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25일 출범한다. 창조경제로 성장 및 고용창출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새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통신시장의 경우 이동통신 가입비 폐지,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 활성화, 데이터 기반 요금제 실현 등이 향후 5년간 주요 국정과제로 제시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가입비 폐지 등의 정책의 경우 과거 반복돼왔던 인위적인 요금인하 정책의 반복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m-VoIP 활성화 등 망중립성 등 글로벌 트렌드와 공조해야 하는 정책들도 존재한다. 단기 성과를 내려는 정책은 산업에도 소비자에게도 이득이 없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디지털데일리>는 박근혜 정부가 제시한 통신요금과 관련한 정책의 문제점과 제대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어떠한 접근전략이 필요한지를 집중 진단해 본다. <편집자 주>
[긴급진단/박근혜 정부 통신요금 정책 어떻게?②]
- 가입비 폐지, 전체 이동통신 사용자 20%만 수혜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의 통신요금과 관련한 대표적 정책은 이동통신 가입비 폐지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2015년까지 단계적 가입비 폐지를 제안했고 실제 주요 국정과제로 채택됐다.
가입비는 신규 가입 처리에 발생하는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받는다. 신규 가입자 개통 업무처리 등에 필요한 전산시스템 운영, 인건비, 서비스 안내 가이드 북 등 신규 가입자 유치에 필요한 최소한의 실비용 보존 차원이다.
업종을 불문하고 신규 진입 가입자에 대해서는 이런 비용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학교 입학금이 대표적이다. 대학마다 학사행정 관련 비용을 초기에 일괄적으로 징수한다. 학교마다 입학금은 다르다.
통신사가 받는 가입비는 회사 별로 차이가 있다. SK텔레콤 3만9600원 KT 2만4000원 LG유플러스 3만원이다. 전 세계적으로 대부분의 국가 통신사가 가입비를 받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국내 이동전화 점유율 1위 통신사 가입비 비교에 따르면 한국 SK텔레콤은 달러화 기준 7번째 구매력평가환율(PPP) 기준 15번째로 가입비가 낮다.
박근혜 정부가 가입비 폐지를 추진하는 이유는 가계 통신비 부담이 너무 높다는 인식 탓이다.
작년 통계청 조사 결과 가구당 통신비 부담액은 월 14만원에 육박한다. 적게는 2만4000원 크게는 3만9600원인 가입비를 폐지하면 당장 가시적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새누리당의 접근법이다.
그러나 소비자와 업계 모두 이 방안이 가계 통신비 부담을 완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물음표를 찍고 있다.
가입비 폐지는 대부분의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별로 없다. 가입비는 통신사 가입 당시 최초 1회에 한해 지불하는 비용이다.
전체 이동통신 사용자는 5300만명을 넘었다. 이미 휴대폰을 쓸 수 있는 대부분은 통신사에 가입한 상태다. 통신사를 옮겨 수시로 휴대폰을 바꾸는 사람만 수혜를 받는다. 휴대폰을 싸게 구입하고 되파는 이용자도 득을 본다. 작년 신규와 번호이동을 통해 가입비를 낸 사람은 1100만명 안팎. 전체 이동통신 인구의 20%만을 위한 정책이 되는 셈이다. 그나마 LG유플러스는 재가입자에게는 가입비를 받지 않는다.
통신사는 가입비 폐지가 경쟁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연간 4000억원 정도 매출액은 감소한다. 경쟁 심화와 매출 감소는 기존 가입자에게 줄 수 있었던 혜택을 주지 못하는 부메랑으로 다가온다. 가입비로 보전해 온 비용은 비용대로 추가 부담해야 한다. 휴대폰 업체는 이득을 볼 수도 있다. 가입비 폐지로 단말기 교체가 늘어날 수도 있어서다. 그러나 이 역시 장기적으로는 독이다. 통신사 여력이 떨어지면 1차 고객이 통신사인 제조사도 부담이 된다.
한편 이에 따라 새정부가 공약에 연연하지 않고 실제적 가계통신비 인하를 지원해 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위적 요금인하보다는 통신 3사가 공정 경쟁을 할 수 있는 제도와 감시망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가계통신비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만큼 소득공제 등 세제 혜택을 주는 방법도 검토해볼만하다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통신비 관련 부가가치세만 환급해주더라도 가계통신비는 10% 내려간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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