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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제대로 알고 비판하자②] FTC는 왜 구글을 용인했나

네이버가 위기다. 매출과 이익이 줄어서가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언론사들이 네이버에 대한 비판 기사를 잇달아 쏟아내고 있다. 특정 기업에 주류 언론들이 번갈아가며 십자포화를 퍼붓는 사례는 언론사(史)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기업과 사회를 위한 대한 건강한 비판이 아니라 무언가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스러울 정도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비판이 사실에 기반해 있고, 합리적인 논거를 따르고 있다면, 그 비판은 정당하다. 그러나 <디지털데일리>는 일련의 비판 기사의 팩트(사실관계)가 진실과 다른 면이 많고, 반론이 충분히 담겨있지 않다고 판단한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주류 언론사들이 제기해 논란이 되고 있는 몇 가지 문제에 대해 사실과 다른 부분이 무엇인지,  오해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살펴보기 위해 ‘네이버, 제대로 알고 비판하자’ 특별기획을 진행한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지난 1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인터넷 검색 사업자의 독점 여부에 대한 매우 중요한 판단을 하나 내렸다. 구글이 검색 결과에 자사 콘텐츠를 먼저 노출한 행위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린 것이다.

예를 들어 구글 검색창에 ‘New York Weather(뉴욕 날씨)’라는 검색어를 입력해 보면, 뉴욕의 현재 기온, 강수량, 바람세기 등 날씨 정보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이런 콘텐츠들은 구글이 자체적으로 제작했거나, 특정 업체와 제휴를 맺고 제공하는 정보들이다.

이 콘텐츠 바로 아래에는 웨더닷컴(www.weather.com)의 링크가 나온다. 웨더닷컴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링크가 최상단에 노출될 기회임에도 구글의 자체 콘텐츠 때문에 이를 놓쳤다. 특히 검색 결과 첫화면에 기온, 강수량, 바람세기 등의 중요한 날씨 정보가 한 눈에 다 나타나기 때문에 웨더닷컴 링크가 클릭될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 웨더닷컴으로서는 구글이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했듯 FTC는 ‘무혐의’라고 판단했다. 왜 그랬을까?

FTC는 소비자 효용 측면에서 이를 설명했다.

오늘 뉴욕에 비가 오는지 궁금해서 구글에 검색어를 입력한 사람이라면, 바로 날씨 정보를 알고 싶어한다. 그러나 과거 구글에서 ‘New York Weather’를 검색했다면, 웨더닷컴 링크를 클릭하고 들어가야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반면 구글이 자체 콘텐츠를 보여줌에 따라 원하는 정보를 얻기까지의 과정이 한 단계 줄었다.

FTC가 구글에 대해 무혐의를 내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FTC의 존 리보위츠 위원장은 이에 대해 “반독점 법은 ‘개별 경쟁자’가 아니라 ‘경쟁(과정)’을 보호한다”고 말했다. 그는 “(구글의 행위는) 어디까지나 정보기능을 향상시킬 목적이었음을 확인했다”며 “사용자들의 편익을 증진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쟁법 전문가인 서울대 이상승 교수도 “경쟁법의 목적은 경쟁 과정의 보호를 통한 소비자 후생 증대”라면서 “ FTC는 구글의 행위로 경쟁 사업자에는 문제가 생겼지만, 사용자 편의성이 더 커졌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사례는 국내에도 고스란히 적용할 수 있다. “자체 콘텐츠를 우대한다”는 비판은 국내 인터넷 검색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네이버도 자주 듣는 비판이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최근 네이버를 조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상승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자체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문제 삼지 않는다”면서 “네이버나 다음의 자체 콘텐츠 확보 노력 자체는 문제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즉 이같은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은 ‘경쟁사의 손해 여부’가 아니라 ‘소비자의 후생 증진 여부’라는 것이다. 소비자 후생 증진없이 자체 콘텐츠를 앞세우는 것은 검색시장에서의 독점력을 남용하는 것이지만, 소비자 후생 증진이 동반된다면 정당한 경쟁 행위가 된다는 설명이다.

최근 네이버에 대한 일련의 언론 비판과 정치권의 규제 논의에서 빠진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네이버의 자체 콘텐츠로 인해 어느 업체가 얼머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의 관점이 아니라 ‘소비자가 얼마나 불편해졌는지’, ‘소비자 후생이 얼마나 떨어졌는지’의 관점으로 비판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네이버 부동산이다. 네이버가 부동산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경쟁 부동산 정보 포털 업체가 어려움을 겪게 됐다고 한다. 분명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소비자 후생은 어떻게 됐을까?

네이버 김상헌 대표는 “네이버가 부동산 정보를 제공하기 전에는 허위매물이 많아서 누가 더 사기를 잘 치냐의 경쟁일 수도 있었다”면서 “검색 사업자 입장에서는 허위 정보를 보여주는 것은 좋은 검색엔진이 아니기 때문에 조치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네이버 부동산은 검색 사업자가 이용자와의 관계에서 할 일을 한 것이라고 본다”면서 “다른 부동산 정보 포털이 확인매물 서비스를 한다면 중립적으로 검색 서비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김 대표의 주장처럼 네이버 부동산으로 소비자 후생이 증진됐는지는 단정할 수 없다. 때문에 네이버 부동산 서비스가 공정경쟁 원칙에 벗어나서 독점력을 남용하는 것은 아닌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는 있다.

다만 이를 판단하는 기준은 네이버에서 부동산 정보를 검색한 소비자들의 후생이 돼야 한다.

네이버가 정당하게 경쟁에 임했더라도, 경쟁 결과 어려움에 빠지는 사업자는 생길 수 있다. 중소 콘텐츠 업체들이 대기업과 경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상승 교수는 “(중소 콘텐츠 업체가) 시장에서 죽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다면 정부 예산으로 이들을 지원할 수는 있다”면서 “그러나 이를 이유로 (네이버를) 규제하는 것은 안 된다”고 말했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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