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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방송시장 운명 쥔 티빙-웨이브 ‘생존의 합병’ [IT클로즈업]

당장이 어려운 지상파, 미래가 두려운 KT…“결국은 상생방안 모색 필요”

[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지난해 시작된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약 1년 만에 급물살을 타는 모양새다. 전날(27일) 티빙의 모회사인 CJ ENM이 웨이브의 부채 상환을 돕기로 하면서 합병 의지를 다시금 밝힌 것이다.

실제 양사 합병과 관련해선 올 연말 결론날 것이 유력한 가운데, 관건은 거래 조건이다. 거래 조건에 따라 합병회사의 경쟁력도 좌우될 전망이다. 당장의 이익을 따지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에 대항할 경쟁력 있는 토종 플랫폼을 탄생시킬 마지막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올 연말 이사회서 합병 결론…합병비율 조정될듯

2020년 유영상 당시 SK텔레콤 MNO사업대표 겸 콘텐츠웨이브 이사(현 SK텔레콤 대표)가 한국OTT포럼 세미나에서 빌표를 하고 있다.
2020년 유영상 당시 SK텔레콤 MNO사업대표 겸 콘텐츠웨이브 이사(현 SK텔레콤 대표)가 한국OTT포럼 세미나에서 빌표를 하고 있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티빙과 웨이브의 모회사인 CJ ENM과 SK스퀘어 측 주주는 큰틀에서 합병에 합의하고, 합병 비율 등의 거래조건을 두고 막판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J ENM과 SK스퀘어는 지난해 12월 서비스 통합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을 추진해왔다.

사실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설이 처음 거론된 것은 4년 전이다. 2020년 유영상 당시 SK텔레콤 MNO사업대표 겸 콘텐츠웨이브 이사(현 SK텔레콤 대표)가 한국OTT포럼 세미나에서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사업자를 상대로 한국 OTT가 승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합병”이라며 티빙에 OTT 통합을 깜짝 제안한 것이다. 물론, 당시에는 CJ ENM 측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면서, 합병설은 허무하게 일단락 됐다.

하지만, 최근 OTT가 성장동력을 잃으며 상황은 바뀌었다. 글로벌 OTT 경쟁의 심화와 콘텐츠 제작·수급 비용 급증, 이로 인한 회사 적자가 누적되면서 시장 위기가 찾아오자 각자도생으로는 생존이 어렵다는 데 양사가 공감대를 이룬 것이다.

합병 자체에 반대하는 사업자는 없어, 연내 무난히 이뤄질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양사 합병은 합병 승인을 위한 주주총회 일정을 거쳐, 내달 말 예정된 각사 이사회에서 판가름날 전망이다. 현재 합병 회사의 조직 구성 작업 역시 상당 부분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합병의 걸림돌로 지목됐던 웨이브의 부채 리스크도 해소된 상황이다. 웨이브는 2019년 5년 내 기업공개(IPO)를 조건으로,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약 2000억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취득한 바 있다. 웨이브는 이 전환사채를 전날(28일)까지 상환해야 했는데, 이를 위해 SK스퀘어와 CJ ENM이 각각 1500억원·1000억원을 웨이브에 투자하기로 했다.

합병 비율이 조정될 가능성은 있다. 티빙과 웨이브의 최종 합병 비율은 올초 이야기됐던 1.6대1에서 다소 낮아진 1.4대1에서 1.5대1 정도로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일각에선 합병 승인을 앞두고 밸류에이션 상향을 위해 웨이브 조직의 슬림화 작업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른 합병 회사의 주주구성(기존 합병 비율 1.6대1 적용 시)은 티빙 측 ▲CJ ENM(30.1%) ▲KT스튜디오지니(8.3%) ▲젠파트너스앤컴퍼니(8.3%) ▲SLL중앙 7.8% ▲네이버 6.6%, 웨이브 측 ▲SK스퀘어 15.6% ▲KBS 7.6% ▲MBC 7.6% ▲SBS 7.6%가 될 전망이다.

지상파·KT, 복잡한 이해관계 속 동상이몽

다만, CJ ENM의 경우 복잡한 주주구성 속 이해관계자를 설득하기 위한 어느정도의 출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아직까지 풀어야할 숙제도 있다. 지상파 콘텐츠의 독점 확보와 KT와의 콘텐츠 배급 문제다.

