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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사업 발주처 흔드는 은밀한 유혹 ‘보상제안’…성공률은?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IT전문 미디어블로그 = 딜라이트닷넷]

 

최근 국내 금융권의 IT시장도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내 금융 IT시장 규모가 전체적으로 한 해 4조원대 안팎 이라고는 하지만 올해는 어느 해보다 어려움을 호소하는 IT업체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금융권의 IT투자 심리는 예년과 비교해 많이 경색된 상황입니다. 유럽발 금융위기의 여진, 경기침체, 선거 정국에 따른 정책의 불확실성까지 악재란 악재는 다 깔려있는 듯 합니다.


당연히 IT사업의 규모를 떠나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간의 경쟁도 어느때보다 치열합니다. 특히 지난 5월 SW산업 진흥법의 개정으로,  공공 IT사업 부문에서 불안감을 느낀 IT서비스 업체들이 금융 IT시장쪽에 더 전력을 쏟으면서 경쟁은 더 격화되고 있는 듯 합니다.  충분히 예상했던 '풍선효과'입니다.

 

더불어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금융권에서 발주된 IT사업을 둘러싸고 잡음도 예년에 비해 늘어난 느낌입니다.

 

사업을 따내기 위해 ‘입찰 제안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추는 것은 새삼스러울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전혀 IT와는 상관없는 ‘보상’ 제안 전략이 동원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IT사업자로 선정될 경우 ‘우리 회사 퇴직연금을 몰아주겠다’ 라든가, ‘회사 주거래은행, 예금, 월급결제 통장을 바꿔주겠다’, ‘신용카드 계좌를 몇천개 개설해 주겠다’는 하는 것들입니다.

 

금융 IT실무자들은 흔히 이를 ‘꺽기’라고 표현합니다. 통상적으로 금융회사가 선이자를 떼고 대출해주는 것을 '꺽기'라고 합니다. 이를 IT사업 발주에 응용한 것입니다. 

 

금융회사 마다 조금씩 표현이 다르기는 하지만 이를 ‘기여도’ 평가항목으로 사실상 공식화해놓고 있습니다.

 

금융회사의 입장에서보면 이같은 IT사업 수주를 담보로 제시되는 IT업체의 '보상 제안'에 귀가 솔깃해 질 수 밖에 없습니다.

 

가뜩이나 요즘처럼 비즈니스 환경도 좋지않은데 신용도가 좋은 대기업 고객을 유치하는 것은 좋으면 좋았지 나쁠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과연 이같은 ‘유혹’이 실제로 IT사업 수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까요?

 

이 부분에서는 금융권 및 관련 IT업계의 사람들의 견해가 많이 엇갈립니다.  하지만 굳이 결론을 내려보자면 실제 IT사업자를 선정하는 데 있어 이같은 ‘보상 제안’은 큰 효력을 발휘하지는 않는다는게 대체적인 견해입니다. 예상밖입니다.

 

그 이유에 대해 은행원 출신의 한 IT업계 관계자는 몇가지 측면에서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를 사안별로 나열해 보겠습니다.

 

1. “IT사업 의사결정에는 반드시 책임이 뒤따른다”....'보상제안’ 파괴력 크지 않다= 규모가 큰 은행을 예로들면 IT사업은 규모에 따라서 IT부서장, CIO, 은행장 선까지 의사결정 범위가 달라집니다.

 

하지만 사업의 대소나 경중을 떠나 그 의사결정의 결과에 반드시 책임이 따릅니다. 때문에 단순히 영업적인 측면에서의 웬만한 보상 제안이 들어온다하더라도 그 자체로 IT사업자 선정에 있어 메리트는 높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도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가 연기되거나 실패했을 경우 의사결정 담당자들이 문책을 당하거나 관련 IT업체가 상당한 금액의 패널티를 적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2. “IT사업과 영업적인 보상은 별개다”= IT는 어디까지나 기술적인 영역입니다. 따라서 보상제안이 제시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참고사항일 뿐이라는 견해입니다.

 

IT투자는 엄격하게 업무 프로세스의 최적화에 따른 비용절감효과, 업무생산성 개선 효과 등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IT사업을 추진하는 IT실무자의 입장에선 영업측면에서의 일시적인 ‘보상’이 크게 달가울 것도 없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기여도’ 항목을 평가하고 있는 한 은행의 담당자는 “(기여도에 대한) 배점 자체가 크지 않다 ”고 밝혔습니다. 역시 대세는 기술점수와 가격점수에서 결정된다는 것이죠.

 

대형 금융회사의 경우, 일정규모 이상의 IT사업에 대해서는 경영진 전체가 참여하는  투자심의원회를 개최합니다. 하지만 투자심의위원회의 역할은 ‘IT사업 추진의 적정성’ 등 전략적인 부분에 맞춰져 있을뿐 보상 제안의 경중을 따지거나 수익을 논하는 자리는 아닙니다.     

 

 3. “물론 같은 조건이면 기여도 큰 회사가 유리”= 물론 이같은 ‘보상 제안’이 전혀 위력이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입찰 업체들의 기술적인 차별성이 거의 없거나 제안조건이 비슷하다면 당연히 기여도가 높은 업체가 유리하다”고 말했습니다.

 

금융회사가 추진하는 많은 IT사업중 ‘기술적인 차별성’이 별로 없는 사업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예를 들면 단순한 장비 도입이라든가 금융자동화 관련 기기, 유지보수 및 용역서비스, 통신서비스 등이 그렇습니다. 

 

그런 분야에서는 이같은 '기여도'평가가 실제로 사업자 선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4. “중소 금융회사는 유혹에 노출될 수 있을 것” = 물론 모든 금융회사가 입찰에 참여하는 IT업체들의 ‘보상 제안’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처럼 대형 금융회사의 경우, 보상제안은 크게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겠지만 영업 실적이 아쉬운 중소 금융회사들에게는 IT사업의 의사결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꼭 금융상품을 유치해주겠다는 ‘보상 제안’이 아니더라도 IT업체가 정상가격을 벗어나 과도한 조건으로 장비와 용역을 제안하는 것도 넓게 보면 불공정하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5. 결국은 금융회사 IT오너십의 문제 = 결국 금융회사가 IT사업에 있어 은밀한 유혹을 견뎌내는 것은 당연한 얘기지만 ‘오너십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같은 값이면 기여도가 높은 업체를 선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분명한 것은 IT사업에 있어 보상제안은 어디까지나 '본질'에선 벗어나 있는 고려 요소라는 점입니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IT대기업이라고해서 무조건 이같은 '보상 제안'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룹내 오너십이 강한 회사에서나 가능한 얘기라는 것이죠. 한 IT업체 관계자는 "요즘은 대기업들이 윤리경영이 강조되다보니 사업수주의 댓가성으로 인식되는 '보상 제안'에 대해 소극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보상제안이 적절한 관행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과는 별개로 분명하게 인식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IT 대기업과는 달리 회사 규모가 작아서 보상 제안 자체가 불가능한 중소 IT업체에게는 이같은 '기여도' 항목은 또 다른 불공정한 장벽이라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암묵적으로 존재했던 간에, 또는 ‘기여도’ 평가와 같이 명시적으로 존재했던 간에 보상제안은 없어져야할 좋지않은 관행입니다. 

 

[박기록 기자의 블로그= IT와 人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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