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정부가 망 사용료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연말까지 정부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약 1년 만이다. 망의 유상성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망 사용료 협상에 대한 정부 개입 여부에 대해선 글로벌 동향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김장겸 의원실(국민의힘)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망 사용료에 대한 과기정통부 입장’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박윤규 전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앞서 지난해 SK텔레콤·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 관련 소송을 상호 취하한 것을 두고 정부의 입장을 묻는 질의에 “연말쯤 포럼을 통해 (망 사용료와 관련한) 정부의 생각을 정리해보려 한다”고 말한 바 있다.
SK텔레콤·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는 지난해 9월 망 사용료를 두고 3년간 이어온 소송을 상호 취하하고 전략적 파트너십 관계를 맺기로 했는데, 이후 정부 입장 표명에도 이목이 쏠렸다. 망 사용료와 관련해 과기정통부는 소송이 진행 중인 건이라며 보수적인 입장을 취해왔기 때문이다.
당시 박 전 차관은 “(망 사용료 문제는) 글로벌 이슈인만큼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그리고 네트워크 미래지향적인 시각에서 정부의 생각을 정리하려고 한다”라며 “ISP(인터넷제공사업자)와 CP(콘텐츠제공사업자)가 네트워크에 기여하는 부분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해본 뒤 어떻게 분담할지 논의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이번 입장은 공식적으로 망의 유상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망 사용료는 유상인 인터넷 서비스 이용에 따른 반대급부의 성격을 가졌다고 밝힌 것이다. 지금까진 ‘공정한’ 망 이용환경을 구축해야한다며 간접적으로 내비쳐왔던 터다.
망 사용료와 관련한 정부 입장 표명과 관련해선 글로벌 동향을 좀 더 살피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유럽연합(EU)·독일 등에서 공정한 망 이용과 관련한 정책환경에 변화가 생겼으며, 이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올해 들어 유럽연합(EU) 국가들을 중심으로 망 사용에 대한 공정 분담 논의가 확산되는 추세다.
EU는 지난 2월 발간한 '디지털 인프라 백서'에서 사업자간 망 사용료 관련 분쟁이 일정 기간 내 합의되지 않을 시 규제기관이 개입하는 분쟁 해결방안 제시했으며, 독일 콜른법원은 메타(CP)-도이치텔레콤(ISP)간 망 사용료 분쟁에서 메타가 유상의 인터넷 서비스 이용함에 따른 대가를 도이치텔레콤에게 지불하도록 판결한 바 있다.
이 같은 글로벌 동향을 감안했을 때 우리 정부도 CP(콘텐츠사업자)와 ISP(통신사업자) 간 망 사용료 갈등 중재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현재 EU, 미국, 독일 등 전세계적으로 망 사용료에 관련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과기정통부는 글로벌 논의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국내∙외 통신시장에 미치는 영향, 무역에 미치는 영향 등 망 사용료 정책방향을 신중히 검토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글로벌 빅테크의 망 무임승차 문제는 매해 국감에서 화두로 대두됐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ISP에 따르면 수 년 전과 달리 CP가 발생시키는 트래픽 규모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고, ISP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샌드바인은 2022년 기준 구글·메타·넷플릭스 등 주요 빅테크 6곳이 유발한 트래픽 비중은 전체의 64%이며, 이들을 중심으로 지난해 트래픽 양은 23% 가량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CP들은 망사용료를 접속료와 전송료로 구분지으며, 미국 ISP를 통해 입장료(접속료)를 내고 인터넷에 접속하는 CP는 국내 ISP에 콘텐츠 전송 비용에 해당하는 전송료를 추가 지불할 이유가 없다며 대립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글로벌 빅테크의 망 무임승차 방지를 위한 입법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22대 국회에서는 국회 과방위 소속 이정헌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구글 등 대형 국내외 부가통신사업자가 기간통신사업자의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자사 서비스를 제공시 망 이용계약을 체결하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도록 하는 '망 무임승차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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