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가상자산에 대한 법인 거래가 단계적으로 허용되는 등 가상자산 시장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은행권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은행권은 주요 가상거래소들과의 계좌연계 제휴를 통해, 저원가성 예금의 유치는 물론 법인 영업 확장의 지렛대로 활용한다는 다목적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그동안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시장 1위 업비트(Upbit)와 5년째 계좌연계 제휴를 맺고 있는 케이뱅크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법인 가상자산 거래 허용’으로 촉발된 시장 구도의 변화, 그리고 이를 레버리지로 활용하려는 은행권의 이해가 맞물리면서 케이뱅크의 수성 전략에도 위기감이 고조되는 형국인 것이다.
케이뱅크는 그동안 업비트 계좌연계 제휴에 따른 이용자 예치금 덕분에 저원가성 예금을 손쉽게 늘려올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실제로 오기형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이 제공한 '가상자산거래소 고객 예치금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0년 6월부터 지난해 7월말 까지 케이뱅크의 가상자산사업자 이용자 예치금은 3조7331억원에 달한다.
이는 인터넷은행은 물론 시중은행들과 비교해서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당시 이용자 예치금 순위를 보면 농협은행(빗썸, 1조399억원), 카카오뱅크(코인원, 1451억원), 신한은행(코빗, 729억원), 전북은행(고팍스, 117억원) 등이었다.
이 때문에 지난해 10월 정무위 국감에서 “업비트가 케이뱅크와 거래를 단절할 경우 케이뱅크 뱅크런(대량자금인출) 사태가 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물론 최우형 케이뱅크 은행장은 같은달 열린 IPO 기자간담회에서 "업비트에 예치한 자금들은 고유동성의 안정적인 운영처인 MMF, 국공채 등에만 정확하게 매칭시켜 운영하기 때문에 (업비트 예치금이 빠져도) 뱅크런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비록 ‘이용자 예치금’이 대출 재원으로는 활용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케이뱅크는 1위 사업자인 업비트와의 제휴를 통해 개인 활성계좌수를 크게 늘리는 등 톡톡히 효과를 봤다.
그러나 이러한 케이뱅크와 업비트와의 제휴는 올해 10월까지다. 기존 계약이 갱신될 것인지 아니면 업비트가 새로운 은행을 파트너로 선정할 것인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앞서 2위 사업자인 빗썸은 오는 3월24일부터 기존 NH농협은행에서 KB국민은행으로 제휴 은행을 변경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업비트의 새로운 제휴사로 우리은행이 거론되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전통적으로 우리은행은 법인 고객군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은행으로 평가받고 있어, 업비트의 입장에선 매력적인 파트너일 수 있다는 평가다.
또한 아직 가상자산거래소들과의 제휴가 없는 하나은행도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가 허용되면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일 것이란 관측이다.
물론 케이뱅크도 시중은행들의 공세에 대응하기위한 방어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관련하여 케이뱅크는 법인 가상자산 시장에 대응하기위한 전담 준비 조직을 추진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이미 세무서 등 국가기관을 대상으로 실명 법인 계좌 발급 서비스를 제공해 몰수·추징된 가상자산을 국고로 환수하는 등 가상자산 법인계좌를 만드는 등 경험치를 강조하고 있다. 이와함께 법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가상자산 커스터디(수탁) 사업 등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시중은행들의 거센 공세를 케이뱅크가 적극적으로 방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지난 25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기존 3%에서 2.75%로 추가 인하함에 따라 시중은행들의 입장에선 순이자마진(NIM)을 보전하기위한 저원가성 예금에 대한 갈구가 심해질 것이란 관측이다. 또한 법인 영업력을 확장하는데 있어서도 가상자산거래소들과의 법인 계좌연계 서비스가 중요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업비트의 입장에서도 변화를 줘야할 시기라는 게 관련업계의 진단이다.
무엇보다 가상자산거래소 2위인 빗썸이 KB국민은행으로 제휴 은행을 변경하면서 맹추격을 하고 있는 만큼 업비트로서도 이에 대응하는 카드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느 관측이다.
한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업비트와 케이뱅크가 제휴를 맺었던 5년전의 가상자산 시장 분위기와 지금은 크게 다르다"며 "업비트의 입장에선 케이뱅크와의 제휴를 계속 가져갈 충분한 이유가 있는지 신중하게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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