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윤석열 정부의 정부혁신 정책은 박근혜 정부의 ‘전자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디지털정부’에 이은 ‘디지털플랫폼정부’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안착시키는 데 집중됐다. 모든 데이터를 연결한 디지털플랫폼 위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정부로서 디지털플랫폼정부의 실현은 윤석열 정부의 중점 국정과제 중 하나다.
이에 대해선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와 더불어 대통령직속 자문위원회로 출범한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이하 디플정위)가 정부 디지털전환 정책을 주도적으로 추진해오며, 지난 2년 반 동안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민원·공공서비스 관련 디지털화, 공공데이터 개방, 초거대 인공지능(AI) 도입 추진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행안부가 발표한 ‘윤석열 정부 행정·안전분야 성과 및 향후 추진계획’에 따르면, 행안부는 정부혁신 관련 주요 성과로 ▲운전면허증·국가보훈등록증·재외국민신원확인증에 이어 주민등록증(2025년 예정)까지 모바일 신분증을 적용한 것 ▲올해 10월 기준 총 360종 서비스에서 구비서류 제로화를 실현하고, 총 2145건 사무에 대해 관행적이었던 인감증명 요구를 정비해나가고 있는 것 ▲KTX‧SRT 예매 등 국민이 자주 이용하는 공공서비스 20종을 민간 앱에도 개방한 것 등을 꼽고 있다.
또한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광주에서 행안부와 디플정위가 공동 개최한 ‘2024년 대한민국 정부 박람회’에선 ▲‘DPG(디지털플랫폼정부) 허브’를 통해 정부부처와 민간 데이터를 쉽고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 ▲‘공공 입찰정보 조회 및 맞춤 공고 추천 서비스’와 ‘소상공인 빅데이터 플랫폼’ 등 기업·소상공인의 편리한 정보 이용을 지원한 것 ▲범정부 서비스 통합 창구 구축(2025년)으로 증명서발급·복지신청 등 서비스를 한곳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등이 주요 성과로 소개됐다.
이 밖에도 두 기관은 올해 안에 ‘공공부문 AI 도입·확산 전략’을 마련할 계획으로, 행안부의 경우 실제 올해 3월 ‘AI 자동회의록’ ‘AI 문서인식 서비스’ 등을 공공 업무에 시범 도입한 데 이어 전 부처가 공동 활용 가능한 ‘범정부 초거대 AI 공통기반’ 구축 등 공공부문 전반에 AI 기술 접목을 본격화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우리 정부는 202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8개국 대상으로 실시하는 ‘디지털정부평가’에서 2회 연속 1위를 달성했으며 ‘공공데이터평가’에서도 4회째 1위를 기록하는 등 글로벌 기준으로 객관적인 성과지표를 확보하며 디지털정부 선도국 위상을 확고하게 가져가고 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임기 반환점에 선 현재,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 정보기술(IT) 인프라와 생성형 AI 기술 혁신 등에 부응하는 동시에 디지털 장애 대응력 강화와 공공부문 디지털 격차 해소 등 쉽지 않은 과제도 남아 있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국가 행정전산망 장애로 정부24·나라장터 등 중요한 공공서비스들이 멈췄던 먹통 사태는 전세계 디지털정부 1위라는 분명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장애 발생시 우리나라의 대응력이 얼마나 부족했는지 깨닫는 계기로 작용했다.
당시 행안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등 주무부처는 공공 시스템의 노후화된 장비 교체와 재해복구(DR) 체계 강화, 공공 소프트웨어(SW) 시장의 개발단가 정상화 및 불합리한 관행 개선 등 전방위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내놨으나, 충분치 않은 예산과 법제도 미비 등으로 실행력은 다소 부족했다는 아쉬움을 불렀다.
이후에도 전세계 항공·병원 등 주요 서비스의 중단을 부른 마이크로소프트(MS)-크라우드스트라이크발 IT 대란까지 발생하며, 우리나라 역시 멀티 클라우드 확산과 적절한 보안 및 장애 예방 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 삶에 밀접한 공공 영역에서의 디지털전환이 가속화하며, 국민간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는 문제도 중요한 숙제로 떠오른다.
실제 과기정통부가 올해 1월 발표한 ‘2023년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민 평균 디지털 정보화 역량을 100%로 봤을 때 60대와 70대는 각각 61%, 30%로 가장 높은 20대(138%)와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키오스크 이용이나 온라인 발급 등 이제 일상화된 디지털 접근이 버거운 고령층에는 각종 서류 준비, 지원금 수급, 사업 지원 등에 대한 장벽이 상대적으로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이에 행안부와 과기정통부 등이 ‘디지털 포용’을 주요 정책 의제로 꼽고 있으나, ‘디지털포용법’ 등 실질적인 법제화와 관련해선 속도 차이가 나고 있다. 정부 의지와 별개로 국회에서도 무관심으로 인해 다수 법안이 잠들어 있다.
이 밖에도 디플정위가 강력히 추진해온 ‘디지털플랫폼정부 특별법’ 제정도 요원한 형편이다. 디지털플랫폼정부 기본원칙을 비롯해 실현계획, 추진체계, 주요과제 이행에 필요한 법·제도로서 만들어질 이 특별법에는 정부기관의 모든 데이터(개인정보·영업비밀·국가안보는 예외) 공유·개방을 원칙적으로 한다는 내용도 담길 예정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에서 출범한 디플정위가 대통령직속 위원회로서 현정부 임기와 존속을 같이 하는 만큼, 디지털플랫폼정부 비전이 디플정위와 별개로 지속되기 위해서는 특별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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