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들어선 '윤석열 정부'가 임기 반환점을 맞았다. 윤석열 정부 출범 2년 6개월 간 국가 주요 성장 동력인 과학기술·디지털 분야에선 AI 대전환, 우주항공청 출범, 5G 전국망 구축 등의 성과가 있었지만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라인야후 사태, 방송통신위원회 2인 체제 속 쟁정 등 크고 작은 잡음도 끊이지 않았다. <디지털데일리>는 ▲과학기술 ▲통신·방송 ▲플랫폼 ▲인공지능(AI) ▲반도체 ▲사이버보안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등 주요 '과학기술·디지털 분야'에서의 성과와 과실을 살펴보고 향후 비전에 대해 분석해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과학기술 분야 내 최대 화두는 '연구·개발(R&D) 예산'이었다. 지난해 정부는 올해 R&D 예산을 전년 대비 16.6% 줄인 예산안을 발표했는데 현장을 비롯한 과학기술계에선 날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당시 정부는 '비효율적인 R&D 예산 항목에 대한 구조조정'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야당과 과학기술계에선 예산 삭감으로 인한 연구 중단을 우려하며 'R&D 생태계 파괴를 자초하는 일'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R&D 카르텔' 등 여러 논란이 불거지며 R&D 예산 삭감으로 인한 후폭풍이 거세게 일었다. 정부와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R&D 예산을 일부 조정하는 한편 내년도 예산을 증액했지만,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여야 간 이견이 나오며 다음달 초로 예정된 처리시한에 맞춰 통과할 수 있을 지도 여전히 불투명한 모습이다.
◆재검토→삭감→쟁정→복구…"연구 지속성 보장해야"
지난 8월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확정·발표했다. 이 중 내년도 R&D 예산은 29조7000억원으로, 전년(26조5000억원) 대비 11.8% 증가했다. 지난해 R&D 예산인 29조3000억원보다 1.4% 증가한 수치이기도 하다.
내년도를 기준으로 하면 R&D 예산은 지난해 수준을 회복했다. 정부는 추격형 R&D 전략에서 벗어나 선도형 R&D를 확대하는 등 과감한 혁신의 결과로 자평했다. 이는 지난 1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유상임 장관)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2년 반 동안의 과학기술·디지털 분야 성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민간이 스스로 하기 어려운 혁신·도전적 연구나 인재를 키우는 연구 등에 국가R&D 예산을 집중했다"고 밝히며 ▲R&D 예비타당성조사(예타) 폐지 ▲R&D사업 일몰제 폐지 ▲경제·사회적 파급효과가 큰 혁신·도전형 R&D 확대 등을 정부 성과로 꼽았다. 내년도 혁신도전형 R&D 예산안은 1조402억원으로 올해 7018억원에 비해 48.2% 증가했다.
지난해 11월 '글로벌 R&D 추진전략'을 수립한 데 이어 올 2월 '국제공동연구 매뉴얼'을 개발한 정부는 내년도 글로벌 R&D 예산안도 2조2000억원으로 확대·편성했다고 강조했다.
올 3월에 아시아 최초로 세계 최대 다자간 연구혁신 프로그램인 '호라이즌 유럽'에 준회원국으로 참여하는 한편 같은 해 9월 '한미 글로벌 AI 협력의 교두보인 글로벌 AI 프론티어랩'을 개소하는 등 유럽연합(EU)·미국 같은 글로벌 선도국과의 과학기술 연대·협력을 강화했다는 입장이다.
이 외에도 과학기술·디지털 인재 성장 뒷받침하기 위해 젊은 연구자 지원 예산을 해마다 늘렸다고 과기정통부는 설명했다. 지난해 3101억원이었던 젊은 연구자 예산은 올해 4690억원으로 책정됐고 내년도 예산안의 경우 5548억원을 책정한 상태다.
이처럼 정부와 과기정통부는 R&D 시스템을 혁신하고 젊은 연구자를 대폭 지원해 과학기술 생태계를 혁신했다고 밝혔으나, 내년 예산안을 확정하기까진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실제로 정부 R&D 예산은 해마다 늘었으나 올 들어 전년 대비 9.6% 삭감된 26조5000억원으로 편성된 바 있다. 이는 지난해 6월 윤 대통령이 "나눠먹기·갈라먹기식 R&D는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이후 같은 해 8월 25조9000억원의 정부 예산안이 편성됐다가 과학기술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6000억원 상향한 결과다.
올해 R&D 예산 삭감 발표 후 연구현장 종사자들 사이에선 대규모 인력 이탈 가능성이 제기됐다. 예산 삭감으로 인해 진행중이었던 연구과제가 중단되거나, 예정된 프로젝트가 미뤄짐에 따라 최악의 경우 연구인력이 연구소를 떠나는 현상까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대적으로 R&D 기간이 긴 기초·원천 연구는 지속성이 중요한 데 예산 부족 등으로 인해 일부 연구가 중단됐다는 후문이다.
당시 정부는 "기업 보조금 성격의 나눠주기식 사업, 성과부진 사업 등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한 결과"라고 해명했지만 과학기술계 곳곳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올 2월엔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학위수여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해 축사를 하던 중 식장 내부에서 전산학부 석사과정 졸업생 자격으로 참석한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신민기 대변인이 R&D 예산 삭감에 대한 항의 시위를 하다 대통령경호처 경호원들에 의해 입을 틀어막힌 채 강제로 퇴장당하고 경찰서로 연행되기도 했다.
내년도 R&D 예산안이 전년 대비 증액됐지만 국회에선 예산 항목을 두고 온도 차를 보이는 모습이다.
앞서 지난 11일 여야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이하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내년 정부 R&D 예산안을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정부와 여당은 R&D 예산 편성의 관행을 바로잡고 필요한 미래 분야에 집중 투자하기 위해 구조를 조정한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의 경우 원칙없는 예산편성 행태의 반복이라는 지적으로 맞섰다.
대표적인 항목이 '소형모듈원자로(SMR)'이다. 야당은 내년도 과학기술 분야 예산이 전년 대비 11% 늘었으나 지난해 대규모 감액된 부분은 그대로인 반면 SMR 등 원자력 관련 분야에 대폭 집중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여당과 정부에선 SMR 등 원자력에 편중됐다고 보긴 어렵고 3대 게임체인저(AI·반도체, 첨단바이오, 양자)에 집중했고 예타·일몰제 폐지 등으로 구조 혁신을 추진했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예산 법정 처리시한이 다음달 2일로 예정된 만큼 마지막 날까지 R&D 예산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과학기술계의 한 관계자는 "R&D 예산이 지난해 수준으로 복원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국내 과학기술계가 R&D 예산 조정으로 1년 여간 우왕좌왕하는 현상이 발생했는데 연구 특성상 지속성이 수반돼야 하는 만큼 일관성 있는 정책 기조가 이어지길 바라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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