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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휴대폰 가격 정찰제’ 쉽지 않네…업계·소비자 ‘냉담’

- 실구매가 상승·현금 마케팅 기승…부작용 속출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KT가 이동통신 유통구조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리점, 유통점 별로 제각각인 휴대폰 가격을 투명하게 공개해 소비자가 대리점별로 불이익을 받지 않게하고, 보조금 규모 역시 공개해 소비자가 휴대폰 구매시 차별을 받지 않게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최근 KT가 야심차게 내놓은 휴대폰 가격 정찰제 ‘페어 프라이스(fair price)’ 제도는 좀처럼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KT 대리점은 물론 소비자와 업계 모두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선 인터넷 상품처럼 음성적 현금 마케팅이 나타나는 부작용까지 포착되고 있다.


페어 프라이스는 전국 매장에서 동일한 휴대폰은 동일한 가격에 판매하는 제도다. 기존에도 통신사는 매장에 각 휴대폰과 요금제별 지원금에 대한 정책을 통일해 지시해왔다. 그러나 각 매장은 자신이 받을 수 있는 이익의 일부를 보조금으로 지급해 사용자의 할부원금을 낮춰줘 매장 별로 실구매가 차이가 발생했다. 페어 프라이스는 이 부분을 규제해 통신사가 정한 가격에 모든 매장이 따르도록 하는 것이다.

KT는 페어 프라이스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단말기마다 제공되는 제조사 보조금 공개도 추진할 계획이다. 제조사가 같은 단말기더라도 통신사 별로 보조금 차이를 두고 있다는 것이 KT의 판단이다. 이를 공개하면 KT가 받고 있는 상대적 차별을 상쇄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통신 3사에 모두 출시된 단말기더라도 제조사가 통신사별 보조금에 차등을 두면 해당 통신사는 경쟁사와 같은 보조금을 사용자에게 주기 위해 통신사가 부담하는 몫이 늘어난다.

이석채 KT 대표는 지난 15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과 통신3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휴대폰 보조금 문제는 제조사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제조사가 어떤 단말기에 보조금을 얼마나 지급하는지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유통망 개선과 관련해 어떤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이 문제를 개선하겠다”며 “방통위가 제조사로부터 받는 보조금을 대리점, 판매점들이 명시할 수 있도록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문제는 KT의 정책이 유통 현실을 반영치 못해 KT 매장은 물론 소비자, 업계 모두 불만을 사고 있는 점이다. 당장 KT에서 판매하는 휴대폰 대부분 가격이 올랐다. 정상적 보조금 지급을 못하게 되자 현금을 주는 매장이 등장했다.

KT 매장 관계자는 “매장별 판매 목표 등도 그대로인 상황에서는 현금을 동원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 어차피 보조금을 주는 방식만 바뀐 것”이라며 “당장 현금을 주는 것보다 사실 매장 차원에서 주는 보조금을 할부원금에 반영하는 것이 향후 위약금을 덜 내게 돼 사용자에게는 이득이지만 현재는 어쩔 수 없다”라고 유통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무리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통신사 관계자는 “현금 지급이 유선처럼 일반화되면 오히려 마케팅 경쟁은 심화될 것”이라며 “어디에 가나 가격이 같으면 유통 경쟁력을 누가 높이려고 하겠는가”라고 우려했다.

제조사 관계자는 “제조사별 단말기 보조금 공개 등은 각사의 전략적인 판단”이라며 “현재 통신사 독점 유통 구조부터 개선돼야 한다”라며 제조사가 단말기 독자 유통을 할 수 있게 되는 블랙리스트 제도 시행 이후에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KT가 야심차게 내놓은 '페어 프라이스' 정책이 모든 아직까지 모든 소비자들에게 공평하게 적용되지는 않고 있다. 이석채 회장이 유통구조 개선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만큼, 아직 성공, 실패 여부를 가리는 것은 시기상조이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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