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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진짜’ 소버린AI 보여주겠다”…네이버클라우드, 오픈소스·추론모델로 생태계 확장

네이버클라우드의 김유원 대표가 23일 서울 서초구 역삼동 네이버스퀘어에서 개최된 ‘네이버클라우드 테크밋업’ 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 디지털데일리]
네이버클라우드의 김유원 대표가 23일 서울 서초구 역삼동 네이버스퀘어에서 개최된 ‘네이버클라우드 테크밋업’ 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 디지털데일리]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네이버클라우드가 국내 대표 인공지능(AI) 모델로 꼽히는 자사 ‘하이퍼클로바X’의 생태계를 확장하고, 소버린(Sovereign) AI 시장을 정조준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23일 서울 서초구 역삼동 네이버스퀘어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하이퍼클로바X’의 오픈소스화된 경량모델 및 멀티모달·추론모델 출시를 예고했다.

먼저, 네이버클라우드는 ‘하이퍼클로바X’의 경량 버전인 ‘하이퍼클로바X 시드(SEED)’를 파라미터 규모별 ▲3B(Billion) ▲1.5B ▲0.5B 3종으로 오는 24일 공개한다.

이러한 하이퍼클로바X 시드는 라이선스 제한 없이 상업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오픈소스 모델이다. 기존 국내 기업들의 주요 모델이 연구용으로만 공개되는 것과 달리 처음으로 상용이 허용되는 오픈소스화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국내 AI 생태계 활성화 측면에서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네이버의 오픈소스 모델을 통해 AI 생태계가 활성화되고 굉장히 많은 스타트업들이 생겨나야 정부 차원에서도 진흥 정책이 나올 수 있고, 네이버 자체도 힘을 얻을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우리의 기술 영향력이 커지고 네이버 AI 모델에 대한 주목도도 올라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이퍼클로바X 시드 3종 가운데 특히 3B 모델은 텍스트뿐만 아니라 이미지와 영상 정보도 처리할 수 있는 시각언어모델이다. 도표이해·개체인식·사진묘사 등의 능력을 갖추고 있다. 예를 들어 상품 페이지의 정보를 인식해 광고 카피를 제안하는 솔루션을 구축하거나, 사진 및 영상 콘텐츠와 함께 국내 여행지 정보를 안내하는 서비스를 설계할 수 있다. 초경량 텍스트 모델인 1.5B와 0.5B 모델도 빠른 처리 속도와 적은 운영 비용을 장점으로 서비스에서의 활용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중국 등 해외 빅테크들의 비슷한 규모 모델들과 비교해 성능도 앞서거나 유사하다는 설명이다. 네이버클라우드가 한국어·한국문화와 영어 관련 시각 정보 이해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9개 벤치마크의 평균 점수를 비교한 결과, 3B 모델은 59.54점으로 구글의 젬마 3-4B(47.98점)나 알리바바의 큐웬 2.5-VL-3B(56.55점)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대규모 모델인 오픈AI의 GPT-4o(61.19점)와도 비슷한 정답률을 보였다.

이러한 오픈소스 경량모델 발표는 네이버의 ‘온 서비스 AI(On-Service AI)’ 전략과 맞닿아 있다. 최근 네이버는 자사의 검색·쇼핑·콘텐츠 등 서비스 전반에 AI를 적용시켜 이용자경험과 기술을 고도화하겠다는 ‘온 서비스 AI’를 강조해 왔다.

김유원 대표는 “온 서비스 AI 전략이 가속화되면서 네이버 서비스에 안정적이고 비용효율적으로 적용이 가능한 경쟁력 있는 특화 모델들을 생산하고 있으며, 가장 니즈가 많은 모델이 경량 모델과 추론 모델이었다”면서 “이 중 기업들이 그래픽처리장치(GPU) 리소스 부담 없이 가장 범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경량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하이퍼클로바X의 플래그십 모델을 기반으로 개발 중인 추론(reasoning) 모델도 상반기 중 선보일 예정이다.

해당 모델은 추론 모델의 근본적 강점인 수학·프로그래밍 분야에서 더 정확한 답변을 생성하는 것을 넘어, 시각·음성 정보 이해, 자동 웹 검색, API 호출, 데이터 분석 등 그동안 개발해온 하이퍼클로바X의 각종 능력이 추론 모델을 기반으로 함께 고도화된다.

예를 들어, 하이퍼클로바X 추론 모델에 ‘제주도 서귀포 쪽에 아이들하고 갈 만한 관광지 어디 있을까? 후기 좋은 숙소도 예약해줘’와 같은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모델은 스스로 사고하는 추론을 통해 답변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각 단계에서 검색 API, 숙소 예약 API를 호출해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이런 식으로 상품 구매와 업무 자동화 등 여러 종료 API를 연동하고 정보 탐색 및 데이터 시각화 등 AI의 능력을 다양화함으로써, 추론 모델은 훨씬 복잡한 지시를 수행할 수 있다. 기존에는 AI가 어떤 도구를 활용해야 하는지 사용자가 직접 지정해야 했지만, 추론 모델은 하이퍼클로바X가 적절한 도구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네이버클라우드는 또한 텍스트에서 이미지·영상까지 나아간 하이퍼클로바X의 멀티 모달리티를 음성까지 확장한 하이퍼클로바X 음성 모델 기반 서비스도 선보일 계획이다.

