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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잡스 잔상 지운다…혁신 없는 혁신, 아이패드미니 ‘이정표’

[IT 전문 블로그 미디어=딜라이트닷넷]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애플이 지난 23일(현지시각) 태블릿PC 신제품 2종을 공개했다. ‘아이패드미니’와 4세대 ‘아이패드’다. 2종의 신제품은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 사후 애플이 모바일 기기 시장에서 어떤 전략을 취할지 보여주는 이정표다. 특정 타깃이 아닌 대중에 대한 공략과 도전자가 아닌 방어자 입장에서 구사해야 하는 전략과 전술이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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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단말기 전략의 특징은 ‘마이 웨이(my way)’로 지칭할 수 있다. 마이 웨이의 특징은 3가지다. 경쟁사나 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1년에 1번 자신들이 원하는 시점에 신제품을 출시한다. 신제품은 전년에 나온 제품과 동일 가격을 유지한다. 전년에 나온 제품은 가격을 낮춰 보급형으로 판다.

이 전략은 제품 공급과 판매 주기를 최대한 길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안정된 부품 수급과 단가 인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완제품 재고를 최소화 할 수 있다. 개발비를 줄여 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다. 대신 확실한 구매자가 존재치 않으면 시도하기 어렵다. 신제품이 외면 받을 경우 대안이 없다. 시장 예측 능력도 필수다. 제대로 읽지 못하면 바로 벼랑이다. 특정 국가 특정 시장을 상대하기는 효율적이지만 전 세계 시장 불특정 다수를 상대하기는 불확실성이 크다.

이번 신제품은 혁신이 없다. 혁신이 없는 것이 혁신이다. 이번 제품은 소비자를 향한 혁신보다는 애플 자신과 업계에 대한 혁신이 담겨있다.

태블릿 시장에서 애플은 압도적 1위다. 혁신으로 시장을 선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 위치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삼성전자에 이어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새로운 도전자가 연이어 출몰했다. 이중 아마존은 기존 아이패드보다 작은 7인치 시장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했다. 애플은 당초 태블릿을 휴대용 기기라기보다 보다 편한 노트북으로 여겼다. 9.7인치를 고수했던 이유다. 하지만 시장은 애플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9.7인치만으로 대응하기는 쉽지 않았다. 사람들은 이동하면서도 태블릿을 쓰길 원했다. 휴대를 간과할 경우 거실마저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은  7.9인치 아이패드미니의 등장을 불렀다.

애플은 MP3플레이어에서 제품군 확대 전략으로 경쟁사 진입을 성공적으로 차단한 경험이 있다.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기반 ‘아이팟’은 MP3P시장에서 견고한 애플의 자리를 만들었다. 경쟁사는 휴대성 또는 동영상 재생 등을 무기로 도전장을 던졌다. 애플은 이에 대항해 플래시메모리와 터치스크린 화면을 갖춘 ‘아이팟 터치’, 휴대성을 강조한 ‘아이팟 나노’로 외연을 넓혔다. 전 세계 MP3P 시장은 애플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했다.

애플이 지속적으로 공격을 당해온 ‘부품 업체에 대한 과도한 단가 인하 압력’을 해결하기 위한 고민도 엿보인다. 아이패드미니는 ‘아이패드2’의 축소판 4세대 아이패드는 ‘뉴아이패드’의 변형이다.

아이패드미니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디스플레이를 아이패드2와 공유한다. 디스플레이 크기만 다를 뿐이다. 4세대 아이패드는 뉴아이패드의 디스플레이를 그대로 쓴다. AP만 바뀌었다. 두 제품 모두 디스플레이 제조사가 새로운 공정 개발 필요 없이 같은 라인에서 제조가 가능하다. 나머지 부품도 대부분 그렇다. 더 많은 물량을 부품사에 보장해줄 수 있게 된 셈이다. 세트 업체로서 취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전술이다. 위탁생산이라는 애플의 특성상 공정을 크게 바꿀 필요 없는 것 역시 장점이다. 소비자는 아쉽지만 애플과 협력업체는 이익이다.

뉴아이패드는 단종시켰다. 뉴아이패드는 지난 4월 발표됐다. 판매기간으로 따지면 6개월 만에 단종이다. 반쪽 롱텀에볼루션(LTE) 기기를 보급형으로 끌고 가느니 한 세대 전 아이패드2를 보급형으로 유지하는 것이 애플로서는 이득이다. 아이패드2와 뉴아이패드가 사실 별다를 게 없었다는 것을 인정하기는 잡스의 애플이었다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팀 쿡의 애플이 잡스의 신제품 개발 철학은 물론 경영전략까지 모두 떨쳐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다.

아이패드미니와 4세대 아이패드 출시는 스마트폰 ‘아이폰5’ 측면 지원 성격도 강하다. 아이폰5는 애플이 모바일 기기 연결 표준으로 삼았던 30핀을 버리고 8핀 커넥터(라이트닝 커넥터)를 내장한 첫 모델이다. 아이폰5와 함께 신제품 아이팟 시리즈도 8핀으로 갈아탔다. 아이패드미니와 4세대 아이패드도 마찬가지다. 일거에 주력 제품군 모두를 8핀으로 바꿈으로써 주변기기 업체의 불확실성을 해소했다. 주변기기 업체는 이제 고심할 필요없이 8핀으로 전환하면 된다. 애플의 강점 중 하나인 제3의 하드웨어 주변기기 생태계를 8핀 위주로 변화시키기 위한 마침표를 찍었다.

애플의 새 전략은 성공할 것인가. 아직은 미지수다. 애플이 맞서야 하는 7인치 시장 경쟁자 제품의 가격에 비해 아이패드미니 가격이 200달러 가량 높다. 보급형 위주로 형성된 7인치에 프리미엄이 얼마나 힘을 발휘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7.9인치가 9.7인치 시장을 잡아먹을 확률도 높다. 경쟁사는 못 팔던 것을 파니 상관없지만 애플은 비싸게 팔던 것을 싸게 팔아야하니 실적에 악영향이다.

하지만 성공여부와 관계없이 애플의 이번 모습은 스마트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스마트폰은 태블릿보다 더 변화에 민감하고 시장과 타깃에 따라 특성이 다르다. 단적인 예는 화면 크기다. 애플은 4인치에 머물러 있지만 안드로이드 진영은 5.5인치까지 터전을 넓혔다. 스마트폰 대형화는 장기적으로 애플이 강자인 태블릿을 위협할 수도 있다.

애플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애플이 제조업을 확대하는 한 넘어야 할 산이다. 휴대폰의 경우 이 산을 넘지 못해 노키아 모토로라모빌리티 소니모바일커뮤니케이션스 LG전자 HTC 림 등이 고전의 늪에 빠졌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생리상 늪에 한 번 빠진 업체는 다시 헤어나기 쉽지 않다.

[윤상호기자 블로그=Digital 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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