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나연기자] 네이버웹툰 모회사이자 미국 법인 웹툰엔터테인먼트가 지난 6월 나스닥에 상장한 이후 겹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아시아에서 출발한 글로벌 ‘포스트 디즈니(Post Disney)’를 꿈꾸며 미국 증권시장에 데뷔했지만, 주가는 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상장 후 회사가 내세운 보상안은 공교롭게도 반년째 이어지는 노사 갈등 요인이 됐고, 지난달 시작된 회사 공모전 1차를 통과한 일부 출품작이 ‘성별 갈등’을 일으키며 온라인을 중심으로 불매운동이 번지고 있다. 분사 6년 만에 처음 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흑자를 낸 후, 적자 폭을 줄이는 데 박차를 가하는 네이버웹툰이 위기를 딛고 일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주가 반토막에 美 주주 집단소송 추진…상장 보상안 둘러싼 노사 갈등도
25일 나스닥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웹툰엔터 주식 종가는 지난 1일부터 24일(현지시간)까지 공모가인 21달러의 절반 수준인 10~11달러에 머무르고 있다. 웹툰엔터가 상장 후 처음 발표한 지난 2분기 영업손실이 전년보다 14.5배 수준으로 오른 7909만6000달러(약 1084억원)로 집계되자 주가는 반토막 났다. 주주들은 실적 하락이 주가 급락 원인이 됐다며 소송에 나섰다.
로빈스 겔러 등 미국 증권집단·주주권리 소송 전문 로펌 다수는 웹툰엔터가 증권신고서에 부정적인 내용을 고의로 공개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주주 집단소송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주가 폭락을 이유로 소액주주들이 소송을 제기하는 일이 빈번하다. 우버, 리프트, 쿠팡 등도 IPO 직후 주가 급락으로 유사한 주주소송을 당한 적이 있다.
네이버웹툰 법인과 노조는 나스닥 상장 후 추가 보상안을 두고 반년째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노조는 지난달 말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지난 8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조정신청서를 제출했다. 노조는 네이버웹툰 모기업 상장에 따른 보상이 일부 경영진에만 집중돼 있고, 직원에 돌아가는 보상은 상대적으로 적다는 입장이다.
앞서 김준구 네이버웹툰(웹툰엔터) 대표는 상장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현금 보너스 3000만달러(한화 약 415억원)와 성과에 따라 행사 가능 여부가 정해지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약 1만4815주 등을 받았다. 김준구 대표는 웹툰엔터 주식 346만1670주를 주당 11.04달러에 살 수 있는 스톡옵션도 보유하고 있다.
반면 네이버웹툰 직원 스톡옵션 행사가격은 공모가 수준인 20달러 이상이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 상장 보상안을 두고 노사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올해 연봉협상을 비롯한 노조 활동 시간 보장과 전환 배치 시 노사 합의, 인사제도 등도 논의가 더딘 상태다.
◆‘퐁퐁남’이 쏘아 올린 불매운동…조롱 논란에 공식 사과문도
최근에는 네이버웹툰이 작품 내 여성혐오 요소를 방관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1020세대 여성 독자들 사이에 퍼지면서 ‘불매운동’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달 시작된 네이버웹툰 2024 지상최대공모전에서 ‘이세계 퐁퐁남’이라는 작품이 1차 심사를 통과한 것이 발단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퐁퐁남’은 성적으로 문란했던 여성이 연애 경험이 적거나 경제적 조건이 좋은 남자와 결혼하는 것을 남이 먹은 음식 그릇을 설거지한다는 상황에 비유한 ‘설거지론’에서 기인했다. 즉 퐁퐁남은 이른바 ‘설거지를 당한 남자’로, 여성을 둘러싼 성적 편견과 기혼 남성의 자조가 섞인 여성 혐오적 신조어다.
이달 초부터 엑스(X·옛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등을 중심으로 네이버웹툰 앱 회원 탈퇴와 삭제, 쿠키(웹툰 열람용 전자화폐) 환불, 팝업스토어 굿즈(MD) 환불 등을 인증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앱 분석 서비스 업체 모바일인덱스 추정치 기준 네이버웹툰 평균 DAU는 지난달 14일부터 이달 4일까지 466만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불매운동이 본격화된 지난 5일(445만명)부터 430만~440만명을 넘나들다 지난 20일에는 410만명대까지 떨어졌다.
이 가운데 회사가 불매운동을 조롱했다는 논란까지 더해졌다. 네이버웹툰은 지난 16일 엑스 공식 계정에서 ‘소꿉친구 콤플렉스(자사 웹툰) 불매합니다. 불티나게 매입하기, 불처럼 뜨겁게 매입하기’와 같은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 문구를 사용했다가 여론의 몰매를 맞았다. 회사 측은 해당 콘텐츠를 삭제하고 공식 사과문을 통해 “광고 캠페인 운영상 실수”라며 “이번 사안으로 곤란했을 해당 작품 작가를 포함해 불편함을 느낀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전했다.
◆IP 사업에 중장기 여파 주목
이용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지는 불매운동 특성상, 실질적인 참가 인원과 경제적인 효과를 당장 추산하기란 어렵다. 하지만 네이버웹툰이 연일 격화하는 사태를 마냥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쿠키 등 한시적인 유료 콘텐츠 판매율 감소를 넘어 중장기적인 지식재산권(IP) 사업에도 일부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현재도 네이버웹툰 IP 부문 사업 매출은 더 많은 성장 동력이 필요하다. 지난 2분기 실적에서 항목별 매출 성장세를 따져보면 유료 콘텐츠 매출은 1.0% 늘었지만, 광고와 IP 사업 매출이 각각 3.6%, 3.7% 감소했다. 플랫폼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1억6630만명으로, 전년동기대비 0.8% 감소했다. 한국 MAU 경우, 6.6% 줄어들었다.
네이버웹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작년 기준 네이버웹툰 IP 관련 매출은 전체 매출의 8.4%인 1억800만달러다. 회사는 향후 이 영역 시장 규모가 9000억 달러 수준으로 커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네이버웹툰 사업 방향성을 엿볼 수 있는 2024~2026년(총 3617억4100만원) 회사 자금 사용 분류를 보면 ▲인공지능 등 미래기술 투자(1808억7100만원) ▲글로벌 사업 성장 가속화(1266억900만원) ▲콘텐츠 IP 투자(542억6100만원)로 나타났다. 가장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인공지능 기술 개발 및 인력 투자와 신규 플랫폼 투자를 제외하면, 글로벌 광고 사업 강화와 콘텐츠 창작 생태계 및 IP에 투자를 집중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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