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서 두 개 혹은 그 이상의 운영체제(OS)를 돌릴 수 있는 모바일 가상화 원천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최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클라우드 컴퓨팅 연구부 시스템 소프트웨어(SW) 안창원 박사팀<사진>은 ARM 기반 전가상화(Full Virtualization)를 지원하는 모바일 시스템용 가상머신모니터(하이퍼바이저) ‘바이모(ViMO)’를 최초로 개발․시연했다.
이미 VM웨어와 시트릭스, 버추얼로직스(레드벤드SW에 인수) 등 가상화 솔루션 기업들이 관련 제품들을 내놓고 있는 단계지만, 전가상화 기반 솔루션으로는 최초라는 설명이다.
가상화는 그동안 주로 기업용 서버나 스토리지에 주로 적용돼 왔지만, 최근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일반 소비자 기기에도 확산되는 추세에 있다.
특히 기업이나 공공 기관들이 모바일 오피스를 구축하면서 이같은 트렌드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직원들이 개인의 스마트폰으로 회사의 업무 데이터를 이용하면서 기밀 유출 등의 위험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바일 가상화가 가능하게 되면 직원들은 하나의 스마트폰으로 개인 계정과 회사 계정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회사의 IT 부서는 기업 수준의 보안과 컴플라이언스를 보장하면서 중요 데이터를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
◆ARM 기반 전가상화 모바일 솔루션으로는 최초=예를 들어 노트북의 경우에는 이미 하나의 기기에 윈도와 리눅스, 매킨토시 등을 함께 설치해 쓸 수 있다. 부팅 시 하나의 OS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한번 부팅하면 다수의 OS를 한 화면에 모두 띄워 번갈아가며 쓰는 것이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도 이것이 가능하다. 한 대의 스마트폰에 안드로이드와 윈도CE, 마이크리움의 uC/OS-II 등 다양한 OS를 설치해 마치 별도의 기기처럼 사용할 수 있다.
이를 태블릿PC나 스마트폰에 적용하면 한대의 디바이스에 두개의 운용체계를 탑재할 수 있게 된다.
▲ERTI가 개발한 ViMo 시스템 개요도
그렇다면 에트리가 개발한 모바일 가상화 솔루션 ViMo(Virtualization for Mobile)는 기존 제품들과 무엇이 다른 것일까.
VM웨어 등에서 말하는 반가상화(Para-Virtualization)의 경우 전가상화와는 달리 하드웨어를 완전히 가상화하지 않는다. 따라서 게스트 OS가 직접 하드웨어를 제어하는 것이 아니라 하이퍼바이저에 의뢰해 제어를 하게 된다.
때문에 높은 성능이 유지되는 대신, 게스트 OS 커널 일부를 수정해야 한다. 즉, 하이퍼바이저 위에 올라가는 OS의 소스코드를 고쳐야한다는 단점이 있다.
문제는 소스코드를 고치기 위해 많은 시간이 걸리고, 매번 새로운 제품이 나올 때마다 소스코드를 고친다는 것이 개발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반면 에트리가 개발한 전가상화 솔루션의 경우는 하드웨어를 완전히 가상화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게스트OS 소스코드를 수정할 필요가 없다.
안창원 박사는 “칩 레벨에서 가상화를 지원하기 시작하면서 반가상화와 전가상화 간의 성능 차이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며 “길게 보면 전가상화가 훨씬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벤치마크 테스트에 따르면 이러한 전가상화 솔루션에 따른 부하(오버헤드)는 약 5~8% 정도에 불과하다.
