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최근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부풀려져 있다는 '거품론'이 나오며, 메모리 업계에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AI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필수 부품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감소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올해 수익성보다 AI 주도권 확보를 위한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어 HBM 품귀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구글이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수익화 시점이 불확실하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AI 거품론'에 불을 붙였다. 거품론이 떠오르며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만드는 엔비디아의 주가는 지난 5일 90.69달러까지 떨어졌다.
이 같은 현상에 메모리 업계도 주목했다. 빅테크들이 돌연 투자를 줄이고 HBM이 탑재되는 GPU 등 주문을 줄이거나 취소하게 되면, HBM를 공급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엔비디아 급락 이후, HBM 공급망에 속해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연쇄 급락했다. 삼성전자는 6일 종가 기준 7만1200원으로 전날보다 무려 10.55%가 떨어졌으며 SK하이닉스는 4개월여 만에 15만원대로 주저앉았다.
하지만 'AI 거품론'이 메모리 업계에 줄 타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북미 빅테크 기업들이 AI 모델 수익화에 관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도, 투자를 줄이진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플랫폼 등 북미 빅테크 기업들은 단기 수익성을 쫓기보다 생존 차원의 AI 주도권 확보를 위한 투자 확대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 투자를 지속할 예정이다. AI는 모든 산업 분야에 걸쳐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는 만큼, 기술 우위를 갖고 향후 기존에 없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 등을 고려한 처사로 풀이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북미 빅테크 업체들의 올해 설비투자는 18년 이후 6년 만에 최대 증가율이 예상된다"라며 "2024년 미국 빅테크 설비투자는 2060억 달러(약 282조원)로 전년과 비교하면 40% 이상 늘어나는 수치다"라며 "이는 668억 달러 (약 92조원)를 기록했던 2018년 이후 최대치다"라고 설명했다.
투자 확대와 함께 AI 기술 우위를 점하기 위한 움직임도 분주하다. 북미 빅테크 기업 7개 사 모두 성능 확대를 위한 HBM 커스터마이징을 요청한 것.
류성수 SK하이닉스 HBM 비즈니스 담당 부사장은 19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이천포럼 2024'에서 "M7(매그니피센트7)에서 모두 찾아와 HBM 커스텀을 해달라는 요청 사항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M7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기업 중 대형 기술주 7개 종목을 일컫는 것으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알파벳, 아마존, 엔비디아, 메타, 테슬라를 의미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빅테크 기업들이 AI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 확대는 물론, HBM 커스터마이징도 진행, 경쟁은 오히려 심화하는 모습이다"라며 "올해 투자 규모 확대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HBM 수요 증가세는 내년까지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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