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천욱 기자] MBK파트너스가 10년 가까이 경영한 홈플러스가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최근 법원의 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MBK의 경영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MK파트너스가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핵심광물을 사실상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고려아연을 인수하게될 경우, 안정적으로 사업을 지속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고려아연은 유통기업인 홈플러스와는 달리 국가기간산업이자 핵심기술 및 첨단전략기술 등을 보유하는 등 국가경제에 있어 그 전략적 가치가 높다는 점에서 우려의 깊이가 다르다는 지적이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법원이 영풍이 제기한 임시주총결의 효력정지 가처분과 관련해 집중투표제를제외한 다른 안건들에 대해선 효력을 정지하면서 MBK·영풍 측이 고려아연을 장악하는 데 있어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단 집중투표제로 인해 3월말로 예상되는 정기주주총회에선 MBK·영풍 측이 당장 이사회 장악이 어렵지만, MBK·영풍 측은 정기주주총회 이후 임시주주총회를 계속 요구해 이사회 장악에 나서겠다고 공표한만큼, 의결권이 많은 MBK·영풍 측이 이사회를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을 MBK가 경영하는 상황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이에 놓고 시장 일각에선 MBK가 고려아연을 경영할 경우 안티모니와 인듐 등 핵심광물을 생산하고 반도체황산과아연과 연, 금, 은, 동 등 우리 경제의 필수 산업소재를 생산하는 고려아연의 기업가치가 제대로 지켜질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MBK가 고려아연에서 수익화의 대상으로 삼으려고 하는 것은 세계1위를 지탱하고 있는 기술”이라며 국가기간산업과 전략광물 생산의 핵심기술들과 인재들이 해외로 빠져나갈 것을 우려했다.
이러한 의심이 나오는 배경에는 MBK가 10년간 경영한 홈플러스의 도산 위기를 비롯해 네파와 딜라이브, 영화엔지니어링 등 과거의 경영 실패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모펀드의 특성상 MBK가 80%가 훨씬 넘는 해외투자자의 이익회수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는 만큼 잇따라 가격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홈플러스의 사례를 보면, MBK는 지난 2015년 말 홈플러스를 약 7조원에 인수했다. 그러나 인수 당시 금융 차입금만 4조원이 넘을 정도로 MBK는 다소 무리하게 홈플러스 경영권을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결과 MBK는 10년간 투자보다는 인수금융 차입금 상환을 위한 점포 등 자산 매각에 집중했고, 자연스레 홈플러스는의 시장 경쟁력이 악화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앞서 MBK는 지난해 9월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와 그 이후 두 차례 장내매수로 고려아연 지분 7.82%를 취득했다. 이를 위해 약 1조5000억원을 지출했는데, 이 가운데 70%가 넘는 약 1조1100억원이 NH투자증권으로부터 빌린 차입금이다. 차입금으로 고려아연을 인수하는 셈인데 이는 추후 MBK가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까지 인수할 경우 MBK의 차입금은 수조원대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MBK의 차입금 부담이 커질수록 추후 MBK가 고려아연 배당금과 계열사 매각, 핵심기술 판매, 공유 등을 통해 확보하려는 자금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고려아연이 제2의 홈플러스가 될 수 있다는 논리다.
한편 전문가들은 고려아연이 우리나라와 미국 등이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을 맺고 핵심광물의 안정적 수급을 위해 추진하는 ‘탈중국 공급망 구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국가기간산업이라는 점에서 이를 정부 차원에서 개입해야 한다는 지적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최근 중국이 미국에 수출통제한 안티모니와 인듐, 텔루륨, 비스무트 등 주요 핵심광물을 모두 생산하는 국내 유일 기업으로 아연과 연뿐 아니라 희소금속 분야에서도 국가안보와 경제를 너머 글로벌 공급망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는 평가에 기반한다.
실제로 최근 MBK의 고려아연 인수가 미국 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힌 마리아네트 밀러-믹스(Marianette Miller-Meeks) 연방 하원의원을 비롯해 트럼프의 측근들인 잭 넌 연방 하원의원,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그리고 민주당인 에릭 스왈웰 하원의원 등 여야를 가리지 않고 다수의 미국 정치인이 MBK의 고려아연 인수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전략광물과 주요 산업 소재의 글로벌 공급망 차원에서 MBK가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장악할 경우 중국의 영향력 확대와 이에 따른 미국의 안보 위협 등을 지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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