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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AI 실체 점검③] 구광모 AI 비전, 통신은 ‘익시오’로 수렴...AWS·구글 손잡은 이유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5’가 마무리 됐다. 올해도 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각사 AI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워 MWC25에 참가했다. 3사는 대체로 AI 에이전트 서비스와 기업 간 거래(B2B) AI 솔루션 등을 강조하며 AI 전략 홍보에 열을 올렸다. 글로벌 AI 트렌드를 따라 올해야말로 ‘돈버는 AI’를 만들겠다고 입을 모은 통신 3사들의 AI 전략 현황과 실체를 <디지털데일리>가 집중 점검해봤다.

[ⓒ 익시오 홈페이지 갈무리]
[ⓒ 익시오 홈페이지 갈무리]

[디지털데일리 오병훈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AI 비전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통신 계열사 LG유플러스에서는 ‘익시오(ixi-o)’를 통해 AI 에이전트 중심 서비스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그룹사 차원에서 확보한 대형언어모델(LLM) 자체 기술 ‘엑사원’에 더해 글로벌 주요 빅테크들까지 우군으로 확보한 모습이다.

다만, 통신 3사 중 가장 낮은 고객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LG유플러스인 만큼, 기본적인 이용자 저변 확대를 위한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 특히 SK텔레콤에서도 유사한 서비스 에이닷 등을 운영 중인 만큼 경쟁사와 구별된 명확한 차별점이 있어야 AI 서비스가 확실한 새 동력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다.

◆AI기술은 그룹사 뒷배, 경영전략도 수장 교체로 ‘새 판’

LG유플러스의 AI 전략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LG그룹의 AI 전략을 살펴봐야 한다. 구광모 회장 지휘 아래 LG그룹은 지난 2020년 LG AI 연구원을 출범하면서 본격적으로 그룹 전체 AI 시너지를 위한 청사진을 마련했다. 이후 LG AI 연구원 주도로 자체 파운데이션 LLM 모델 ‘엑사원’ 시리즈를 선보이는 등 글로벌 AI 산업 트렌드에 맞춘 모델 개발 역량을 키워온 바 있다.

LG AI 엑사원은 기본적으로 오픈AI ‘쳇GPT’나 메타 ‘라마(Llama)’와 같이 다양한 AI 서비스 원천이 되는 생성형 AI 기반 모델로서 역할을 한다. 이곳에 통신 기술을 접합해 특화된 AI 서비스 모델이 LG유플러스 익시오다. LG유플러스는 B2C 서비스 익시오를 개발하기 위해 가볍고 빠르게 구동되는 경량화 AI 모델(sLM) ‘익시젠(ixi-Gen)’을 선보였으며, 이를 통해 다시 한번 서비스 특화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것이 바로 익시오 서비스다.

그룹사를 통해 확보된 기술력은 최근 LG유플러스 경영전략 새판을 통해 본격적으로 서비스 확장에 들어간 모습이다. 익시오 출시 근방에 경영 지휘봉을 잡은 홍범식 LG유플러스 대표는 LG 경영전략부문장으로서 사업경쟁력 강화 및 미래사업 전략 등을 진두지휘한 경험이 있는 인물이다.

홍 대표는 취임 직후 첫 현장 시찰에서 대전 연구개발(R&D) 센터를 방문해 ‘기본기’를 강조하고 나선 바 있다. 엑사원을 통한 원천 기술 확보 등 기본기에 집중한 그룹사 AI 전략과 맞닿아 있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홍범식 지휘 아래 LG유플러스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5’에서도 엑사원을 통해 표출되는 통신 AI 시너지에 집중했다. LG AI 연구원과 LG유플러스는 ‘원팀 전략’ 아래서 익시오를 ‘온디바이스 AI’로 고도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용자 데이터 유출, 서비스 효율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으로, 단말기 자체에서 구동되는 온디바이스 AI 모델을 올해 하반기 중 선보인다.

핵심은 신경망처리장치(NPU)를 통한 온디바이스 AI 모델 개발이다. NPU는 중앙처리장치(CPU)나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달리, AI 구동에 특화된 반도체칩으로, AI 구동 속도와 효율에 집중한 디바이스에 장착돼 서비스 고도화에 중추 역할을 한다.

최근 개발한 LLM ‘엑사원3.5’를 오픈소스 모델로 공개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장 중인 LG AI 연구원과 LG유플러스의 통신 서비스를 합쳐 ‘기본에 충실한 AI 에이전트’를 만들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이상엽 LG유플러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지난 5일 MWC 현장 기자간담회에서 “LG유플러스와 LG AI 연구원은 한팀처럼 움직이는 밀착형 협업으로 '맞춤형 편리함'을 제공하는 AI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며 “AI 기술을 통해 이용자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고, 사람 중심 AI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AWS로 B2B 클라우드, 구글로 B2C 해외진출 노린다

글로벌 빅테크와 굵직한 협업 체계 구축도 눈여겨 볼 지점이다. 먼저, 익시오로 대표되는 B2C 서비스 강화 및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구글과 협력하기로 했다. 구글 AI ‘제미나이’를 익시오 서비스에 더해 고도화에 집중하고, 해외 진출 계획을 함께 수립하겠다는 취지다.

