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P 기업들, AI·금융으로 확장…디지털전환 플랫폼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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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P 기업들, AI·금융으로 확장…디지털전환 플랫폼 진화

디지털데일리 발행일 2025-04-22 07:17:03

이안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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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국내 주요 ERP 기업들이 기존 사업 영역을 넘어 AI, 산업 플랫폼, 금융 서비스까지 확장하며 디지털 전환 핵심 축으로 진화하고 있다. SAP, 더존비즈온, 영림원소프트랩 등 ERP 3사는 클라우드 기반 전환을 넘어 기업 운영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 플랫폼으로 변화를 시도 중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더존비즈온은 지난달 제4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자진 철회하고, 대신 제주은행과 전략적 협업을 선택했다. 양사는 ‘ERP 뱅킹’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시험하고 있다. 이는 기업 고객이 ERP 화면 내에서 대출‧이체‧보험‧신용평가 등 금융 서비스를 통합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모델이다. 더존비즈온은 이번 협업을 통해 핀테크 계열사 테크핀레이팅스 기업 신용평가 서비스까지 결합할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러한 전략 변화는 실적에도 반영되고 있다. 더존비즈온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4023억원, 영업이익 881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연매출 4000억원을 돌파했다. 대표 제품인 위하고, 아마란스10에 탑재된 AI 기능이 성장을 이끌었다.

생성형 AI 솔루션 ‘원(ONE) AI’는 출시 6개월 만에 2290여개 기업과 계약을 체결했다. 원 AI 월 요금은 최소 요금 기준으로도 기존 클라우드 제품 위하고 사용료와 거의 맞먹는 수준으로, 고객당 매출(ARPC) 상승효과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SAP코리아도 클라우드 전환을 본격화하며 매출 구조를 빠르게 바꾸고 있다.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SAP코리아 연매출은 전년대비 약 20% 증가한 5748억원, 이 중 클라우드 수익은 2196억원으로 전년(1270억원) 대비 무려 72.8% 급증했다. 온프레미스 기반 ERP인 ECC 6.0 지원 종료 시점(2027~2030년)을 앞두고 전환 수요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SAP가 최근 강조하고 있는 건 AI 기반 업무 비서 ‘줄(Joule)’이다. SAP 글로벌 실적에선 지난해 4분기 신규 클라우드 계약 절반 이상이 ‘줄’을 포함하고 있다. 국내서도 이달부터 쥴의 한국어 지원을 시작했다. SAP는 올해 말까지 쥴 사용자들 생산성을 30% 향상시키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영림원소프트랩도 산업별 맞춤형 ERP 고도화와 클라우드 전환을 병행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625억5000만원, 이 중 클라우드 ERP 매출은 43억1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25.3% 성장했다. 특히 산업별 ERP 제품 ‘K-시스템 에이스’가 식품·방산·공공 분야에서 고른 수주를 이어갔다. SaaS형 제품 ‘시스템에버’는 구축형 대비 비용 부담을 낮추고 도입 기간을 줄인 모델로, 중소·중견 고객군을 중심으로 꾸준히 확장 중이다.

영림원은 ‘K-시스템 경영분석’, 로우코드 앱 개발 플랫폼 ‘플렉스튜디오’, 질의응답형 브레인스토밍 툴 ‘에버레스크’ 등을 출시하며, ERP 데이터를 중심으로 디지털 혁신 도구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단순 ERP 시스템을 넘어 고객사의 업무문화, 분석, 경영 전환까지 아우르는 운영 기반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다.

ERP 기업들이 본업의 경계를 넘는 이유는 명확하다. ERP 시장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었고, 온프레미스 구축형 모델은 유지보수 중심 매출로 전환되며 성장 여력이 줄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기보다 기존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금융·분석 등 고부가 기능을 결합해 ‘운영 플랫폼’으로 재정의하는 방식이 주류가 되고 있다.

특히 클라우드 구독형 모델은 ERP 벤더 입장에서 반복 수익을 확보할 수 있고, 고객 입장에서도 초기 도입 부담이 낮아 전환 장벽이 낮아진다. AI 기반의 업무 자동화, 금융 기능, 분석 기능 등이 ERP 내에 자연스럽게 통합되면서 고객당 매출은 높이고 이탈률은 줄이는 전략이 가능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ERP만으로 디지털 전환을 실현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전체적인 엔터프라이즈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