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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파수 경매 긴급진단] 예고된 1.8GHz 과열경쟁…‘승자의 저주’ 현실화

17일 국내에서 첫 주파수 경매제도가 시작됐다. 2.1GHz와 1.8GHz, 800MHz 등 3개 주파수 대역에 3개 통신사가 경매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통신3사 모두 확보하기를 희망했던 2.1GHz 대역의 경우 정부가 SKT와 KT의 참여를 배제함에 따라 LG유플러스의 무혈입성이 확정됐고 1.8GHz 대역에서는 SKT와 KT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양사의 경쟁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에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경매라는 것이 시장에서 가격을 결정해 사업자가 책임지는 구조지만 이번 경매는 국내 통신시장 상황과 정부의 정책기조를 감안할 때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디지털TV 여유대역인 700MHz의 회수재배치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고, 2.1GHz 위성대역 등을 확보해 사업자 선택 폭을 넓혀 경매제도의 유연성을 확보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또한 주파수 정책에 여러 정책이 혼합되다 보니 순수한 경매제 취지를 살릴 수 없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는 정부가 경매 과열을 부추긴 셈이 됐으며 중장기적인 안목이 결여됐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현재 주파수 경매제도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바람직한 주파수 할당방식을 조망해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과도한 경매가격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주파수를 확보한 사업자도, 그렇지 못한 사업자도 모두 패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17일 열린 주파수 경매에서 SK텔레콤과 KT는 1.8GHz 대역을 놓고 한 치 양보 없는 경쟁을 펼쳤다. 이날 양사는 오전 9시부터 11라운드에 걸쳐 경합했다. 그 결과 주파수 가격은 4455억원에서 4921억원으로 상승했다. 아직 경매가 종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라운드가 몇차까지 진행될지, 가격이 어디까지 상승할지는 양사의 CEO만이 알고 있다.

주파수는 이동통신사에게는 핵심경쟁력으로 꼽힌다. 800MHz 황금주파수 논란이 수년간 이어져왔고, 2.1GHz를 확보하지 못한 LG유플러스는 스마트폰 시대에서 상당기간 고전한 사례에서 보듯, 경쟁력 있는 주파수는 곧 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지곤 했다.

주파수 경매제도가 도입된 것도 바로 이 같은 이유에서였다.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장에서 가치를 정해보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시작부터 많은 논란을 낳았던 주파수경매는 마지막까지 많은 논란을 양산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가장 우려됐던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주파수 할당정책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한 경매 고유의 특성인 시장경쟁체제 역시 부정됐다는 점에서 논란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경매설계를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과열 경쟁에 따른 출혈 경매로 인해 소위 ‘승자의 저주’를 초래할 위험이 높고 이는 현실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자칫 경매의 역기능으로 인해 통신사업자가 안은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부작용을 초래할 뿐 아니라 통신산업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도 있다.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는 경매제도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이번 주파수 경매는 후발사업자에 대한 배려라는 경쟁정책과 요금인하 정책이 주파수정책과 결부돼 이뤄지면서 순수한 시장자율적인 경매가 부정된 채로 시작했다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이통3사 모두 간절히 원했던 2.1GHz에 경쟁정책을 도입, LG유플러스 단독입찰로 마무리 됐다. 가장 인기 있는 주파수를 한 개 사업자에게 몰아주며 나머지 사업자들은 그 보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한 주파수에 돈을 더 쓸 수 밖에 없게됐다.   

결국에는 SKT, KT 양사 중 한 곳이 1.8GHz를 확보하게 되겠지만 상처뿐인 영광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주파수를 확보한 사업자는 비싼 경매가격으로, 1.8GHz를 놓친 사업자는 늘어나는 데이터 트래픽에 대한 해결방안을 찾지 못해 고전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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