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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LR로 사진·영상 장르 파괴 선봉… 이전호 작가의 외도(?)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7월 공개된 거미의 뮤직비디오 <러브레시피>를 본 누리꾼들은 “디지털카메라로도 이런 영상을 찍을 수 있는 것이냐”고 감탄했다. 이 뮤직비디오는 상업 사진 작가 이전호씨의 작품이다. 그는 니콘 DSLR 카메라 D5100과 콤팩트 디카 P300으로 이 뮤직비디오를 찍어냈다.

이전호 작가는 <올드보이>, <밀양>, <화려한 휴가> 등 100여편이 넘는 영화 포스터을 작업한, 상업 사진계에선 이미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이 작가는 기자와 만나 “DSLR 카메라에 동영상 촬영 기능이 탑재된 이후부터 사진(정지영상)과 동영상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며 “DSLR 카메라에 동영상 촬영 기능이 탑재되면서 사진과 영상의 장르가 파괴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DSLR로 찍은 영상은 색감이 좋은데다 초점이 맞는 범위(피사계 심도)가 얕아 일반 방송 카메라 대비 흐릿한 배경 처리가 용이하다. 밝은 렌즈를 촬영에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조명 없는 자연스러운 화면 연출도 할 수 있다. 영상 제작자들 사이에선 이미 DSLR 카메라가 표현력이 뛰어나다는 입소문이 나고 있다. 이전호 작가와 더불어 조선희·홍장현·최용빈 등 많은 사진 작가들이 영상 작업에 뛰어들며 장르를 파괴하고 있기도 하다.

이전호 작가에게 DSLR 카메라와 사진, 영상, 사진작가와 카메라 기사의 차이를 들어봤다.

Q 동영상 작업 하게 된 계기는?
- 카메라 역할이 컸다. DSLR 카메라에 동영상 기능이 탑재되면서 관련 작업도 하게 됐다. 조선희 작가 등 나 같은 사람이 꽤 있는 걸로 안다. 익숙한 도구가 동영상 촬영까지 되니 이쪽으로 들어오게 되는 것 같다. 앞으로 장르 파괴가 일어날거다.

Q 어떤 작업 했나
- 2009년 D3S에 동영상 기능이 탑재되면서 엘르TV에 패션 필름이라는 화보 영상을 찍었다. 거미와 알렉스 뮤직비디오도 찍었고 광고 촬영도 했다. 지난해 아디다스 겨울 광고를 DSLR로 찍었고 지금도 진행하고 있는 건이 있다.

Q 사진 작가와 방송 카메라 기사들의 세계는 다르지 않나. 그들 평가는?
- 많이 다르다. 그들 평가를 직접적으로 듣지는 못했다. 소비자 피드백은 많았다. 즉 댓글이다. 긍정적인 내용 많다. 색이 좋다. 신선하다 등. 나는 영상 촬영 룰을 모른다. 전신 찍고, 반신 찍고 얼굴 클로즈업 하는 게 보통인데 나는 얼굴 클로즈업 했다가 반신도 찍고… 그들이 보면 룰에 어긋난다고 할 수 있겠다. 좋게 보면 예상치를 깨니 신선한거고 나쁘게 보면 이게 뭐냐고 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고.

Q 그래도 차별점이 있을 것 같은데
- 작가주의가 있다. 나는 내 이름을 걸고 나만의 색깔로 사진을 찍어왔다. 지금 영상 작업을 하는 사진작가들도 다 마찬가지일 것으로 생각한다.

Q 사진 작업하고 동영상 작업하고 다르지 않나
- 시행착오 많았다. 포토샵으로 사진 보정할 때는 굉장히 정교하게 했다. 화장실에 앉아서 잡지에 실린 사진 한참 들여다보니 정교하게 안하면 안 된다. 그런데 동영상 작업을 그렇게 하니 작업 하나 하는 데 1년은 걸리겠더라. 아무래도 사진하고는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래도 화보 찍었던 경험이 보탬 많이 됐다. 화보 찍을 때는 12컷의 콘티를 미리 그려놓고 스토리를 짠다. 동영상 할 때도 15컷의 콘티 작업을 해놓고 기승전결을 표현한다.

Q 보통 작업하는 데 얼마나 걸리나
- 프로덕션에서 작업하면 2~3일 걸릴 것을 우리는 반나절이면 끝낸다. 납품까지 2주면 된다. 가격이 싸다고는 할 수 없지만 보다 유연하다. 예를 들어 예산이 한정돼 있다면 B급 혹은 C급 프로덕션을 쓸 수 밖에 없는 것을 우리는 품질 보장하면서 그에 맞출 수 있다.

Q 저렴한 것이 장점이겠다
- 그렇지 않다. 견적이라는 것은 우리가 정하는 게 아니라 광고주가 정하는 것이다. 한 프로젝트를 위해서 광고주가 얼마만큼의 예산을 책정했는가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1억원의 프로젝트를 A급 프로덕션에 의뢰하면 대부분 거절한다. 그 견적으로 당신들이 원하는 그림은 나올 수 없다고. 우리는 그 그림을 그릴 수 있다.

기존 프로덕션들은 내가 물을 흐린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게 시대의 대세가 됐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유명 사진 작가들 홈페이지 가보면 대부분 동영상 코너가 있다. 미디어가 바뀌니 새로운 요구가 생기는 것이다. 작가들의 색깔이 담긴 색깔있는 영상을 기대한다는 것이다.

Q 앞으로도 영상작업은 계속하나
- 이미 정지영상과 동영상 같이 진행되는 작업이 많다. 미디어가 변하고 있지 않나. 동영상을 필요로 하는 광고주가 많다. 예전처럼 멋진 사진만을 가지고 콘텐츠를 채우기에는 그릇이 너무 커졌다.

Q 지금 카메라 어떤 것을 쓰나
- 니콘 D3S 쓴다. 서브 카메라로는 콤팩트 제품인 P300을 쓴다. 거미 뮤직비디오 찍을 때는 P300을 개 목에 걸고 개의 시점에서 거미를 바라보도록 활용했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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