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볕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최근 금융권의 분위기는 냉랭하기만 하다. 대형 은행들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선언이 속속 이어지고 있고, 2금융권에서는 긴축경영 기조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가뜩이나 시원찮던 IT투자 분위기가 더 냉각될 것이라는 우려가 금융 IT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디지털데일리>는 3회에 걸쳐 올 하반기 금융권의 IT투자 분위기를 진단해본다. <편집자주>
[진단/비상경영 금융권①] IT투자 경색 어느 정도?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금융권의 ‘비상경영 선언’은 거의 매년 빼놓지 않고 연례행사처럼 등장한다. 때문에 사실 무감각해진 측면도 있고, 위기의 강도를 짐작하기도 쉽지않다.
과거 국내 금융회사들은 비상경영 상황이 아닌데도 구조조정을 위한 사전작업의 일환으로, 또는 목표했던 경영수치가 미달할 것으로 예상될 때 외부 시장환경을 핑계삼아 수익성을 개선하기위한 차원에서 비상경영 선언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올해 금융권의 ‘비상경영’ 선언은 예년과는 다른 분위기가 읽혀진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해외에선 유로존의 금융위기가 여전하고 국내에선 가계부채, 부동산 경기의 침체로 인한 부동산 담보가치의 하락 등 금융권의 위기감이 커진 상황이다.
실제로 현장을 누비는 IT서비스업계의 금융사업부서 관계자들은 “(금융 IT)시장 상황이 정말 녹록치 않다”고 전하고 있다.
대형 IT서비스 업체들의 경우, 지난 5월 SW산업 진흥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로 인해 공공부문 사업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믿을 수 있는 곳은 연간 4조원대의 IT투자 예산이 배정되는 금융시장 뿐이다.
◆예년과는 다른 ‘비상경영’ 후폭풍, 불볕더위속 비용절감 한파 = 우리금융지주사는 최근 우리금융그룹의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비용절감을 독려하고 대규모 투자계획은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게 우리금융그룹의 전략. 이에 주력 계열사인 우리은행은 최근 사업부별로 예산절감 가이드라인과 세부안을 취합했으며, 관련하여 IT투자비용 절감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어 24일에는 농협중앙회의 신용-경제사업분리로 인해 새롭게 출범한 NH농협금융지주가 유럽금융위기의 지속, 경기침체와 수익성 악화에 대비한다는 것을 명분으로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NH농협금융지주의 경우, 올해가 농협금융 출범 초년도인 만큼 경영목표인 당기순이익 1조원 달성에 매진하겠다는 계획인데, 이를 위한 경영계획의 4대 방향으로 건전여신 확대, 비이자이익 확대, 리스크관리 강화, 일반경비 감축 등을 제시했다.
농협은행의 경우 올해 IT예산은 48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4500억원 수준보다는 약간 높게 잡혀있다. 농협은행의 IT예산에는 총 사업비 1000억원 규모의 보험부문 차세대시스템 추진, 향후 5년간 5000억원 규모의 IT인프라 보안성 강화 전략에 따라 추진되는 차세대 전산센터 건립 등이 일정 부분 반영돼 있다. 여기에 300억원 규모의 e금융시스템 전면 개편 등이 올해 핵심 IT사업으로 꼽힌다.
하지만 불황속에서도 NH농협금융이 ‘1조원 당기순이익’을 목표로 내세움에 따라 전사 차원에서 비용절감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사업비가 큰 IT부문에서도 일부 불요불급한 사업들은 조정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앞서 국내 최대 은행인 KB국민은행은 일찌감치 지난해 12월부터 시장환경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긴축경영 기조에 들어갔다. 실제로 이런 분위기를 반영 국민은행은 올해 IT투자액을 지난해(3000억원)보다 약 10% 줄인 2700억원 수준으로 책정했다.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 2~3년간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 CMBS(자본시장시스템), IFRS(국제회계기준)시스템 구축 등 굵직 굵직한 IT사업을 완료해 대규모의 IT투자 예산의 필요성이 없는 이유도 있지만 한편으론 금융시장 환경의 악화로 인해 신사업 창출이 늦어졌고 이 때문에 IT투자 예산을 공격적으로 편성하지 못한 이유도 동시에 존재한다.
