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달 열릴 것으로 보이는 애플의 신제품 발표회에 태블릿이 나온다 안 나온다 말이 많습니다. 대부분 나름의 근거가 있는 루머들이어서 각종 해외 매체에서 이를 보도하는가 하면 국내 언론도 이를 인용해 보도하고 있습니다.
사과 로고가 붙은 태블릿이 나올 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것이지만 진짜 나온다면 스티브 발머가 선수를 친 셈이로군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CES 2010 얘기입니다.
스티브 발머는 6일(현지시각) CES2010에서 기조연설을 했습니다. 이 자리에 HP의 태블릿 신제품을 들고 나와 “키보드 없는 디지털 세상이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러한 태블릿과 손가락 터치를 통해 책을 보고 인터넷에 접속하는 등 각종 작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발머는 또한 GUI가 아닌 NUI, 내추럴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언급했습니다. 사용자와 기기가 보다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방식을 말했던 것입니다.
잠깐 미시적으로 얘길 해보자면 지금까지 MS 운영체제는 적어도 손 터치와 관련해선 내추럴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윈도 모바일 기반 스마트폰의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터치감도 결국 감압식, 정전기식이 아닌 운영체제 자체의 비대함으로 결론이 났으니까요. 과연 HP 태블릿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어떤 솔루션이 들어갈 지 궁금합니다. 그냥 윈도7이 들어갔을까요?
사실 태블릿은 새로운 개념의 제품이 아닙니다. 10년 전이죠. 지금은 없어진 컴덱스 2000 행사에서 빌 게이츠가 “노트처럼 사용할 수 있는 PC”라며 태블릿의 개념을 널리 알린 바 있습니다. 그로부터 10년이 흘렀습니다. 무려 10년입니다. 지금까지 태블릿이 안 된 이유는 입력 방식 때문입니다. 키보드를 넣자니 커지고 그렇다고 주렁주렁 매달고 다닐 수는 없고. 결국 입력 인터페이스의 부재가 태블릿의 활성화를 가로막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이제야 태블릿이 다시 재조명되는 건 애플이 태블릿을 만든다는 소문이 도는 것이고 그들이 만들면 뭔가 다를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겠죠. 아이폰으로 이미 그러한 상황을 증명하지 않았겠습니까. 손가락으로 몇 번 슥슥 만져보구선 아이폰을 선택하는 이들이 있는 걸 보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애플이 태블릿 사업에 뛰어든다면, 그것은 이미 정해진 수순일 것입니다. PC 사업에 기반을 둔 애플은 언제라도 태블릿을 만들 능력이 있습니다. 부품 수급에서부터 만드는 데까지 말이죠. 이미 아이폰과 아이팟 터치를 통해 앱스토어 생태계를 구축해놨고 아이튠스를 통한 음악 및 영화 다운로드 시장 또한 만들어 놓은 상태라면 태블릿 개발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일 것입니다.
특히 모바일과 PC, TV에서 동일한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쓰리스크린이 최근 이슈이고 콘텐츠 서비스의 차별화를 통해 단말기의 차별화를 극대화하는 애플인 만큼 태블릿을 내놓을 가능성이 작지 않습니다. 또한 그들이 내놓으면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할 것입니다.
그러나 MS도 만만치 않은 상대입니다. 준HD에서 보여준 터치감은 과소평가할 만한 것이 아닙니다.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MS와 애플이 추구하는 생태계 환경은 다르죠. 애플은 다소 폐쇄적이라고 할까요. MS는 HP와 델 같은 든든한 우군이 있습니다. 발빠른 대만 업체들도 있군요. 그러나 구글이 또 달려들 기세라서 앞은 장담할 수 있습니다.
애플과 MS 중 태블릿 시장은 누가 열게 될까요? 분명한 건 소비자 입장에선 고를 수 있는 괜찮은 제품의 가짓수가 많아진다는 데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한주엽기자 블로그=Consumer&Prosu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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