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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장비 수급 빨간불 켜진 中...레거시 D램 반등에 '쏠린 눈' [소부장반차장]

삼성전자 화성 사업장. [ⓒ삼성전자]
삼성전자 화성 사업장. [ⓒ삼성전자]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레거시(범용) D램 가격 하락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반도체 산업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이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을 제한, 장비 수급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내년 레거시 D램 시장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2일 메모리 업계에 따르면, 최근 레거시 D램 시장은 공급 과잉으로 인해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 따르면 11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월 대비 20.59% 하락한 1.35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 9월 1.3달러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PC용 D램 제품(DDR4 8Gb 1Gx8)의 가격은 1.518달러로, 전월 대비 10.8% 줄었다. D램 가격은 올해 4월에 2.10달러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보합세를 유지하다 8월, 2.05달러로 집계되더니 9월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같이 레거시 가격이 조정받고 있는 것은 정부 보조금에 힘입어 생산능력을 키운 중국 업체들이 공급을 늘리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대만 정보기술(IT) 매체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중국 메모리 업체의 PC용 D램 레거시제품(DDR4 8Gb)의 지난달 평균 가격은 0.75~1달러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글로벌 3대 D램 업체 제품의 절반 수준이다.

중국 D램 1위 업체인 창신메모리(CXMT)의 경우, 생산능력(웨이퍼 기준)은 2022년 월 7만장 수준이었으나 올해 말 기준으론 월 20만장 수준으로 늘리며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DDR4, LPDDR4X와 같은 레거시 D램 가격은 충분한 공급량과 수요 감소로 이미 하락 추세"라고 분석했다.

한국 메모리 기업들은 현재 HBM(고대역폭메모리), DDR5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 힘을 쓰고 있긴 하나, 레거시 D램은 역시 오랫동안 핵심 수익원이었던 만큼, 중국의 공세에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미⋅중국 간의 갈등이 격화,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의 제재가 본격화되면서 업계는 레거시 시장이 또 한 번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첨단 반도체뿐만 아니라, 레거시 D램 생산에 필요한 장비와 기술에 대해서도 중국으로의 수출을 제한하는 강력한 조치를 시행 중이다. 특히, 미국 상무부는 지난 10월 중국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새로운 규제 방안을 발표하며, 기존 제재를 보완하는 동시에 우회 전략을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18나노미터(㎚)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14㎚ 이하 로직 칩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 대한 장비 수출을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한국, 네덜란드, 일본 등 주요 반도체 장비 생산국들도 중국에 대한 장비 수출 제한에 동참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중국 레거시 반도체 생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 메모리 업체들이 생산 설비를 확장하는 데 필요한 핵심 장비를 확보하기 어려워지면서, 장기적으로 레거시 D램 생산량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서다. 공급 과잉으로 인한 가격 하락세를 완화하거나, 반등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D램 생산 확대와 글로벌 시장의 레거시 D램 공급 과잉으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가격 하락 압력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미국의 규제 강화와 기술 수출 제한이 장기적으로 중국의 생산 능력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레거시 D램 시장에도 구조적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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