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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시대…우울한 장기가입자들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경기도 일산에 거주하는 직장인 신 모씨는 최근 스마트폰을 구매할 계획을 세웠다. 월 4만5000원이면 최신형 듀얼코어 스마트폰을 공짜로 구입할 수 있다는 지인의 말에 대리점을 찾았다.

하지만 지인의 말과는 달리 신 씨가 4만5000원에 사용할 수 있는 듀얼코어 스마트폰은 없었다. 다만, 통신사를 바꿀 경우에는 지인의 말처럼 듀얼코어 스마트폰을 구매할 수 있었다.

하지만 A통신사를 10여년간 사용해왔던 신 씨는 통신사를 바꾸는 것이 부담이다. 단순히 기기변경만 할 경우에는 10만원 이상을 내야되기 때문에 오늘도 신 씨는 통신사를 바꿀 것인지, 10여만원을 내고 통신사를 유지할지 고민 중이다.

이동통신 장기 가입자들이 스마트폰 시대에서 역차별을 받고 있다. 한 통신사를 오래 써왔지만 이통사들은 새로 가입하거나 타 통신사에서 넘어오는 고객들만 신경 쓸 뿐 정작 충성도 높은 자사 고객들에게는 불이익을 주고 있다.

최근 이동통신 대리점이나 스마트폰 카페, 홈쇼핑 등에서 스마트폰 가입을 받는 형태를 살펴보면, 대부분 혜택이 신규·번호이동 가입자에게만 맞춰져 있다.

얼마전 출시된 HTC의 듀얼코어 스마트폰 '센세이션'의 경우 신규 및 번호이동으로 가입할 경우 4만5000원 요금제면 기기값을 물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통신사를 유지할 경우에는 12만원 가량의 기기값이 부과된다.

이는 금액의 차이가 있을 뿐 대부분의 스마트폰에 적용된다. 통신사들이 타사 가입자 빼앗기에만 혈안이 돼 있고, 정작 통신사를 이동하지 않고 잘 써준 우량고객은 차별대우하는 셈이다.

이 같은 통신사들의 전략으로 이동통신 보급률은 100%를 넘었지만 번호이동 규모는 줄지 않고 있다. 지난달 번호이동 규모는 94만명으로 올해들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번호이동과 신규가입자에게 혜택을 집중, 자사 고객을 경쟁사에 내몰고 있는 구조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지난 15일에는 SK텔레콤이 KT, LG유플러스가 수십만원 상당의 상품권, 노트북 등을 제공하며 가입자를 빼앗아 가고 있다며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서를 제출했다. 이에대해 KT와 LG유플러스는 SKT가 번호이동에 대해서만 보조금 정책을 강화하는 등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번호이동 가입자 유치경쟁은 장기적으로는 통신사들에게는 손해다. 스마트폰 가입자는 일반 피쳐폰 가입자에 비해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50% 가량 높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린지 1년반 정도 밖에 안된 점을 감안하면 충성도도 높고, 더 많이 쓰고 더 요금을 내겠다는 가입자들을 경쟁사로 쫓아내는 것은 비용 대비 매출 측면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기기변경 가입자보다 더 많은 혜택을 주고 데려온 타사 가입자는 약정기간이 끝나면 다시 다른 통신사로 옮겨갈 공산이 크다. 기존 가입자에 비해 더 많은 마케팅비를 들였지만 장기고객으로 만들 가능성은 낮다.

자사 고객은 차별하고 메뚜기만 우대하는 이통사들의 차별적 마케팅 정책이 과열경쟁을 반복케 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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