안 박사는 “ARM의 ‘트러스트존(TrustZnoe)’ 기능을 통해 ViMo는 가상화 환경에서의 성능 향상은 물론 여러 개의 OS를 완전히 분리해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ViMo는 현재 ARM V6 기반 ARM11칩과 V7 기반 코어텍스 A8칩을 지원하며, 내년에 2∼3배 빠른 코어텍스 A15 코어가 나오면 가상 환경에서의 성능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ViMo 연구과제 3년차…올해 LG전자와 시범 서비스=안창원 박사팀이 ViMo를 처음 연구 개발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9년 3월. 올해로 3년차에 들어선다,
올해는 LG전자의 스마트폰인 옵티머스 시리즈를 개발 플랫폼으로 적용, ViMo를 탑재시킨 가상화 환경을 구현할 계획이다. 이것이 가능해지면 상용화 시점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안 박사는 “이미 모바일 가상화 환경에서의 기술적인 핵심 기술을 확보했으며, 이를 통해 추후에 보다 구체적인 용도에 맞도록 이를 커스토마이징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VM웨어의 경우 그동안 서버와 데스크톱에 맞춰 솔루션을 개발해 왔지만, 몇 년전부터 다양한 업체를 인수하면서 모바일 가상화 시장을 강화하고 있다”며 “ViMo는 순수 국내 기술로만 개발된 전가상화 기반 최초의 가상머신모니터(하이퍼바이저)인만큼 업계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ViMo는 안드로이드와 윈도CE, 리눅스와 같은 범용운영체제(GPOS)와 uC/OS-II 등의 실시간 운영체제(RTOS)를 지원한다.
또한 각 OS 간 실행 속도도 조정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안드로이드 OS를 좀 더 빠르게 구동시키려면 ‘Android Faster’라는 란에 체크를 함으로써 바로 하드웨어 자원이 안드로이드 OS에 점유될 수 있게 한다. 반대로 이를‘느리게’로 체크하게 되면 다른 쪽의 OS가 빠르게 구동된다.
◆OS 스위칭 기능도 선봬…2~3초 내에 화면 전환=한편 안창원 박사팀은 ViMo 이외에도 스마트폰 화면에서 두 개의 OS를 번갈아가면서 쓸 수 있는 스위칭 기술도 내놨다.
이는 한 화면에서 두개의 OS를 번갈아가면서 쓰는 것으로 화면 전환을 2~3초 내에 가능하도록 지원한다.
예를 들어 안드로이드 OS 환경에서 업무를 보다가 리눅스 환경으로 변경할 때, 물리적인 스위치를 누르거나 버튼을 누름으로써 화면을 전환할 수 있다.
실제 안 박사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오드로이드(ODROID)-S 단말을 통해 화면을 전환하는 방식을 보여줬다. 이 단말에는 두 개의 서로 다른 안드로이드 OS가 탑재돼 있었다. 기기 우측에 위치한 버튼을 1~2번 누르자, 기존에 실행되던 안드로이드 화면에서 또 다른 안드로이드 화면으로 불과 3초 만에 바뀌었다.
이러한 스위칭 기능은 위에서 설명한 가상화 솔루션 ‘ViMo’와 접목했을시 효과가 크다.
안 박사는 “새롭게 출시되는 업무용 태블릿PC나 스마트폰 대상으로 ViMo와 OS스위칭을 적용함으로써 두개의 실행역역을 완전히 분리시킬 수 있다”며 “이를 통해 기업들은 보안에 대한 우려를 떨칠 수 있고, 개인들도 여러 개의 스마트폰을 들고 다닐 필요 없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하나의 OS는 개인용 스마트폰으로 또 다른 OS는 업무용 애플리케이션 혹은 씬클라이언트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편 안창원 박사팀은 일본 나고야 대학과 맺은 자동차 클라우드 관련된 제휴를 통해 향후 공동 마케팅도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고야 대학은 도요타의 지원 하에 ‘세이프(Safe)-G’라는 연구 과제를 4년째 수행하고 있다. 이는 차량용 CPU 위에서 안드로이드 OS와 실시간 OS를 동시에 안전하게 실행시킬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는 실시간 OS 위에서 엔진, 자동변속기, ABS 등의 상태를 컴퓨터로 제어하는 전자제어장치(ECU)와 내비게이션과 오디오, 인터넷 연결 애플리케이션 등의 시스템이 탑재되고 그 규모가 커지면서 관련 환경에서의 안정성 수준이 충분하지 않다는 우려 때문이다.
안 박사는 “추후 세이프-G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을 함께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ViMo나 OS 스위칭 등 국내에서 개발된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정부 및 국내 기업들과의 적극적인 협력 및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며“이를 통해 전세계 모바일 가상화 및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에서의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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