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의 파운드리사업부가 올해 4나노미터(㎚) 파생 공정 양산을 본격화한다. 이를 통해 인공지능(AI)칩 생산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해당 공정 성과에 따라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다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4나노 파생공정인 'SF4X'의 양산에 돌입했다. SF4X는 AI칩을 비롯한 고성능컴퓨팅(HPC)용 칩을 제작하는 공정으로, 서버용 칩을 위한 2.5D 패키지 기술을 지원한다.
삼성전자는 작년부터 최선단 공정인 2나노, 3나노 테스트 및 수율 안정화와 함께 성숙 공정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파운드리 업계 1위인 TSMC를 추격하기 위한 기술 개발은 지속하는 한편, 주력 양산 공정으로 확보된 성숙 단계의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반도체 설계자산(IP)에 대한 확보를 비롯해 디자인솔루션파트너(DSP)의 활용도를 높였고, 작년 말 조직개편을 통해 조직을 간소화하는 등 쇄신에 나선 바 있다.
당초 4나노 공정은 삼성전자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혔다. 4나노 1세대 당시 양산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 2200'가 게임옵티마이징서비스(GOS)에 따른 성능 제한, 발열 이슈 등에 휩싸이며 TSMC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계기를 제공했던 탓이다. 하지만 작년 이후부터는 지속적인 업그레이드·파생 공정 개발을 통해 해당 이슈를 해소했고, 삼성의 핵심 첨단 공정으로 자리잡게 된 바 있다.
특히 이번 SF4X 공정은 AI칩 제작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지속적인 AI 인프라 확대로 데이터센터 투자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작년 시작된 온디바이스AI와 AI 어시스턴트 기능이 발전할 여지를 보이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빅테크의 커스터마이징 칩(ASIC)과 스타트업의 엣지·서버용 칩 제작 수요가 확대되고 있어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크다.
TSMC와 중국 업체 간 관계가 미묘해진 것도 이점 중 하나다. 바이든 행정부에 이어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으로의 무역 제재 강화 방침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인텔 파운드리 인수 요구 등 연일 압박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TSMC는 중국 업체의 AI칩 제작 주문 창구를 닫기 시작했고, 주요 빅테크와의 공조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조타를 틀게 됐다.
이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삼성전자를 찾는 중국 업체도 확연히 늘고 있다. 특히 TSMC 4나노·14나노에 해당하는 삼성전자의 4~5나노 공정, 14~15나노 공정에 대한 니즈가 늘면서 관련 개발 소식도 부쩍 증가하는 추세다.
변수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전 바이든 행정부가 남긴 추가적인 중국 수출 규제에 대한 대응이다. 당시 바이든 행정부는 바이든 대통령 퇴임 전날인 1월 13일 신규 규제를 내놓고 기존의 AI칩 수출통제 조치 강화, 우회수출 차단을 위한 수출관리규정(EAR)을 개정한 바 있다. 중국 등 우려 국가의 수출 통제는 물론 중동 등 제3국을 거쳐 가는 우회 수출도 통제된 만큼, 삼성 파운드리 입장에서도 중국 업체에 대한 수주를 받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전 행정부 대비 정책 변동성이 높은 점도 우려점이다. 자국의 반도체지원법의 폐지 입장을 확고히 하는 한편, 대만·한국에 대한 견제성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어 섣불리 행동하기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기반을 다질 필요가 있는 삼성 입장에서는 중국 진출에 대한 니즈도 의미가 있지만, 섣부르게 움직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타깃이 되는 것은 더욱 피하고 싶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주요 빅테크로의 수주 역량을 강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AI칩 시장 구조상 인프라 대부분을 미국 기업이 잡고 있는 만큼, 이들 기업에 공급하는 엔비디아나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자체 칩 수주를 확보해야만 안정적 성장이 가능할 것이란 의미다. 올해 양산이 시작될 SF4X 공정이 AI칩에 대한 일괄납품(Turn-key) 구조로 이뤄지고 있어, 삼성 파운드리가 이를 납품이력으로 활용해 접근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TSMC가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 때문이라고 해도 미국 팹리스와의 공조가 늘어난 점은 분명하다"며 "TSMC외 멀티 벤더를 요구하는 팹리스가 많은 상황이라, 삼성 파운드리를 찾고 싶어하는 수요도 분명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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