먼저, 합병회사로선 지상파 3사와의 콘텐츠 독점 계약이 간절한 상황이다. 국내 콘텐츠 시장에서 CJ ENM과 KBS·MBC·SBS 등 지상파 3사가 제작하는 콘텐츠가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지상파 콘텐츠를 독점할 수 있다면 넷플릭스와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으로 겨뤄볼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상파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합병회사의 성공을 확신하기 어려운 가운데, 당장 지난해 매출이 큰폭으로 하락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공표한 ‘2023 회계연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에 따르면 지난해 지상파의 방송사업매출은 10.2%(4242억원) 감소한 3조7309억원이었다.

특히, 지상파로선 다수의 플랫폼에 콘텐츠를 배급하기 보단 특정 플랫폼(넷플릭스)에 독점 배급하는 것이 훨씬 더 많은 콘텐츠 사용료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가운데 업계엔 이미 지상파 A사의 이탈 소식이 들린다. 지상파 A사는 합병회사가 아닌,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독점 배급하는 방향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티빙 측 주주인 KT스튜디오지니를 둘러싼 이해관계도 복잡하다. 대놓고 합병에 반대할 순 없지만 KT스튜디오지니의 100% 모회사인 KT가 ENA(PP)와 지니TV(IPTV)라는 별도의 콘텐츠 유통 채널을 두고 있는 가운데, 거대 OTT의 등장을 당연 의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거대 OTT의 탄생으로 현재 IPTV 중심의 시장 구조가 재편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욱이 KT스튜디오지니가 CJ ENM을 견제할 만큼의 콘텐츠 경쟁력을 가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티빙-웨이브 합병 이후 성공, 상생으로 갈린다

결국, 성공적인 합병의 관건은 대주주인 CJ ENM이 시장에서 경쟁 위치에 있는 주주들을 어떠한 조건으로 포섭할지에 달렸다. 그리고 이 걸림돌을 어떻게 해결하냐에 따라 합병회사도 순항할 전망이다.

특히, 합병 비율에서 불리한 웨이브 측 주주들이 과도한 합병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 합병하지 않는 게 더 나은 상황이 될 수 있다.

실제 수평적 합병에 따른 시너지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티빙과 웨이브의 월간활성화이용자(MAU) 수는 각각 810만명과 421만명으로 단순 한계는 1231만명이다. 같은 시기 넷플릭스의 MAU(1191만명)를 뛰어넘는 수치다.

하지만 티빙과 웨이브의 중복 가입자를 고려하면, 플랫폼 부분에서 시너지 효과는 기대 이하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에 학계에선 합병회사가 성공하려면 수직계열화를 통해 비용 구조를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고 말한다. 제작비 등 내부적인 비용을 최소화해 효율적인 콘텐츠 투자를 집행하기 위함이다.

업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플랫폼 수평적 합병에 따른 시너지보단 수직적 결합의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며 “(양사 합병에 따른) 시너지를 추구하려면 수직계열화로 가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장기적인 관점에서 합병회사를 경쟁력 있는 콘텐츠 유통 플랫폼으로 만들기 위한 사업자 간 협력이 전제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플랫폼이 무너지면서 제작사가 헐값에 해외 플랫폼에 IP(지식재산권)를 내놓는 상황이 머지않아 올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내 업체들 간 상생 구조가 먼저 꾸려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지상파가 독점 IP를 제공하는 대신 CJ ENM은 콘텐츠 부문에서 투자를 집행하고, KT는 IPTV+OTT 번들 요금제 등 다양한 제휴를 검토 가능하다. 장기적으로 웨이브아메리카스의 북미 OTT인 ‘코코와(KOCOWA)’를 통해 K-콘텐츠의 해외 수출도 기대할 수 있다.

업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MBC가 넷플릭스에 유통한 ‘피지컬: 100’은 우리나라 예능의 경쟁력을 전 세계에 어필하는 기회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우리나라가 콘텐츠 하청기지로 전락하는거 아니냐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단기적인 이익을 생각하기 보단 장기적인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고려하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합병 회사는) 생산성 및 효율성 향상에 집중해야한다“라며 ”규모의 경제나 절대적 규모 확대 이전에 합병 후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합리적인 구조조정, 투자 조정 및 서비스 개선에 우선을 둬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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