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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사용료 또 언급한 美 USTR, 통상마찰 우려 있나 [IT클로즈업]

22대 국회 법안은 자율 영역 보장…온라인 플랫폼법도 거론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조윤정 기자] 미국 정부가 우리 국회의 망 이용대가 의무화 법안 제정 움직임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해당 법안이 국내에서 사업 중인 해외 기업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일각에선 미국과의 통상마찰 우려도 나오는 가운데, 업계의 입장은 다르다. 해당 법안이 미국 내 특정 사업자를 겨냥한 것이 아닌, 오히려 사업자 간 공정한 거래 실현에 방점을 두고 있는 만큼 실제 마찰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는 주장이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발간한 ‘2025년 국별 무역장벽 보고서’에서 국내에서 발의된 망 이용대가 의무화 법안에 대해 우려 의견을 표명했다.

약 7쪽으로 정리된 보고서에는 “2021년 이후 외국 콘텐츠 제공자(CP)가 한국 인터넷서비스 제공자(ISP)에 네트워크 사용료를 지불하도록 요구하는 여러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라며 “일부 한국 ISP는 콘텐츠 제공자이기도 하기 때문에 미국 CP가 지불하는 수수료는 한국 경쟁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고 적혔다.

또 “이러한 의무는 한국 3대 ISP(SK텔레콤·KT·LG유플러스)의 과점을 강화하여 콘텐츠 산업에 해를 끼칠 수 있으므로 반경쟁적일 수 있다”라며 “미국은 2024년에도 수차례 한국에 이 우려를 제기했다”고도 지적했다.

이를 요약하면, 망 이용대가(Network usage fee) 부과가 한국에서 사업 중인 미국의 콘텐츠사업자와, 마찬가지로 콘텐츠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통신사업자 간 역차별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우리 국회에는 망 이용대가와 관련한 법안이 다수 발의돼 있지만, 장기간 계류돼 있는 상태다. 앞서 21대 국회에선 총 8개의 망 이용대가 관련 법안이 발의됐으며,. 22대 국회에서도 김우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해민 의원(조국혁신당)과 이정헌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총 2건의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이는 혹여나 법안이 미국과의 통상마찰 논란으로 번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여기에는 USTR의 발표도 영향을 미쳤다.

USTR이 이 같은 우려를 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USTR은 매해 3월 이 보고서를 통해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60개국의 통상 현황과 함께 미국 기업이 해외시장 진출 시 겪는 애로 사항을 밝혀왔는데, 망 사용료의 경우 2022년부터 4년 연속 이 보고서에 포함됐다.

다만, 업계에서는 법안 통과가 실제 통상 마찰로 이어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국회에 계류된 법안이 미국 기업을 특별히 겨냥한 것이 아닌,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무임승차 중인 국내외 사업자 전부를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는 사업자가 ‘구글’과 ‘넷플릭스’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구글갑질방지법’의 사례도 거론된다. 이 법은 구글플레이스토어·원스토어·갤럭시스토어 등 앱마켓 사업자가 앱 개발사에 자사 결제시스템(인앱결제) 등 특정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골자로, 망 무임승차 방지법과 유사한 입법 취지를 가지고 있으나 국회 문턱을 넘는 데 성공했다. 법안이 통과된 이후에는 USTR도 언급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발의된 망 무임승차 방지 법안은 'CP 서비스안정화법'과 같이 국내외 사업자를 차별하지 않으므로, 망 이용대가로 인한 실질적 영향은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라며 “그간 무역장벽 보고서는 해외 각국의 글로벌 규제에 대해 우려를 언급했다가 실제 차별적 요인이 없으면 보고서 항목에서 삭제해왔다. 2020년 5월 국내 CP 서비스 안정화법(전기통신사업법)에 대해서도 무역장벽보고서에서 언급했다가 법 통과 이후 국내외간 차별이 없는 점을 확인 후 보고서에서 삭제한 바 있다”고 밝혔다.

더욱이 기존에 발의된 법안들이 망 이용대가와 트래픽 규모 등 계약에 반드시 포함돼야 할 내용들을 열거했다면,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망 이용대가 관련 법안은 금지행위를 제외한 모든 협상 및 계약 내용을 사업자의 자율 영역으로 보장하고 있어 통상마찰에서 더욱 자유롭다는 의견들이 나온다.

한편, 이번 보고서에는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온라인 플랫폼법)에 대해서도 언급됐다. 이 법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 거래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추진된 법안이다. 구글 플레이, 애플 앱스토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뿐만 아니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카카오커머스를 포함한 총 26개 주요 플랫폼 사업자가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

보고서는 "지난해 한국 정부, 특히 공정거래위원회와 국회는 글로벌 및 국내 매출 기준을 충족하는 일부 빅테크 기업을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법안이 미국 빅테크 기업과 한국 대기업 두 곳(네이버·카카오)에 적용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다수의 주요 한국 기업과 다른 국가의 기업들은 제외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USTR은 "미국 기업들은 한국 정부가 시장 경쟁 수준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과 규제 영향 평가를 실시하는 등 보다 신중한 접근 방식을 취할 것을 요청했다"며 "한국 정부는 해당 산업과의 협력을 개선하고, 투명성을 높이며, 이해관계자들에게 실제적인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을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한 최근 구글의 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요구로 논란이 됐던 한국의 위치 기반 데이터 수출 제한을 언급했다. 현재 개인정보 보호법(PIPA)은 개인 정보의 해외 이전에 대한 제한을 두고 있으며, 해외 반출 시 허가가 필요하다.

USTR은 "한국은 전 세계에서 위치 기반 데이터 수출을 제한하는 유일한 주요 시장"이라며 "교통 정보나 내비게이션 안내 기능을 포함한 대화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외 업체들은 한국 기업과 동등한 경쟁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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