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소상공인의 배달 비용 부담 완화를 위한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이하 상생협의체)가 지난 4일 10차 회의를 열고 상생 협의를 이어갔으나 여전히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날 회의는 정부가 처음 설정했던 협의 시한인 10월 말 이후 진행된 첫 회의여서, 사실상 마지막 회의가 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때문에 취재진들도 이날 회의장을 찾았고, 다른 회의 때와는 다르게 모두발언 공개와 백브리핑까지 진행됐다.
그러나 배달플랫폼사와 입점업체 간 수수료 부담 관련 조율이 또 다시 이날 최종적으로 실패하게 되면서 11차 회의로 연장됐다. 무기한 연장되는 상생협의체 회의에 자영업자 커뮤니티 등에선 연내 협의를 끝내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실제로 상생협의체 측은 백브리핑에서 “일단 11차 회의에서 상생협의체 마무리를 짓는다는 계획이지만, 이 역시 변수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11차 회의까지 연장된 이유는?…3개월 지나도 여전히 보이지 않는 ‘상생 협의’
배달의민족·쿠팡이츠·요기요·땡겨요 등 배달플랫폼 4사와 소상공인연합회·한국외식산업협회·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입점업체들, 공익위원, 특별위원 등이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이날 회의에 참석했다. 모두발언을 통해 공개된 협의체 분위기는 다소 삼엄했다. 특히나 여론은 이날 회의에서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란 예측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상생 협의 자체에 부담감도 상당해보였다.
다만 이정희 상생협의체 위원장(중앙대 교수)은 회의 본격 시작 전 모두발언에서 “만약 오늘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면 오늘 양측의 운영과 입장을 고려한 공익위원 중재안을 ‘다음 회의’ 때 제시하도록 하겠다”고 밝히면서 11차 회의 개최 가능성을 짐작케 했다.
쿠팡이츠는 매출액이 적은 입점업체의 수수료율을 낮춰주는 ‘차등 수수료율’을 도입하겠다고 처음으로 공언해 주목받았다. 유성훈 쿠팡이츠 본부장은 모두발언에서 “쿠팡이츠는 차등수수료를 도입해 중소 영세상인들에게 수수료 부담을 낮추고, 소비자 무료배달 혜택도 지키는 방안으로 추가 상생안을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쿠팡이츠는 중개 수수료율을 현행 9.8%에서 일괄 5%로 낮추는 대신, 배달비 일부를 ‘배달기사 지급비’라는 명목으로 점주들에게 부담시키는 안을 제시했다. 이를 안 입점업체들은 중개 수수료율을 내리는 것이 아무 의미 없는 ‘조삼모사’ 방안이라며 불만을 제기했다. 결국 쿠팡이츠는 여론·정부의 압박과 입점업체 항의에 조만간 새로운 상생안을 내놓게 될 전망이다.
배달의민족(배민) 측은 앞서 6차 회의에서 냈었던 차등 수수료안의 흐름을 그대로 유지했다. 그 대신, 최고 수수료율과 수수료 적용 범위 등을 어느 정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희 위원장 역시 백브리핑을 통해 “이번 10차 회의에서 배민이 다른 수정안을 내놨다”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외식업 단체들은 2~5%의 차등 수수료안을 요구하고 있어 이 역시 상생 협의가 결렬될 것이란 반응이 우세하다.
◆입점 업체 측도 강경 의지…이 위원장 “배달앱들의 수정 상생안이 합의 관건”
현재 협의체에 참석하는 입점업체 단체들의 공통된 요구는 기본 수수료를 5%까지 내려달라는 것이다. 이에 공익위원들은 배달앱에 차등 수수료제를 도입하게 되더라도 9.8%인 최고 수수료율 자체를 인하해 달라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달앱들은 공익위 의견에 따라 수정안을 제출했지만, 입점업체가 원하는 안과는 여전한 간극이 있다고 설명했다.
입점업체 측의 타협할 의지에 대한 질의에, 이정희 위원장은 “입점업체들이 단일안으로 내놓은 것이 수수료 5% 적용안이지만 내부적으로 다소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수수료 5%를 고집하지 않은 곳도 있기는 하나 우선 전체적으로는 5% 상한제를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10차 회의 소식을 지켜본 소상공인들의 반응은 차라리 현재 시행 중인 정률제에서 정액제로 다시 돌아가게끔 회의를 진행해 달라는 게 대다수였다. 이용량에 따른 ‘종량제’ 부과 방식이 문제라며, 건당 일정 금액을 지불하는 정액제가 합리적인 요금제 형태라는 것이다. 수수료 인하도 물론 좋긴 하지만, 배달앱들이 높은 수수료나 광고를 쓸 수밖에 없도록 하는 행태를 더 꾸짖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배달앱을 이용 중인 한 점주는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올해 들어 배달시장이 너무 정신없이 바뀌었고, 그것도 배달앱 임의로 바꿔나서 매출이 부진해도 분석이 잘 안되고 대처를 못하겠다”며 “그저 흘러가는 대로 휩쓸려가야만 하는 신세인데, 단순하고 예측 가능했던 옛날 배달시장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배달앱과 입점 업체의 타결을 희망하고 있지만 지금 현재로 볼 때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일단 배달앱 측에서 한 번 더 수정안을 내놓겠다고 했기 때문에 기회를 한 번 더 줬고, 그 수정안을 봐야 합의할 수 있을지 판단이 설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상생협의체는 오는 7일 추가 논의를 진행한다. 만약 11차 회의에서도 상생 협의가 결렬되고 합의안 도출에 실패할 경우 공익위원들이 양측 의견을 수렴한 중재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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