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이동통신사 자회사의 알뜰폰 시장 독식을 막기 위한 시장점유율 규제 법안이 26일 국회 과방위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김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0월 대표발의한 뒤 2개월여 만이다. 다만, 법이 적용되면 당장 이통 자회사의 알뜰폰 가입자 확보에 차질이 생기는 만큼 논란이 예상된다.
국회 과방위는 이날 오전 제2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소위)를 열고 이통 자회사의 알뜰폰 시장 합산 점유율을 제한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야당 단독 의결했다.
앞서 국회에는 알뜰폰 시잠점유율 제한과 관련해 두 개 법안이 발의됐다. 이통 자회사의 알뜰폰 시장 독식을 막는다는 취지로, 야당에선 김현 의원이 여당에선 신성범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했다.
두 법안의 가장 큰 차이는 규제 범위에서 금융권 등 대기업의 포함 여부다. 신성범 안은 이동통신사 알뜰폰 자회사에 대해서만 점유율을 50%로 규제하는 반면, 김현 안은 KB리브엠과 같은 금융권 등 대기업을 포함해 60%로 규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가운데 국회 과방위는 이날 두 법안을 병합해 통과시키기로 했다. 큰 틀에선 금융권 등 대기업을 포함해 60%로 규제한다는 김현 안을 따르고, ‘이동통신사 계열회사와 독립계 대기업 알뜰폰 사업자 간’ 혹은 ‘전체 대기업 알뜰폰 사업자와 중소 알뜰폰 사업자 간’에 차등적으로 등록조건을 붙이거나 변경할 수 있다는 신성범 안의 내용을 추가하기로 했다.
이번 안에서 신성범 안의 핵심이었던 ‘도매대가 협상의 사전규제 전환’은 제외됐다. 사전규제 전환은 정부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알뜰폰 사업자를 대신해 다시 도매대가 협상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도매제공 의무제를 영구화하는 대신, 사후규제로 전환한다고 밝힌 지 불과 1년 만이다.
학계와 업계는 이번 개정안과 관련해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사업자별로 온도차는 있지만, 근시일내 신규 가입자 모집을 중단하는 등 타격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병합안은 대기업 또는 그 계열사의 합산 가입자 수를 알뜰폰 시장 전체 가입자 수(941만6526명)의 5분의 3(60%) 미만으로 제한했다. 이는 약 564만991명이다.
지난 8월 기준 IoT 회선을 제외한 알뜰폰 시장 점유율은 ▲SK텔링크 7.5%(70만1885명) ▲KT엠모바일 17.2%(161만6740명) ▲KT스카이라이프4.4%(41만1074명) ▲미디어로그 10.7%(101만18888명) ▲LG헬로비전 7,2%(67만9592명) ▲KB리브모바일 4.2%(39만6446명) 등으로 대기업 자회사 합계 점유율은 51.8%(487만9959명)에 이른다.
즉, 해당 안이 통과되면 대기업 또는 그 계열사는 겨우 80만여명의 가입자만 추가 확보 가능한 셈이다.
더욱이 당장 내년 우리은행이 알뜰폰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는데다, 3년 이내 대기업 계열사로 전환될 알뜰폰 사업자도 있는 등 이들에 돌아갈 파이가 더 작아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시장점유율 제한이라는 진입규제를 둔다고 기존 알뜰폰 중소사업자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부분이다. 또 풀(Full) MVNO 사업자가 되려면 자체 설비 구축을 위한 막대한 투자비가 소요되는 가운데, 당장 알뜰폰 시장 내 그만한 여력을 가진 사업자가 있냐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앞서 세 차례 진행된 법안 소위에서도 의결이 보류됐다. 당시 여당은 물론, 야당 의원 대부분이 김현 안에 반대 의견을 표했다. 대기업 계열사의 수 제한으로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야당 관계자는 "단통법 폐지에 따른 보안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고, 다수 의원들이 여기에 동의했다. 중소사업자들이 보조금 경쟁을 할 수 있도록 당근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다만, 사전규제 전환에 대해선 시행도 안해보고 뒤집는 것은 아니다라는 다수 의견에 따라 제외됐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 과방위는 이날 방송통신위원회의 의결정족수를 4명으로 명시하고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 탄핵소추를 가능하게 하는 방통위 설치법 개정안 의결을 보류했다.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과방위 전체회의를 거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의 심사를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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