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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네이버 비판과 피장파장의 오류
디지털데일리
발행일 2011-04-18 15:15:12
[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논리학의 오류론을 보면 ‘피장파장의 오류(역공격의 오류)’라는 것이 있다. 비판 받은 자가 상대방에게도 역시 동일함을 공격함으로써 논쟁의 초점을 상대로 돌리거나 자신을 합리화하려는 것을 말한다.
오빠 : 영희야! 방 좀 깨끗이 사용해라.
영희 : 오빠도 청소 안 하잖아.
위 사례처럼 ‘너에게 그런 비판을 할 자격이 있느냐’고 되묻는 경우가 피장파장의 오류에 해당한다. ‘피장파장의 오류’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와 함께 가장 흔히 벌어지는 논리적 오류 중 하나다.
최근에는 국내 포털 업계에서도 피장파장의 오류가 감지되고 있다. 모바일 검색 분야에서 구글의 불공정행위 논란이 그것이다.
NHN과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지난 15일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기반 스마트폰에 경쟁사업자들의 검색엔진을 부당하게 배제했다며 구글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바 있다.
NHN과 다음은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사에 안드로이드 OS를 공급하면서 구글 검색만을 미리 탑재하도록 강제한 의혹이 있다”면서 구글을 공정위에 제소했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대부분의 안드로이드 탑재 스마트폰에는 구글의 검색엔진이 기본 탑재돼 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는 오픈 플랫폼이기 때문에 제조사가 원하는 검색엔진을 탑재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구글 외 다른 검색엔진이 기본 탑재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LG전자의 옵티머스 시리즈에만 네이버가 탑재돼 있을 뿐이다.
덕분에 PC 기반의 웹 검색에서는 1% 안팎의 점유율에 불과한 구글이 모바일에서는 20% 가까운 검색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NHN와 다음은 구글이 제조사에 압력을 넣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제조사가 네이버나 다음을 기본 검색엔진으로 넣고 싶어도 구글이 안드로이드라는 무기로 이를 막고 있다는 것이다. 양사는 이에 대한 증거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네이버∙다음의 구글 제소 소식이 전해지자 비난의 화살이 네이버와 다음을 향하고 있다. 특히 국내 검색시장을 장악한 네이버는 대표적인 표적이 됐다. 상당수의 언론과 인터넷 게시판, 소셜 미디어에서는 네이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이 들린다.
대부분 “너희가 불공정행위를 말할 자격이 있느냐”는 것이다. 쇼핑몰 입점, 사이트 검색 제휴, 뉴스 서비스 제휴 등의 과정에서 국내 포털 업체들이 플랫폼의 영향력을 이용해 중소업체들을 압박하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물론 네이버나 다음이 포털 플랫폼의 힘으로 중소업체들을 압박하고 있다면 비판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는 구글의 불공정행위와는 전혀 관계 없는 이야기다. 네이버나 다음의 불공정행위 여부와 관계 없이 구글의 불공정행위가 사실이라면 비판 받고, 시정돼야 한다.
네이버와 다음이 불공정행위를 했다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다고 해서 이들이 구글의 불공정행위에 눈을 감아야 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 앞에서 언급한 전형적인 피장파장의 오류다.
절도 전과자라고 해도 자신의 집에 든 도둑을 보면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구글과 마찬가지로 네이버와 다음도 불공정행위를 했다면 비판받고 시정해야 한다. 그러나 구글을 제소했다는 이유로 네이버나 다음을 비난하는 것은 논리적 오류에 빠지는 것이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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