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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기로에 선 국내 네트워크 산업

[디지털데일리 이유지기자] 지난해 8월 지식경제부는 ‘IT 네트워크장비산업 발전전략’을 마련해 네트워크장비 산업을 육성해 오는 2015년 신(新)인터넷장비 주요생산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방안을 정부 위기관리대책회의에 보고했다.

그리고 1년 3개월이 지난 시점인 이달 1일 한국네트워크산업협회(KANI) 주관으로 열린 토론회에서는 ‘네트워크 산업 살리기’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회원사들인 국내 네트워크 업체와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지식경제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등 산업 관련 제도와 정책에 관여하는 주요 정부기관 관계자들이 모여 네트워크 산업 현황을 진단하고, 활성화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네트워크 산업의 위기나 침체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겠지만, 현재 처한 현실이 어느 때보다 암울하다는 업계의 체감을 이 자리에서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네트워크 업계 종사자들뿐만이 아니다. 정부 관계자들조차 답답한 심정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정보화 사회가 발전하고 모바일과 클라우드 컴퓨팅을 주축으로 사회에 변혁이 일어나면서 전세계적으로 네트워크·통신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도 열리고 있다. 네트워크의 중요성도 더욱 부각됐다.

하지만 국내 네트워크 산업의 현재는 이렇다. 이동통신 중계기 공급업체들은 최근 매출이 급감하면서 생존을 위해 전혀 다른 분야의 신사업을 모색하는 숫자가 늘어나고, 문닫는 곳들도 생겨나고 있다.

전세계 네트워크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위 글로벌 기업의 경쟁력은 더욱 높아지고 중국 등 외국 신생기업도 두드러진 약진을 보이고 있지만, 많은 국내 기업들은 자국 시장에서 시장을 잃어가고 있다.

국가·행정분야 정보통신망 국산 네트워크 장비의 도입률만 봐도 이같은 암담한 현실을 보여준다. 라우터는 0.8%, 스위치 11.4%, 보안장비는 69.5%로, 국가안보와 밀접한 이유로 각종 정책적 지원을 뒷받침해 줬던 보안업계가 월등히 나은 수준이다.

국산 장비를 쓰려 해도 코어 스위치 등 핵심 장비는 찾아보기 힘들고 단순 기능의 하단 장비만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다. 모바일과 클라우드, 융합화의 급속한 진전으로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지만 여기에서 기회를 모색할 준비도 안됐다.

정부 역시 산업 육성 정책을 만들려고 해도 현재의 업계나 시장 현황을 제대로 파악할만한 기초정보도 부재한 상황이라고 한다.

적정수익을 내지 못하는 업계는 연구개발(R&D) 투자를 제대로 하지 못해 점점 더 경쟁력이 약화되고 시장에서도 외면받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다.

그렇다고 자유무역협정(FTA) 시대에 국산 장비를 사용하도록 보호 장벽을 쳐줄 수도 없다.

지난해 네트워크 산업발전전략이 마련된 이후 지경부는 외산 장비 선호에 따른 국산 장비에 대한 차별적 인식이나 불공정한 사업 발주제도 등을 개선하기 위해 산하기관 IT네트워크장비 구축 운영 지침을 고시, 시행했다. 또 IT·네트워크 장비 업체 간 협력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도 있었다.

그러나 산업계는 좀 더 실질적이고 강력한 정책을 원하고 있다. 업계 스스로 돌파구를 찾아낼 의지가 충천하고, 소프트웨어나 보안 분야만큼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면, 또 정부가 네트워크 산업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 보다 적극적이고 발빠르게 실효성 있는 제도·정책적 방안을 찾아내야 할 시점이다.

1년 전에 비로소 마련한 네트워크 산업 발전전략도 재점검해야 할 것이다.

이번 ‘네트워크 산업 살리기 대 토론회’ 워크숍이 그 시발점이 됐다고 본다. 위기와 함께 찾아오는 기회를 잡아 변화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가 소비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생산 측면에서도 온전한 ‘IT강국 코리아’로 설 수 있다.

<이유지 기자> yj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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