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LG전자가 구형 3D TV의 ‘지상파 3D 방송 미수신’ 문제를 당분간 덮어두기로 했다. 시험 방송을 끝내고 본 방송이 시작되면 셋톱박스 지원 등의 활동을 벌일 예정이나 이러한 공백 기간 동안 해당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은 불만이 쌓일 것으로 보인다.
17일 LG전자는 자사 구형 3D TV의 지상파 3D 방송 미수신 문제와 관련해 “3D 시범방송의 신호 송출방식은 아직 표준화 되지 않았으며 계속 튜닝 중에 있다”며 “LG전자는 방송국에서 방송신호를 확정하는 시점에 셋톱박스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공식 밝혔다. 현 시점에선 사실상 지원책이 없다는 답변이다.
일부 언론에선 LG전자가 셋톱박스를 무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보도했지만 회사 측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며 “방송신호가 확정되는 시점에 유상으로 할 지, 무상으로 할 지를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3일부터 SBS, EBS 지상파 두 채널을 통해 새벽 시간에 3D 방송을 시험 송출하고 있다. 시험 방송은 별도 채널이 필요하고 해상도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기존 ‘사이드 바이 사이드’(좌우 영상 분리 송출) 대신 2D와 3D를 모두 수신할 수 있는 ‘듀얼스트림’ 방식을 활용한다. 듀얼스트림 방식은 전자통신연구원(ETRI)이 방통위와 합력해 개발했다.
기존 지상파 HD방송은 MPEG2 압축을 활용해 1920×1080i(19Mbps, 초당 19메가비트 전송) 해상도의 영상을 송출했다. 듀얼스트림은 왼쪽 영상을 MPEG2(1920×1080i, 11Mbps)로 압축해 송출하고, 남는 8Mbps의 대역폭은 압축률이 높은 MPEG4(H.264)를 활용, 오른쪽 영상으로 만들어 내보낸다. 3D TV가 아니라면 왼쪽 화면만 수신하므로 좌우가 분할되지 않은 깨끗한 영상을 볼 수 있다.
올해 모델을 제외한 LG전자의 구형 3D TV는 MPEG4 코덱을 지원하지 않아 이 같은 듀얼스트림 방식의 지상파 3D 방송을 볼 수 없다. LG전자 관계자는 “표준이 다소 뒤늦게 제정돼 MPEG4 코덱을 넣지 못한 것일 뿐, 고의적으로 해당 기능을 뺀 건 아니다”라며 “올해 출시된 신형 모델은 문제없이 쓸 수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방통위의 한 관계자는 “이미 지난 2009년 말부터 방통위 주재로 ETRI, 방송사, 제조사 등이 모여 ‘3D TV 실험방송 추진협의회’ 등을 구성하고 듀얼스트림 방식에 관해 논의한 만큼 표준으로 제정될 가능성이 높은 기술 방식을 몰랐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방통위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국내서 판매된 LG전자의 구형 3D TV는 약 30만대에 이른다. 관련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은 별도 셋톱박스를 설치해야만 지상파 3D 방송을 볼 수 있지만, LG전자는 본 방송이 시작하기 전까진 별도 지원 활동을 벌이지 않을 계획이다. 한 소비자는 “되면 된다, 아니면 아니다라고 홈페이지 등에 최소한의 고지는 해야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판매하는 3D TV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MPEG4 기능을 활성화시키면 듀얼스트림 방식의 지상파 3D 방송을 볼 수 있다. 하지만 MPEG4가 지원되지 않는 구형 3D PDP 모델 한 종에 대해서는 “조만간 셋톱박스 지원방안 등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통위는 4월 한 달간 지상파 3D 시험 방송을 실시한 뒤 오는 7~12월까지 3D 시범방송을 추가로 진행하고, 내년에는 3D 방송을 상시 내보낸다는 계획이다. 또한 미국디지털방송표준위원회(ATSC) 등을 통해 듀얼스트림 방식을 국제 표준으로 올려놓겠다는 것이 목표다.
듀얼스트림이 국제 표준으로 올라올 경우 삼성전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TV 제조업체들이 구형 제품의 호환성 문제를 풀기 위해 셋톱박스 지원 등의 해결책을 내놔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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