◆2금융권도 하반기 긴축경영 기조 강화 = 은행뿐만 아니라 증권, 보험, 카드 등 2금융권에서도 업종을 불문하고 시장환경은 예년과 비교해 좋지 않은 상황이고 긴축경영 모드로 돌입한 상황이다.
증권업계의 경우 올해 1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절반 50%이상 이익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증시 침체로 증권업계의 실적악화는 이미 예견되 바 있는데 현대증권, KDB대우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의 경우 이같은 이익감소폭이 더 가파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증권사들은 긴축경영은 이미 올해초부터 본격화됐는데 실제로 올해 상반기에 예정됐던 IT투자가 하반기로 이월된 경우가 적지않았다. 서버 및 스트리지, 네트워크의 증설 등 주로 IT인프라의 고도화 측면에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IT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보험업계의 경우, 이달초 발표된 상장 보험사들의 2011 회계년도 실적 발표결과 평균적으로 당기순이익이 전년대비 13.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업계의 경우, 실적과는 상관없이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보험해약율의 증가, 보험사기의 증가 등을 이유가 리스크관리 기조가 강화되기 때문에 보험사기방지시스템, 데이터웨어하우스(DW)정비 등 특정 부문에 대한 고도화가 강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함께 모바일 업무지원시스템 확충 등 사업비 절감을 위한 분야에 IT투자가 강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신용카드업계는 최근 3~4년간 비교적 활발한 IT투자를 보여왔지만 역시 경기침체로 인한 영업실적 악화가 올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올해 상반기에 카드업계는 수익보전을 위해 부가서비스를 대폭 축소시킨 바 있다. 또한 올 하반기에는 카드 수수료 개편에 따른 추가적인 수익구조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밖에 지난해에 이어 저축은행업계의 추가 퇴출 파장 등 기타 2금융권의 분위기는 어느때보다 침체된 상황이다. 최근 금융 당국은 저축은행의 불법영업 관행을 뿌리뽑기위한 차원에서 기존 저축은행업계에서 개별적으로 운영되는 전산시스템을 저축은행 중앙회가 운영하는 시스템으로 단일하게 통합시키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저축은행업계로서는 IT투자 심리 위축이 불기피한 상황이다.
◆IT예산 삭감 불가피, 또 비용절감인가?=물론 '비상경영'이라고 해봐야 따지고 보면 특별한 것은 없다. 마른수건을 쥐어짜는 전통적인 방법뿐이다.
기존 예정됐던 경비를 줄이는 것이고, 특히 IT부문에선 연간 수백억원의 IT투자비를 책정했던 것에서 10%~20% 정도만 깍으면 비용절감 효과는 수치적으로 큰 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식의 접근, IT부문에 편성됐던 예산을 절감하는 식으로는 근본적인 IT투자를 통한 완전한 의미의 비용절감효과, 업무 프로세스 혁신을 통한 경쟁력 확보측면을 고려하지않는다는 측면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현재 국내 은행권에서 업무혁신 차원에서 과감하게 진행되고 있는 '페이퍼리스(Paperless)'프로젝트를 들 수 있다. 금융회사 페이퍼리스 프로젝트를 통해 내부적으로 업무 프로세스 혁신(PI)측면에서의 수익성 분석을 해보면 무작정 IT사업을 하지 않는 것이 비용절감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페이퍼리스는 이미지 인식 기술 등을 활용해 페이퍼리스, 업무자동화, 금융사고예방 등 창구업무의 프로세스 혁신을 꾀하고 전자문서관리시스템 구축을 통한 종이문서 사용량 및 종이문서 사용으로 인한 구매․보관비용을 감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우리은행은 올해 적극적인 전사 차원의 페이퍼리스 프로젝트를 추진함으로써 보다 큰 차원의 전사적 비용절감 효과를 거둘 계획이다.
현재 금융권에서 가장 발빠른 페이퍼리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곳은 우체국금융으로 오는 9월까지 사업을 완료할 예정이다. 우체국금융은 8월중 ‘종이없는 우체국금융 창구시스템’ 시범운영에 들어갈 방침이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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