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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데이터관리 혁신③] 데이터 “양보다 질이 중요”

주부 K씨는 30일 오전 평소에 이용하는 백화점으로부터 3개의 홍보 우편물을 받았다.

 

각종 할인 이벤트를 알리는 DM이었다. 3개의 우편물은 모두 똑같은 것이었다. 방학이 끝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느라고 아침부터 전쟁을 치른 K씨는 불필요한 쓰레기만 늘어나 짜증이 밀려왔다.

K씨는 왜 똑같은 우편물을 세 개나 받았을까.

 

이 백화점의 고객 명단에 K씨가 세 번이나 중복 등재됐기 때문이다. 이 백화점 DB에는 K씨의 주소가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동’ ‘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서울 서초동 등으로 3중 저장돼 있었다.

전문가들은 고객관계관리, DB 마케팅,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등의 IT시스템이 성과를 얻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의 품질’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확하지 않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진행된 고객 마케팅이나 시장분석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규제에 대한 대응을 위해서도 데이터 품질은 기본 요건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바젤Ⅱ 요건의 핵심 중 하나인 최저 자기자본규제는 신용리스크와 운영리스크를 동시에 감안해 자기자본을 쌓도록 요구하고 있다. 데이터 품질이 떨어지면, 이를 활용한 분석시스템의 효용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내 많은 기업들의 IT부서는 자사의 데이터 품질에 대한 공론화를 꺼려하는 경향이 있다.

 

데이터 품질이 나쁘다는 평가를 받게 될 경우, 이에 대한 책임추궁이 이어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이 지난 해 200개 기업과 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의 데이터 품질관리 수준은 1~5단계 중 0.8단계에 불과했다. 품질관리를 하고 있다고 답한 경우도 35%에 그쳤다.

진흥원은 “실무자 입장에서도 데이터 품질 문제를 제기할 경우 자칫 시스템 구축이 잘못됐다는 경영진의 오해를 살 수 있어 조심스럽다”며 “주민등록번호나 금융 정보 오류처럼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안이 발생해도 관심을 갖는 것은 그때뿐이며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가트너도 “품질이 낮은 데이터 이슈는 생각보다 자주 그리고 많이 발생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자사가 보유한 데이터의 품질이 낮다는 점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데이터 품질의 중요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중요성은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ricewaterhouseCoopers) 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600 개의 업체 가운데 75%가 결함이 있는 불완전한 데이터는 기업의 중요한 문제라고 응답했다.

가트너도 “기업들은 데이터 품질 수준이 MDM(Master Data Management), 정보 거버넌스, BI(Business Intelligence) 및 IT 첨단화 등과 같은 주요 전략 및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한 기본 요건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데이터 품질이 IT부서가 독단적으로 책임질 문제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현업 부서와 IT부서가 면밀히 협업해야 데이터 품질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투이컨설팅 정일 이사는 Y세미나에서 “현재 국내 기업들의 데이터 품질 관리 활동은 관련 툴을 도입하는 등 IT 관점 중심이며, 비즈니스 관점의 품질 활동이 부족하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고 지적하고 “IT측면에서 개별 데이터의 정확성이나 정합성 측면만 따지는 것은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협소한 시각”이라고 말했다.

<심재석 기자> 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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