두 서비스 간의 정확한 접목 방식 등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다양한 LLM 모델을 익시오 서비스 단계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하는 ‘오케스트레이션’이나 멀티 LLM 전략 등 통해 서비스 확장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구체적으로는 통화 서비스에 특화된 익시오가 제미나이를 활용해 통화 맥락을 보다 정교하게 분석하고, 상황에 맞춘 통화 내용 요약 및 추천 행동 제안 등 기능 제공하는 것이다. 또, 구글 클라우드 ‘버텍스 AI(Vertex AI)’ 서비스를 활용해 향후 통화 내용과 관련이 있는 사물이나 상황, 장소 등을 바로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도 도입할 방침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와는 B2B 사업 강화 차원에서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MWC25를 기점으로 양사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국내 AI 클라우드 생태계 조성을 위한 ‘AX얼라이언스’ 전략을 공동 추진키로 했다. 양사는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한국형 소버린 클라우드 개발 ▲AI 플랫폼 및 솔루션 개발 ▲AI 컨설팅 등에서 협업을 약속했다.

이미 지난해 ‘올인(All in) AI’ 전략을 통해 인프라, 플랫폼, 데이터 등 분야 B2B 사업 청사진을 공개한 유플러스는 AWS와 협력을 통해 한층 폭 넓은 기술 저변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국내 기업 고객들이 익시젠과 AWS 자체 파운데이션 LLM ‘노바(Nova)’를 동시에 활용해 AI 서비스를 빠르게 도입할 수 있도록 ‘워크 에이전트(Work Agent)’를 공동 개발할 방침이다.

글로벌 최대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인 AWS와 협약은 AWS 생태계 안에 있는 다양한 기업과 B2B AI 사업 협업 및 제휴 등 다양한 확장 전략 기초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국내외 다수 기업이 AWS 클라우드 플랫폼에 의지한 채 시스템 통합(SI) 및 유지보수(SM) 등을 영위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AI 시스템 구축에서도 AWS와 협업 포트폴리오가 차별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통신 3위 점유율 한계…에이닷 등 경쟁서비스와 차별점 확보 시급

LG유플러스 AI 사업 전략은 그룹사 차원 자체 기술력(엑사원 등)에 더해 글로벌 우군 확보로 기본에 충실한 품질 확보에 전념하는데 초점을 맞춰졌다. 특히 엑사원은 지난해 AWS AI 전용 ‘배드록 마켓플레이스’에 포함되는 등 성과를 낸 바 있다.

배드록 마켓플레이스는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AI 모델을 선보이고 판매할 수 있는 곳으로, 일정 성능과 품질이 보장된 기업의 AI 모델들이 AWS에 의해 선별 입점됐다. 아직까지 LLM 성능 지표가 확립되지 않은 상황 속, 주요 CSP 마켓플레이스 입점은 중요한 마케팅 포인트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러한 그룹사 차원 성과들이 LG유플러스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결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가장 먼저, SK텔레콤과 KT 등에 지속적으로 밀리고 있는 국내 이용자 점유율이다. 아무리 좋은 AI 서비스 품질을 확보한다 하더라도, 이를 사용할 이용자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서비스 성장 속도도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AI 사업 자체에 투자되는 비용 등을 고려할 때, 기본적인 이용자 규모 경제가 확보돼야 실질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에이닷 등 SK텔레콤의 유사 서비스와 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 속, 눈에 띄는 차별점이 아직까지 없다는 점도 우려 지점이다. 두 서비스 모두 AI를 기반으로 한 통화 요약 서비스, 에이전틱 서비스 등을 대표 기능으로 내세우고 있다. LG유플러스보다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SK텔레콤과 경쟁 중이라는 점 생각하면, 보다 명확한 차별점 없이는 시장 우위를 점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한 AI 기업 관계자는 “에이닷이나 익시오의 핵심 AI 서비스 내용은 대체로 유사한 모습으로, 통화 내용을 기반으로하는 음성 텍스트 변환 기술(STT)과 에이전틱 서비스가 강조되고 있다”며 “유사한 두 서비스가 경쟁하게 될 경우, 이용자 저변이 넓은 SK텔레콤 측이 유리할 수밖에 없고, 이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유사한 서비스 외 브랜드를 강화할 수 있는 새로운 차별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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