하이퍼클로바X 음성 모델은 텍스트 모델의 지식과 추론 능력을 음성 영역에 반영한다. 이를 통해 감정이 담긴 음성 합성, 음성 스타일 분석, 자연스러운 양방향 대화 등이 가능하다. 향후 텍스트와 음성을 자유롭게 오가는 AI 대화 모델도 개발해 AI와의 진화된 음성 상호작용을 설계할 계획이다.

(왼쪽부터)네이버클라우드의 김유원 대표와 성낙현 하이퍼스케일AI 기술 총괄이 23일 서울 서초구 역삼동 네이버스퀘어에서 개최된 ‘네이버클라우드 테크밋업’ 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디지털데일리]
(왼쪽부터)네이버클라우드의 김유원 대표와 성낙현 하이퍼스케일AI 기술 총괄이 23일 서울 서초구 역삼동 네이버스퀘어에서 개최된 ‘네이버클라우드 테크밋업’ 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디지털데일리]

이러한 하이퍼클로바X 생태계 확장을 통해 네이버클라우드가 궁극적으로 도모하는 것은 바로 ‘소버린 AI’다. AI 기술 주권의 의미를 담고 있는 소버린 AI는 최근 글로벌 AI 기술 경쟁이 미중 빅테크들 중심으로 전개되는 가운데, 외산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기술 자립을 이뤄야 한다는 당위성을 바탕으로 그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김 대표는 “미중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앞으로 국가의 기반 인프라가 될 AI가 어느 순간 남의 의지에 의해 멈출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확인되고 있다”며 “소버린 AI는 국가 안보나 보안 사항에 특히 직결된 만큼 한 기업이 감당하기 어렵고 국가 차원에서도 매우 큰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네이버클라우드는 이미지·영상·음성으로 확장한 멀티모달 모델, 저비용 경량 모델, 강력한 추론 모델에 이르기까지 하이퍼클로바X를 고도화하고, 이를 대규모 사용자 기반의 네이버 서비스에 적용하거나 기업용 솔루션 개발, 또는 오픈소스 공유를 통해 국내 AI 생태계 확장을 견인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대표는 “이번에 공개하는 오픈소스 모델은 전면 상업 이용이 가능하지만, 우리 역시 네이버 자회사이므로 네이버와 네이버 주주들의 이익도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단순히 AI 모델을 파는 것은 시작점일 뿐 이 생태계가 더 커진다면 AI를 위한 플랫폼,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등 비즈니스가 더 활성화될 것이고, 우리 오픈소스 모델을 활용한 창의적인 스타트업들과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등 시장 파이가 커지면서 얻을 수 있는 이익들이 많아질 수 있다”고 기대를 표했다.

그런 점에서 최근 KT가 글로벌 빅테크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양사가 공동 개발한 소버린 AI를 국내 시장에 공급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견제구를 던지기도 했다.

이날 김 대표는 KT의 소버린 AI 전략에 대한 입장과 전망을 묻는 질문에 ““한 나라의 소버린 AI가 성공하려면 정부와 기업의 의지, 글로벌 밸류체인 공급, 그리고 우리와 같은 기술 제공자들의 협조까지 세 가지 요소가 있어야 한다”며 “네이버클라우드는 기술 제공자로서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부분은 있지만, 단순히 외산 기술에 우리 것이라고 상표만 붙인 것을 소버린 AI라고 하는 건 언어도단”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김 대표는 최근 아마존웹서비스(AWS)와 MS, 구글클라우드 등 해외 클라우드 빅테크들이 국내 공공 클라우드 시장 진출을 본격화 중인 것에 대해서도 작심발언을 이었다. 해외 빅테크들이 우리나라 공공부문 클라우드보안인증제(CSAP)의 규제 수준을 더욱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은 것이다.

그는 “한국의 클라우드 시장은 외산 CSP들에도 다 열려 있고, 단지 우리나라 안보와 보안 측면에서 최소한의 보호 장치로 CSAP가 있는 것”이라며 “외산 CSP들이 CSAP의 보안 규정과 프로토콜에 맞춰야지, 그러지 않고 그들의 상황에 맞춰 규제를 완화하라고 하는 것은 도를 넘은 요구”라고 일갈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AI 저변 확대를 위한 국내 소버린 AI 생태계의 체력을 더욱 단단히 하는 밑거름이 되겠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소버린 AI는 단일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이며, 국가적 차원의 총체적 역량이 요구되는 일종의 체력전”이라며 “이 과정에서 기술 확보에 그치지 않고 일상에 밀착한 혁신적인 AI 서비스가 나올 수 있도록 탄탄한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적인 요소”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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