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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클로즈업] 분기점 맞은 K-게임, 신흥 시장이 해법될까

사우디아라비아가 개최한 EWC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크래프톤]
사우디아라비아가 개최한 EWC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크래프톤]

[디지털데일리 문대찬기자] 그간 내수 중심의 사업 전략을 고수하다 한계에 직면한 국내 게임사들이 장르와 플랫폼의 다변화를 꾀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PC와 콘솔 게임 선호도가 높은 서구권 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한편, 작년부터 수출길이 다시 열린 전통의 수출 시장 중국에도 재진출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는 모습이다.

다만 중동과 인도 등 신흥 시장에 대한 공략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들 지역은 타 지역에 비해 경쟁이 아직 포화 상태에 이르지 않은 데다, 젊은 게임 인구가 많아 탄탄한 성장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시장에서의 주도권 확보 여부가 곧 미래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를 가늠하는 핵심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현재 국내 게임사 가운데는 크래프톤이 선발 주자로 나서 해당 시장들에서 기반을 다지고 있는 상황인데, 후발 주자들의 적극적인 진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중동 시장, 사우디 중심으로 성장 중...젊고 구매력도 높아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중동 지역의 게임 시장은 최근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사우디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주도로 국부펀드(PIF)를 통해 게임 산업에 약 90조원을 투자하며 주목받고 있다. 작년부터는 수도 리야드에서 ‘E스포츠 월드컵(EWC)’을 개최하는 등 산업 헤게모니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사우디는 2030년까지 게임 분야에 총 380억달러(한화 약 55조3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향후 성장 전망도 밝다. 게임 공급을 위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을 뿐만 아니라, 젊은 인구 구조로 잠재적인 게임 이용자도 풍부하다.

시장 조사 기관 뉴주의 2022년 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의 인터넷 보급률은 100%로, 한국(2023년 기준 95.33%)을 뛰어넘는다. 중동 인구의 중위연령은 사우디가 29.8세, 아랍에미리트가 32.8세로, 우리나라(43.4세)보다 10세 이상 젊다.

니코 파트너스는 중동 게임 시장 규모가 2022년 18억달러(약 2조6136억원)에서 2026년 28억달러(약 4조6656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 중이다.

모바일 게임 선호도가 높은 중동 시장. [ⓒ한국콘텐츠진흥원]
모바일 게임 선호도가 높은 중동 시장. [ⓒ한국콘텐츠진흥원]

사우디 게임 시장이 모바일 플랫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은 고사양 모바일 게임 개발에 강점을 지닌 국내 게임업계에 매력적인 요소로 다가온다.

2024년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중동에서 가장 선호되는 게임 플랫폼은 모바일(44.2%)로, 글로벌 평균 대비 2.2%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게임 이용 시간 역시 모바일 게임이 하루 평균 3.73시간으로 가장 높았다. 모바일 게임 지출 금액은 131.1달러(약 19만358원)로, 글로벌 평균 지출 금액 70.4달러(약 10만 2,222원)보다 86.2%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한국 게임 선호도도 높은 편이다. 중동 게이머의 한국 게임 이용시간은 주 평균 3.58시간으로 글로벌 게이머의 3.23시간 보다 높았다. 각 장르별 이용 시간도 보다 높게 나타났다. 한달 평균 한국 게임 지출비용도 61.2달러로, 전체평균 43.1달러에 비해 높았다.

크래프톤은 자사 대표 IP '배틀그라운드'를 통해 중동과 인도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크래프톤]
크래프톤은 자사 대표 IP '배틀그라운드'를 통해 중동과 인도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크래프톤]

◆ 게임 인구만 4억4400만명성장 중인 인도 시장

인도 역시 떠오르는 게임 시장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구매력은 다른 지역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방대한 인구를 기반으로 시장 규모가 빠르게 성장 중이다. 니코 파트너스에 따르면, 2019년 기준 56억5000만 건이었던 인도의 게임 다운로드 수는 불과 4년 만에 95억 건으로 급증했다. 2023년 기준 인도의 게임 인구는 약 4억4400만명에 달한다.

