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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이 말한 ‘차세대 메모리’의 가능성과 과제

[IT 전문 블로그 미디어=딜라이트닷넷]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세계 유수의 반도체 업체들이 차세대 메모리(P램·Re램·STT-M램)의 연구개발(R&D)에 힘을 쏟고 있다. D램과 낸드플래시의 미세공정 수준이 조만간 한계치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선 오는 2015~2016년 차세대 메모리가 상용화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아래 자료는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이 지난해 8월(당시 부사장) 미국 산타클라라에서 개최된 ‘플래시메모리서밋2012’에서 강연한 내용이 담긴 슬라이드다. 강연 주제는 ‘새로운 메모리 기술에 관한 전망’(Prospect for New Memory Technology)이다. 박 사장은 최고기술책임자(CTO)였던 부사장 시절 국내외 학회 등에서 다양한 강연 활동을 했다. 일년 가까이 지난 자료지만 차세대 메모리가 시장에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강연 초반은 “차세대 메모리로 갈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한 언급이 이뤄진다. 위 슬라이드는 D램 가격 동향이다. 공정 미세화를 거치면서 메모리 용량(bit)당 원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1991년부터 2011년까지 연 평균 33%씩 가격이 떨어졌다. 그러나 2y나노 세대로 접어든 2012년부터는 가격 떨어지는 속도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성능개선 지연, 전하를 저장하는 커패시터의 A/R(Aspect Ratio) 문제로 미세공정 전환 속도가 늦춰지고 있는 것이 이유다.


D램은 전하의 저장 유무로 1과 0을 판단하는 커패시터의 용량을 사수하는 것이 도전 과제다. 이는 EUV 노광 장비의 성능 개선 지연과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공정 미세화가 이뤄질 수록 셀 면적은 좁아진다. 그간 D램 업체들은 좁아진 셀 면적 위에서 커패시터를 수직으로 길죽하게 늘어올리는 방법으로 용량을 사수해왔다. 커패시터 용량이 줄어들면 데이터 보관 시간이 짧아지고 전력 누출량은 증가해 불량율이 높아진다. 따라서 용량 사수는 무조건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3x나노대 D램 커패시터의 A/R(바닥 면적과 높이 비율)은 25다. 현재 기술 그대로 10나노대로 접어들 경우 커패시터의 A/R(바닥 면적과 높이 비율)은 100이 넘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와 있다. 100이라는 A/R 비율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다. 162층, 높이가 828m인 세계 최고층 건물 두바이 부르즈 할리파의 A/R 비율은 단지 6에 그친다.




낸드플래시도 매년 50%씩 용량 밀도를 늘려왔다. 용량 밀도를 늘리면 그 만큼 원가가 저렴해진다. 그러나 현재 플로팅게이트 방식을 고수한다면 낸드플래시의 선폭 미세화 역시 한계에 부닥칠 가능성이 높다. 미세화가 이뤄질 수록 셀 하나당 축적할 수 있는 전자(Electrons)의 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전자의 수가 줄어들면 셀을 제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60나노대 낸드플래시는 100여개의 전자를 축적할 수 있었지만, 10나노대에서 축적할 수 있는 전자 수는 10개에 그친다.



축적할 수 있는 전자의 수가 줄어드는 것 외에도 셀간 간섭 현상 등도 낸드플래시의 미세화를 가로막는 장벽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나온 것이 메모리 칩을 수직으로 쌓아 집적도를 높이는 3D 적층 낸드플래시 기술이다.


3D 적층 낸드플래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도시바, 마이크론 모두 R&D를 진행하고 있다. 도시바가 2007년, 삼성전자는 2009년, SK하이닉스는 2010년, 마이크론은 2011년 반도체 학회 등에서 자사의 3D 낸드플래시 기술을 공개했다. 적층 방식이라는 점에서 4개 회사 모두 공통점을 갖고 있으나 세부 기술 방식은 각각 다르다. 그러나 3D 낸드플래시가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라고 박 사장은 설명하고 있다. 3D 낸드플래시는 다층으로 쌓다보니 공정상 복잡도가 올라가고 정상 수율을 확보하는 것이 어렵다. 장비 투자 비용도 상당하다. 데이터 보존 능력 역시 떨어진다.


차세대 메모리는 D램과 낸드플래시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모두 비휘발성이어서 데이터 유지 능력 및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아울러 시스템 성능 역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잠재력이 있다.


차세대 메모리로 불리는 P램·Re램·STT-M램의 역할은 왼쪽 그림과 같다. STT-M램은 속도가 빨라 D램에 가깝고, 데이터 기록 밀도가 높은 Re램은 낸드에 가깝다. P램은 D램과 낸드의 중간에 위치한다.


차세대 메모리가 서버에 탑재된다고 보면, 각각의 쓰임새는 위 그림과 같다. L3 캐시 및 D램을 대체할 워킹 메모리에 STT-M램이 후보군으로 올라와 있다. 하드디스크를 대체할 용도로는 데이터 기록 밀도가 높은 P램과 Re램이 후보다.


P램은 물질의 상(相) 변화를 이용한 차세대 메모리다. 물질의 상이 비결정에서 결정질로 변할 때 1비트를 얻는 방식으로 동작한다. P램의 소재로는 게르마늄(Ge)-안티몬(Sb)-텔루륨(Te)이 쓰인다. 이들 재료는 비교적 널리 알려져있기 때문에 안정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5나노대까지 선폭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D램처럼 사용하기 위해서는 비용을 D램 대비 절반 가량으로 낮춰야 한다. 동작시 전력소모량을 낮춰야 하는 문제도 남아 있다.

STT-M램은 D램을 대체할 가능성이 높은 차세대 메모리다. 자성체에 전류를 가해 발생한 전자회전을 이용, 저항 값의 크기에 따라 데이터를 기록하고 보존한다. 전원을 꺼도 데이터가 지워지지 않는 비휘발성인데다 고속 동작이 가능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10나노대까지 선폭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D램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생산 원가를 더 낮춰야 한다. 지금은 D램보다 원가가 높다. 속도, 소모전력, 대역폭 모두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Re램은 전기적 저항 특성이 외부 전압이나 전류에 따라 변화하는 원리를 이용한 비휘발성 메모리다. 낸드플래시의 속도 및 대용량화 한계를 모두 극복할 수 있고 전력소모량 역시 낮출 수 있는 차세대 메모리로 알려져 있다. 추후 하드디스크와 낸드플래시를 대체할 스토리지 제품군에 탑재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불분명한 스위칭 메커니즘을 밝혀내는 것이 과제다. P램, M램 상용화 이후 가장 늦게 선보여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차세대 메모리 전략을 보여주는 슬라이드다. STT-M램이 기존 D램과 S램을 대체하고, Re램은 낸드플래시와 하드디스크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회사는 생각하고 있다. P램은 새로운 메모리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SK하이닉스는 차세대 메모리 분야에서 세계 굴지의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다. STT-M램은 도시바와, P램은 IBM과, Re램은 HP와 공동 개발을 진행한다. 중요한 건 컨트롤러다. 컨트롤러 기술은 메모리의 성능을 좌우한다.


작년 6월 SK하이닉스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반도체 설계 업체인 LAMD(Link A Media Devices)를 약 29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LAMD는 차세대 메모리를 동작시키는 컨트롤러를 개발하고 있다. LAMD 인수는 차세대 메모리 시장에서 완벽하게 주도권을 쥐겠다는 SK하이닉스의 의지인 셈이다.


[한주엽기자 블로그=Consumer&Prosu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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