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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이상승 교수 “네이버 규제 신중하게 접근해야”

“독점 남용에 대한 규제는 필요하지만, 정당한 경쟁과 부당한 힘의 남용을 구분해야 합니다. 전자는 권하고 후자는 막는 규제가 필요합니다”

11일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소가 개최한 '공정과 상생의 인터넷산업을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발제자로 참여한 이상승 서울대 교수는 최근 인터넷 포털 네이버 규제 움직임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정당한 방법으로 경쟁하나 부당한 방법으로 경쟁하나 (특정) 경쟁상대는 피해를 입게 된다”면서 “그러나 경쟁법의 목표는 경쟁 사업자의 보호가 아니라 경쟁 과정의 보호”라고 강조했다.

네이버의 경쟁력에 의해 피해를 입게 되는 업체가 있더라도 경쟁 과정이 정당하다면 규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경쟁과정이 불공정하면 당연히 제재해야 한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중국, 러시아를 제외하면 자국 검색 서비스가 1위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면서 “이유는 여러 개 있겠지만 결국 네이버가 국내 사용자 구미에 맞는 다양한 서비스 출시한 것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검색엔진은 고착효과가 약하기 때문에 다른 검색엔진으로 전환이 쉽다”면서 “포털이나 검색엔진 서비스 업체는 기존 서비스의 품질을 향상하고, 끊임없이 개선해야 하는 등 지속적으로 경쟁에 노출돼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교수는 “정당한 방법으로 취득한 시장점유율이라도 부당한 힘을 남용하면 안된다”면서 “새로운 서비스 개발, 소비자 질 개선, 가격 인하 노력한다면 격려하고, 끼워팔기, 배타적 계약, 콘텐츠 제공업체들에게 불이익, 소비자 오도한다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검색과 광고의 구분 ▲검색 중립성 ▲벤처 생태계 측면에서 이번 사안을 바라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검색과 광고를 모호하게 표현하는 것은 소비자 기만일 수 있다”면서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네이버 등 국내 포털의 경우, 광고에 ‘AD’라고 표시돼 있는데 이는 영어이고, 표시가 작아서 소비자를 기만할 가능성이 있다고 이 교수는 판단했다. 반면 구글은 광고의 배경색이 다르고, AD라는 표현은 영어권 사용자 누구나 아는 광고라는 표현이다.

검색 중립성에 대해 이 교수는 “검색의 본질은 순위를 정하는 것으로 본질적으로 중립적일 수는 없다”면서 “검색엔진 사업자가 어떤 기준으로 순위를 정할 것인지는 자율”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교수는 검색 엔진 사업자가 자사 콘텐츠를 우대하는 것은 논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FTC에 따르면, 자사 콘텐츠가 우선 보여져 경쟁 업체가 피해를 입었더라도 소비자 효용이 더 크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구글에서 ‘서울 날씨’를 검색하면 날씨 정보 사이트보다 구글의 자체 콘텐츠가 먼저 나타나지만, 소비자 효용이 더 높기 때문에 괜찮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다만 “소비자 편의 제고 효과가 없는 상황에서 자체 콘텐츠를 먼저 보여주는 것은 경쟁 배제”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검색 사업자가 자체 콘텐츠를 만드는 것에 대해 문제를 삼지 않는다”면서 “네이버나 다음의 자체 콘텐츠 확보 노력을 문제시 할 수는 없으며, 개방하라는 명령도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벤처 생태계 조성 및 상생에 관해서도 이 교수는 많은 면에서 네이버의 손을 들어줬다.

이 교수는 “웹툰이나 소설 콘텐츠를 포털이 제공하는 것은 끊임 없이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하고, 공급하려는 노력”이라면서 “네이버로 인해 다른 만화 서비스 업체가 피해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소비자의 선택이지 경쟁법의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는 만화 유통 채널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하는 것일 뿐”이라면서 “만약 독립 만화 사이트나 오프라인 만화가 죽는 것이 사회 문제가 된다면 정부가 예산을 들여 지원을 해야지 포털을 규제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네이버의 오픈마켓 진출에 대해서도 이 교수는 “수직 계열화 전략의 하나”라면서 “오히려 이베이가 주도하고 있는 시장에서 네이버의 진출로 경쟁이 활성화 돼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네이버 부동산의 경우 이 교수는 “어려운 문제”라고 말하면서 “네이버가 처음에는 개방 정책을 펼치다가 갑자기 폐쇄했다면 문제지만, 네이버 측의 주장처럼 허위 매물 때문이라면 정당한 경쟁”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벤처 생태계를 위해서는 포털 규제보다는 민사소송법에 증거개시 제도를 도입하거나 벤처 캐피탈을 활성화 시키는 방안이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미국의 경우 대기업이 벤처 기업의 기술을 베끼면, 당장 소송에 돌입하고 증거개시 명령이 떨어진다”면서 “대기업의 횡포가 있다면 쉽게 소송을 제기해서 피해 구제받을 수 있는 ‘무기 대등의 원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은 포털 규제 입법 의지를 강하게 나타냈다.

김 의원은 “5~6년 전에도 비슷한 논의가 있었지만 흐지부지 됐는데 이번에는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한다”고 말했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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