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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행복을 태우는 '어르신돌봄카'…"이화동 고지대도 끄떡 없죠"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이화동주민센터 앞에 쏘카 차량으로 운행되는 '어르신돌봄카'가 주차돼 있다. [ⓒ 쏘카]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이화동주민센터 앞에 쏘카 차량으로 운행되는 '어르신돌봄카'가 주차돼 있다. [ⓒ 쏘카]


[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어르신들한테 제가 임의로 시간을 정해 드렸는데 혜화역 같은 경우엔 정각과 30분을 말씀드렸어요. 무작정 와서 기다리시기보단 시간에 맞춰 오시면 조금 더 편리하시잖아요. 어르신들이 차에 타시면 1~2분 정도 있다가 출발합니다."

서울 종로구 이화동 일대를 돌며 종로구청에서 운영하는 '어르신돌봄카'를 통해 어르신을 태우는 정찬홍 기사님의 하루는 오전 9시부터 시작된다. 어르신돌봄카 사업은 이동에 어려움을 겪는 만 65세 이상 어르신들을 위해 종로구 창신동에서 시범적으로 무상 운행했다가 지난해 11월부터 이화동으로 운영 범위를 확대했다.

'쏘카'와의 업무협약을 통해 준비된 차량으로 운행되는 어르신돌봄카는 혜화역 1번출구-동숭경로당-청소년상담지원센터-이화경로당-종로노인종합복지관-이화동주민센터 등 6개 코스를 돌며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어르신들과 만난다. 사업 초기부터 어르신돌봄카를 운행해온 정찬홍 기사님과 어르신들은 마치 동네주민을 만난 듯 반갑게 인사하며 정다운 이야기를 나눴다.

서울 종로구 이화동 일대의 경우 고지대나 차량 미진입 구간(오른쪽)이 다수 분포돼 있어 이동에 어려움이 있다. [ⓒ 쏘카]
서울 종로구 이화동 일대의 경우 고지대나 차량 미진입 구간(오른쪽)이 다수 분포돼 있어 이동에 어려움이 있다. [ⓒ 쏘카]


<디지털데일리>는 지난 14일 어르신돌봄카에 동승하며 이화동 어르신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화동주민센터에서 탑승한 A어르신은 같은 주민의 권유로 어르신돌봄카를 타본 이후 꾸준히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A어르신은 "이웃 주민이랑 타봤는데 기사님이 너무 친절하셔서 계속 이용하고 있다"며 "아파트에 살았을 땐 옆집에 무슨일이 있는 지 몰랐는데 이사온 후에 어르신돌봄카를 계속 이용하다보니까 동네 주민도 많이 알게 되고 소식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A어르신과의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혜화역에 도착한 어르신돌봄카는 또 한 분의 어르신을 태웠다. B어르신은 "어르신돌봄카 운전하시는 기사분이 너무 고생하신다"며 "다른 차는 평지나 좋은 길로 많이 다니는 데 이 차는 나쁜 길(고지대 험한 길)로만 가니까. 기사님이 아주 신경써서 운전을 해주시니 고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어르신돌봄카에 동승하며 느꼈던 점은 이화동 일대는 차량으로도 이동이 어려울 만큼, 고지대와 급경사로가 많았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 중엔 짐까지 짊어진 채 걸어서 이동하는 경우도 있어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어르신돌봄카에 승차하시는 어르신들. [ⓒ 쏘카]
어르신돌봄카에 승차하시는 어르신들. [ⓒ 쏘카]


고지대 운행이 잦은 어르신돌봄카이지만 지정된 코스가 아닌 경우에도 어르신을 태워드리는 경우가 발생한다. A어르신은 "시장을 봐서 짐이 무거운 상태로 고개를 올라가는데 뒤에서 누가 클락션을 울리더라"며 "그래서 보니까 정 기사님이 타시라며 말하는 게 아닌가. 기사님이 어르신을 공경하는 마음이 우러나서 하시는거 같다"고 말했다.

정찬홍 기사님은 "정류장에 정차하는 것도 괜찮지만 어르신들을 더 편하게 해드리자는 취지가 있지 않겠나"라며 "정류장이 아닌 곳에서도 내려드리곤 한다"고 수줍은 미소를 보였다.

어르신돌봄카를 이용하신 어르신들은 입을 모아 이동 편의성을 최대 강점으로 꼽았다. C어르신은 "지팡이를 짚고 20분 걸릴 거리를 어르신돌봄카로 5분 만에 간다"며 웃어보였다.

어르신돌봄카 승하차 구역은 분홍색 팻말로 확인할 수 있다. [ⓒ 쏘카]
어르신돌봄카 승하차 구역은 분홍색 팻말로 확인할 수 있다. [ⓒ 쏘카]


돌봄카를 타신 어르신들을 내려 드린 후 다시 출발하는 길에 정찬홍 기사님은 운행에 대한 어려움을 묻자 "골목에 오토바이를 세워 놓는 경우가 많아서 불편할 때가 있었는 데 지금은 숙달이 되다 보니 괜찮다"며 "종로구는 눈이 온 후에 제설이 빠른 편이고 주민 분들도 같이 치워주셔서 생각보다 수월하게 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몇 차례 어르신들과의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한 끝에 어느덧 어르신돌봄카와의 마지막 시간이 찾아왔다. 정찬홍 기사님은 "(대부분 어르신들과 친분이 생겨서) 자주 이용하시던 어르신이 타지 않으시면 걱정될 만큼 정도 많이 들었다"며 "(이화동 운행코스에 탑승하시는) 어르신들이 참 좋으신 분들이라 운행하면서도 보람을 느낀다"고 소감을 전했다. 쏘카와 종로구의 협력을 통해 운행되는 어르신돌봄카는 오늘도 기사님과 어르신들의 행복을 태운 채 험난한 고지대를 안전하게 누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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