.

물론 아직 라인이 글로벌 시장에서 완벽한 성공을 거뒀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지금까지 많은 성과를 보여줬고, 앞으로의 가능성도 적지 않다.

‘라인’은 한국 IT업계의 20년 꿈을 대표하고 있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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