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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기업 퇴출' 예고장…보안주 칼바람 부나

3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코스피 지수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코스피 지수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김보민기자] 금융당국이 상장유지 요건을 강화해 '좀비기업'을 퇴출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국내 보안업계에도 칼바람이 불지 관심이 주목된다. 시가총액(이하 시총)과 매출액 등 상향 요건을 맞추기 어려운 환경에 놓인 만큼, 당국의 단계별 추진 계획에 따라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는 이달 자본시장 밸류업(Value-Up)을 위한 기업공개(IPO) 세미나를 열고 상장폐지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주식시장에서 저성과를 낸 기업을 적시에 퇴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총, 매출액, 감사의견 미달 등 핵심 요건을 강화해 국내 주식시장의 질적 성장을 저해하는 기업을 가려내겠다는 취지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당시 축사를 통해 "시장 신뢰를 저해하는 기업이 원활히 퇴출될 수 있도록 요건을 강화하고 절차를 효율화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가 공개한 상장폐지 제도개선 방안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는 시총 500억원과 매출액 300억원, 코스닥 상장사는 시총 300억과 매출액 100억원에 미달하면 시장에서 퇴출된다. 현행 기준으로 코스피 상장사는 시총 50억원과 매출액 50억원, 코스닥 상장사는 시총 40억원과 매출액 30억원을 유지하면 됐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각 요건이 최소 3배 이상 상향된 것이다.

금융당국은 개선 방안이 시장에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내년부터 2029년까지 3년에 걸쳐 요건을 단계적으로 조정할 계획이다. 아울러 성장 잠재력이 높지만 매출이 낮은 기업도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해 최소 시총 요건(코스피 1000억원·코스닥 600억원)을 충족하는 경우, 매출액 요건을 면제하는 완충 장치를 도입할 예정이다.

소식이 나온 직후 시총과 매출액 요건을 맞추기 어려운 업계에서는 무더기 퇴출이 실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최종 상향 조정이 끝난 이후 총 199개사(코스피 62곳·코스닥 137곳)가 요건에 미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코스피의 경우 788개사 중 8%, 코스닥의 경우 1530개사 중 9%가 시장에서 사라지는 셈이다.

보안주 또한 예외가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 시총과 매출액 기준으로 따져볼 때, 최종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보합세를 이어가는 기업이 다수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에스에스알은 현 기준 시총 191억원, 2023년도 연매출 121억원을 기록했다. 동일한 기준으로 시큐센은 시총 281억원과 매출액 162억원, 소프트캠프는 시총 243억원과 매출액 184억원, SGA는 시총 186억원과 매출액 433억원을 기록했다.

주식 시장에서 승부를 보기 위해 주가 부양과 실적 개선이라는 두 토끼를 동시에 잡을 때가 다가온 것이다. 보안주의 경우 인공지능(AI), 딥페이크, 양자, 클라우드 등 테마에 올라타 주가가 반등하는 경우가 다수다. 보안 기술과 관련 사업 만으로 주목을 받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보안기업 중 일부는 AI, 반도체, 모빌리티 등 주식 시장에서 주목을 받는 키워드로 사업 성격을 재편해 대외적 가치 평가를 높이는 행보를 보이기도 한다.

국내 보안 기업들이 시장에서 인정받을 만한 사업성과 기술력을 재정비할 필요가 커진 이유다. 해외 주식 시장의 경우 보안은 소외주가 아닌 성장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자체 기술력과 파트너십을 통해 사업 모멘텀을 확보한 것이 주효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나스닥에 상장한 팔로알토네트웍스는 시총 178조원을 기록하고 있고, 뉴욕증시에 오른 스타트업 루브릭은 시총 9조원 선을 넘어선 상태다.

한편 금융당국은 감사의견 미달 요건 기준도 강화할 방침이다. 2회 연속 감사의견을 미달할 경우 즉시 상장폐지 수순을 밟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회생, 워크아웃 기업에 대해서는 제한적으로 추가 개선기간을 허용한다.

이 밖에도 코스닥에만 도입돼 있던 분할재상장시 존속법인에 대한 상장폐지 심사제도를 코스피에도 도입하기로 했다. 상장 폐지 후 비상장 주식거래를 지원하는 작업도 추진한다. 금융투자협회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K-OTC)을 활용해, 상장폐지 주식의 거래 기반을 개선한다는 취지다. 상장폐지 심사 과정에서 투자자를 위한 정보 공시 또한 확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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