인도 정부는 최근 게임 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전자 시스템 및 IT 분야에 대한 해외 직접 투자(FDI) 금액의 100%를 자동 승인 방식으로 허용하며, 해외 자본 유치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5년간 인도 게임 산업이 유치한 국내외 투자금은 28억 달러(약 4조729억원)에 이른다. 니코 파트너스는 2023년말 약 1조711억원 규모였던 인도 게임 시장이 2027년까지 2조1587억 원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도 게임 시장은 중동과 마찬가지로 모바일 게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2017년 당시 인터넷 보급률이 10%에 불과해 스마트폰 사용자 수가 1억 중반 수준에 머물렀으나, 현재는 약 6억명에 이른다. 인터넷망 발전과 스마트폰 보급률 증가로 인해 인도의 전체 게임 플랫폼 중 모바일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90%에 이른다.

아프리카 게임 시장 성장률. [ⓒ모르도르 인텔리전스]
아프리카 게임 시장 성장률. [ⓒ모르도르 인텔리전스]

◆아프리카, 게임 시장 블루오션… 글로벌 게임사도 눈독

아프리카 또한 최근 주목받는 지역이다. 모르도르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아프리카 게임 시장은 연평균 성장률(CAGR) 19.96%로 성장해 2033년까지 108억1000만달러(135조125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자료에 따르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모바일 가입자 수는 꾸준히 증가해 2030년에는 약 7억명, 보급률은 5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게임 시장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흐름이다.

이미 글로벌 콘텐츠사들은 앞다퉈 아프리카 지역에 손을 뻗고 있다. 디즈니는 나이지리아의 말리요 게임즈와 협력해 디즈니 애니메이션 ‘이와주’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을 제작했다. EA는 아프리카 전역에 EA FC 모바일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다. 라이엇 게임즈도 ‘리그오브레전드’ 아프리카 서버를 오픈하며 지역 유저와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인도 유명 프로레슬링 선수 더 그레이트 칼리가 광고 모델로 참여한 '쿠키런 인도'. 현지 맞춤 마케팅이다. [ⓒ데브시스터즈]
인도 유명 프로레슬링 선수 더 그레이트 칼리가 광고 모델로 참여한 '쿠키런 인도'. 현지 맞춤 마케팅이다. [ⓒ데브시스터즈]

◆ 신흥 시장 특성 반영해 차별화 전략 짜야… 콘진원 "콘텐츠와 현지 문화 요소 결합 필요"

전문가들은 국내 게임사들이 신흥 시장의 특성을 반영한 차별화된 진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동과 인도 게이머들은 자신들의 문화와 역사를 담은 게임 콘텐츠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현지화 전략이 부족하면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중동에서는 이슬람 최대 행사인 ‘라마단’ 기간 동안 게임 매출이 증가하는 등 특수한 소비 경향을 보이는데, 이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외 인도와 아프리카처럼 저사양 모바일 기기를 주로 사용하는 시장에서는 세밀한 최적화 작업과 오프라인 모드 제공이 필수적이라는 제언도 나온다. 유비소프트가 고사양 게임 '파크라이2'를 저사양 시스템에서도 실행 가능하도록 재출시해 아프리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들 시장의 낮은 구매력을 감안한 광고 기반 모델이나 소액 결제 모델 도입도 중요한 전략으로 꼽힌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측은 “한국 게임산업에서는 기존 시장(중국, 일본, 미국)을 넘어 중동,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으로의 확장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신흥 시장을 대상으로 전략을 수립하고 각국의 인구 구조와 소득 수준을 분석한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게임 콘텐츠에 현지 문화 요소를 통합하면 시장 수용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 게임 개발사들은 혁신적인 게임 메커니즘과 문화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서사를 강조함으로써 신흥 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면서 “현지 통신사와 협력해 인프라 문제를 해결하고 마케팅 파트너와 소비자 특성에 맞는 전략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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