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전문가들 “정부의 무분별한 유통산업 규제, 국내 기업 성장에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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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전문가들 “정부의 무분별한 유통산업 규제, 국내 기업 성장에 발목”

디지털데일리 발행일 2025-05-07 15:23:05

왕진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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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영학회·한국마케팅학회, 7일 토론회 개최…“무리한 정산주기 단축은 부작용 초래” 한목소리

(왼쪽부터) 이정환 한양대학교 경제금융대학 교수, 정주연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전문위원, 유병준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 박성연 한국마케팅학회장, 정연승 단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최정혜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강형구 한양대학교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 [ⓒ한국경영학회]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국내 유통 플랫폼 생태계의 미래’를 내다보기 위해 전문가들이 7일 뭉쳤다. 이러한 가운데 이날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정부의 무분별한 유통 산업 규제가 국내 기업 성장을 발목 잡을 것이라고 우려해 눈길을 끈다.

한국경영학회와 한국마케팅학회는 이날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 2층 토파즈룸에서 ‘국내 유통 플랫폼 생태계의 미래’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고 국내 유통 플랫폼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국내 유통 플랫폼은 코로나19 이후 급속한 온라인화와 소비자 니즈의 다양화에 대응하며 빠른 성장을 이뤘지만, 동시에 정책적 공백과 산업 간 불균형, 중소사업자의 생존 문제 등 복합적인 과제를 안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날 모인 전문가들은 특히 티메프(티몬·위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 홈플러스 사태의 본질은 정산주기가 아닌 경영상 재무건전성에 대한 문제라고 명확히 짚었다. 때문에 티메프 사태를 이유로 무리한 정산주기 단축을 추진할 경우 오히려 직매입 거래의 위축 등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유병준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는 ‘국내 유통 플랫폼 현황과 정책 및 생태계 발전방안’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유 교수는 정산주기 규제와 관련해, 오히려 당국이 원하지 않는 독과점을 강화시키는 역효과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최근 당국이 티메프 사태 때문에 눈에 보이는 봉합책으로 ‘20일 결제기한 단축 규제’ 카드를 꺼내려 하고 있다”며 “그러나 단축 규제를 하게 될 경우 이것을 수행하는 어려움을 겪을 것은 메이저 플랫폼이 아닌, 마이너 플랫폼들이 더 도산하거나 경쟁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유통학회 자료집-강형구 한양대학교 파이낸스 경영학과 교수 발제문 발췌]

이어 강형구 한양대학교 파이낸스 경영학과 교수가 ‘유통 생태계의 위기와 금융/제도 전략’을 주제로 논의를 이어갔다. 강 교수는 디지털 커머스 플랫폼의 구조적 재무위험과 납품대금 정산 지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적 접근은 국가마다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유럽연합(EU), 미국, 일본의 사례는 한국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발언했다.

예컨대 EU 경우 판매대금 예치 의무와 거래 투명성이, 미국 경우 민간 중심 정산 시스템과 사후적 보호장치가, 일본 경우 투명성 강화와 간접적 감독이 강조된다. 강 교수는 과도한 규제를 지양하면서도 실효적 보호장치를 갖춘 일본식 모델로 선택적인 개입을 할 수 있는 점을 한국이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일본은 정산 문제를 직접적으로 규제하기보다는, 플랫폼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자율규범의 준수를 유도하며, 필요 시 행정지도와 민사조정 절차를 통해 시장 내 규율 질서를 점진적으로 형성해왔다”며 “이러한 방식은 정부의 규제 개입을 최소화하면서도 자율책임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정책적 시사점을 갖는다“고 전했다.

이후 정연승 단국대학교 교수, 최정혜 연세대학교 교수, 이정환 한양대학교 교수, 정주연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전문위원 등이 참석해 국내 유통산업 규제와 부작용 등과 관련해 종합토론을 진행했다.

최정혜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티몬, 홈플러스 사태 등은 도덕적 해이”라면서 “회계부실, 도덕적 해이, 정보의 비대칭, 불공정 관행, 경영윤리 문제 등이 일어난 것이고 이는 유통업체에서만 일어나는 문제가 아니며, 금융회사에서 훨씬 더 큰 규모로 일어나는 클래식한 재무관리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무리한 정산주기 단축은 오히려 자금 흐름에 부담을 주어 직매입 거래의 위축, 자금 조달 비용의 상승, 유통업체의 회전력 저하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 교수 역시 “무리한 정산주기 단축은 오히려 자금 흐름에 부담을 주어 직매입 거래의 위축, 자금 조달 비용의 상승, 유통업체의 회전력 저하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면서 “최근 발생한 문제들의 기본적인 핵심은 플랫폼의 재무건전성에 문제가 있었기에, 정산기간 자체를 단축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무구조가 취약한 유통 플랫폼의 경우에는 아무리 그 정산 기간을 단축하더라도 똑같은 문제가 재발될 가능성은 여전히 높고, 정산을 빨리 해줄수록 소비자 측면에서도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는 의미에서다.

정주연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전문위원은 “해외 글로벌 플랫폼은 그들의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150일 이상 정산주기를 가져가거나 환불불가 조건들을 내세워서 가격경쟁력까지도 가져가고 있다”면서 “그러나 우리가 논의하고 있는 규제는 글로벌 표준이 아닌 상황이며, 한국만의 고유한 법 규제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처럼 해외 플랫폼에 실질적인 규제 집행력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런 것들을 기대할 수 없다”며 “한국만 규제가 가중된다면 경제환경 자체가 왜곡될 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들의 성장에 발목을 잡는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